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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는 흙으로 빚어서 만든 그릇을 일컫는데, 그릇의 표면에 유약을 발라 불로 구워 쉽게 깨지지 않도록 만든다. 보통 1천도가 넘는 높은 온도에서 그릇을 굽기 때문에, 좋은 흙과 일정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기술력이 도자기의 품질을 좌우한다고 한다. 흔히 도자기는 중국에서 그 기술이 발전하여, 전세계로 퍼져나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이 책 역시 도자기의 역사를 다룰 때는 주로 중국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서술되어 있다. 우리나라 역시 고려시대의 청자와 조선시대의 백자가 대표적인 도자기이며, 특히 고려시대의 ‘비색청자’는 현대의 기술력으로도 재현하기 쉽지 않은 기술이라고 칭하고 있다.
‘문화 교류가 빚어낸 인류의 도자 문화사’라는 부제의 이 책은, 박물관 마니아로 자처하는 저자가 쓴 도자기에 관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저자가 주로 박물관에서 도자기들을 접했던 때문인지, 도자기의 역사를 설명하면서 대체로 그러한 품목들이 지금 어느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지를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도자기로 본 세계사>라는 제목이 붙어 있지만, 실제로는 도자기의 역사에 관한 개론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여겨진다. 실상 도자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라면,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는 내용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도자기와 그 역사에 대해서 보다 자세히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지침서로의 역할을 충분히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전체 5장으로 구성된 목차는, 도자기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 도자기의 역사를 중심에 두고 그것이 어떻게 다른 문화와 교섭하여 전파될 수 있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먼저 ‘최초의 도자기, 청자의 탄생’이라는 제목의 1장에서는, 청자가 ‘중국인들의 옥에 대한 환상’에서 비롯되었음을 설명하고 있다. 이어지는 2장에서는 ‘전성기를 맞이하는 청자’의 상황을 중국의 송나라의 예를 들어 상세히 설명하고, 지금 그것을 소장하여 찾아가면 볼 수 있는 ‘청자를 만날 수 있는 박물관’들을 열거하기도 한다.
중국의 송나라가 청자의 발전을 이끌었다면, 그 다음의 원나라는 청화백자를 만들어냈다고 한다. 청화백자(靑華白磁)는 하얀 바탕의 백자 위에 푸른색의 코발트 안료로 다양한 무늬를 그리고, 유약을 입혀 고온에서 구워낸 도자기를 일컫는다. 그래서 단순한 색의 청자나 백자보다 훨씬 더 화려한 느낌을 주며, 주로 호사가들의 수집품으로서의 역할을 했다고 한다. 3장에서는 ‘새로운 제국 질서와 청화백자의 탄생’이라는 제목으로, 중국 원나라가 탄생시킨 청화백자에 대해서 안내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 ‘청화백자를 만날 수 있는 박물관’을 소개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어지는 4장에서는 ‘명.청 청화백자의 전성기’라는 제목으로 중국의 도자기 발달사를 설명하고, 그것이 전세계로 퍼져나가는 상황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그 기술이 조선에 전해지면서 ‘조선의 청화백자’로 자리를 잡게 된 상황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잇다. 마지막 5장은 ‘세계로 퍼져나가는 도자기 문화’를 소개하면서, 처음에는 주로 중국 등지로부터 수입에 의존했지만 점차 독자적인 도자기 기술을 정착시킨 서양 각국의 상황을 소개하고 있다. 물론 중국 이외의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각국의 도자기 역사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정리하고 있다. 비록 그 내용은 개론적인 설명에 그치고 있지만, 이 책의 내용을 통해서 도자기의 역사와 그것이 전파되면서 각 문화에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더욱이 ‘박물관 마니아’로서 특정 도자기를 보유하고 전시한 박물관들을 소개함으로써, 나중에 그곳을 찾게되면 저자가 소개한 품목들을 한번쯤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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