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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읽는 '청년노동의 현실'. 이 책은 격심한 취업난을 겪고 있는 우리 시대 청년노동에 대한 암울한 현실을 조명하고 있는 내용이다. 지금 청년들은 제대로 된 직장을 잡기 위해 여러 해 동안 취업 준비에 몰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많은 경우, 당장 눈앞에 닥쳐온 생활고로 인해 임시직으로 취업을 하기도 한다.
그 가운데 대기업의 하청과 재하청을 거친 생산직의 경우, 부족한 일손을 채우기 위해 당일 채용도 가능하다.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개는 임시직이라고 할 수 있으며, 곧바로 현장에 투입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한다. 그러나 안전교육은 물론 기본적인 안전시설도 준비되지 못한 채 산업재해의 위험에 노출되고, 그 가운데 일부는 영문도 모른 채 병을 앓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정보의 부족으로 산업재해로 인정받지 못하고 고통을 받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두 사람의 공동 작업으로 이뤄진 이 책의 내용은, 서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노동건강연대'라는 활동을 통해서 접점을 찾아나가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 사람은 독학으로 노무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노동건강연대에서 활동하면서 기업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 노력하는 인물이다. '노동건강연대'는 노동자들의 노동건강권을 지키기 위해서 활동하면서, 특히 파견노동자들의 권리와 정당한 노동권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단체이다. 두 번째는 경남 창원에서 대학을 중퇴하고, 서울로 올라와 생활하다가 잠시 일한 공장에서 산재를 당한 진희씨의 사연이 소개되고 있다. 이 두 사람의 에피소드가 병치되면서 전개되고 있는데, 이것을 두 사람의 작가가 공동 기획으로 완성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고립적인 위치에 있는 노동자들의 피해 사례를 조사하여, 그들이 겪는 문제가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을 밝히는 것이 바로 '노동건강연대'라는 단체의 주된 활동이다.
실제 대기업에서 발주한 일이 하청과 재하청을 거치는 동안, 비용의 절감을 위해서 생산 현장에서는 유해한 재로를 사용하는 것이 만연되어 있었다고 한다. 휴대폰의 버튼을 제작하는 공정에서 덜 유해한 에탄올 대신 치명적인 독성을 가진 메탄올로 사용함으로 인해서, 창원에서 서울로 올라온 진희는 단 3일만에 쓰러져 마침내 실명을 하는 결과를 맞게 된다. 그리고 노동건강연대의 모니터와 조사를 통해서, 진희를 포함한 여러 사람들이 비슷한 위험에 노출되어 건강을 잃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 처한 노동자들은 원인도 모른 채, 단지 건강을 잃은 것이 개별적인 사안이라고 생각하기가 쉽다.
이러한 문제는 결국 경제적 이윤만을 추구하는 이른바 신자유주의 체제 하에서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문밖의 사람들>은 바로 제도와 사회적 보호의 '문밖'에 처해있는 노동자들의 처지를 비유한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의 노동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극명하게 갈리고 있고, 비정규직 가운데에서도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면서도 그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이들이 적지 않다.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위험의 외주화'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위험한 일은 정규직 대신에 외주를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맡기면서, 정작 그 일을 맡긴 원청 회사는 사고가 나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라고 한다.
이 책은 실제 우리 사회에서 발생했던 산재 피해자의 경험을 토대로,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동안 이러한 현실을 제대로 알지 못했지만, 이 책을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인지할 수 있었다고 하겠다. '세상을 보다 정의롭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고마움을 느낄 수 있었다. 막강한 자본으로 정보의 독점과 방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노동자를 개별화시키려는 자본의 실상을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더 많은 이들이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사회적 의제로 다루어질 수 있다면, 더디지만 더 나은 노동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물론 이 책에 소개된 ‘노동건강연대’를 비롯한 활동가들의 역할은 그 과정에서 너무도 소중하다고 하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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