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번 순례가 몇 번 다녀왔던 순례와 느낌이 달랐습니다. 시간에 쫓기고, 적응하느라 바빴는데 긴장보다는 설렘과 기대가 가득한 순례였어요. 제가 좋아하는 바다도 매일 보고, 바람도 느끼고 내가 어떤지도 느낄 수 있었어요.
제가 이번 순례 올 때 발걸음에 집중하는 걸 배움으로 삼았습니다. 생각을 하는 것보다 생각을 비우는 게 더 쉬울 것 같았는데 발걸음에 집중하는 게 정말 어려웠어요. 그래도 연습하다 보니까 어떤 느낌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말로는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데 내 걸음에 집중하게 되면서 내가 나를 본다는 느낌이 들어요. 굉장히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땅과 발이 만나는 느낌은 부드러웠어요. 딱딱한 땅과 발은 전혀 다르지만 서로가 계속 만났다 헤어지는 것이 단순한 게 아니라 섬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땅과 만나는 건 지구와 만나는 것과 같아서 걷는 걸 당연하게 여기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저는 14년을 살았고 15년 째 살고 있는데 새로운 나를 찾을 때가 많습니다. 저는 저를 잘 몰라요. 그런데 순례 갈 때마다 새로운 나를 발견하더라고요. 이번에도 그랬습니다. 화가 났는데 화가 잘 가라앉지 않았어요. 나를 계속 채찍질하고 구석으로 몰아넣었어요. 점점 슬픔의 구렁텅이에 빠졌죠. 이런 나를 그냥 두다가 내가 왜 화가 났는지 다시 되돌아봤는데 나와 타인이 이해가 되면서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그럴 수 있지!' '사람이 언제나 완벽할 수는 없잖아' '괜찮아' 하면서요. 정말 찾고 싶었지만 찾지 못했던 건데 순례 가서 저에게 정말 값진 보물을 찾았어요.
다름이 이번 순례에서 좋은 배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저는 어떻게든 해서 다름을 같을 걸로 만들고 싶어했어요. 나를 다름을 만드는 것도 싫어했고요. 어떻게든 나를 타인과 같게 만드려고 했어요. 그래서 힘들 때가 많았는데 순례 와서 다름에 대해 생각도 많이 하고, 다름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방법도 배웠습니다. 살아가는데 다름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모두 다르니까요. 그 안에서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는데 제 삶의 다짐이자 목표인 것 같아요. 다름 안에서 관계에 대한 생각도 많이 했는데 관계 또한 다름을 이해하는 것이 관계에 가장 기초적인 단계인 것 같습니다. 저는 관계에서 이해를 하지 않으려고 한 적이 없어요. 그냥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는 경우도 있었고요. 근데 이번 순례에서는 이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받아들이고 해치거나 무시하지만 않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제가 배운 것들을 그냥 넘기지 않고 저와 삶에 녹이고 싶어요. 어떻게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어려움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저에게 나침반이 되어줬으면 합니다. 순례 잘 다녀왔습니다-!
첫댓글 우리 선민이의 마음이 한뻠씩 훌쩍 훌쩍 크는구나 할머니는 오늘도 여전히 좋겠다 ! 부럽다 !
당신의 이야기 나의 이야기네요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