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부침주(破釜沈舟) 물러설 길을 없애고 목숨 걸고 싸운다.
일곱 나라가 자나깨나 싸우던 전국시대(戰國時代)의 혼란한 상황을 진시황(秦始皇)이 기원전 221년 통일해 중국 역사상 최초로 중앙집권적인 통일국가를 건설했다.
진시황은 백성들이란 강압적으로 누르면 다 된다고 생각하여 과중한 세금과 끊임없는 부역으로 괴롭혔다.
210년에 진시황이 죽자 사방에서 반란이 일어나면서 조(趙)나라가 부흥하기 시작했다.
그때 진나라 군대가 출동해 조나라를 멸망시키려고 했다.
조나라에서는 양자강(揚子江) 중하류 지역에 있는 초나라에 구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초나라 상장군 송의는 구원하러 가겠다고 약속을 해놓고 중간에서 장기간 지체하면서 진군을 하지 않았다.
송의는 진나라와 조나라가 싸우다가 지치면 그때 진나라를 공격해 쉽게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렇지 않고 진나라와 조나라 간 대치상황이 계속될 경우 그 틈에 서쪽에 있는 진나라 서울 함양(咸陽)을 공격해서 함락시킨다는 작전이었다.
항우는 생각이 달랐다. 조나라는 진나라에 상대가 안 되는데 진나라가 이기면 조나라의 군사력까지 합치니까 더 강성해져서 칠 수 없게 될 것이니 지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항우가 몇 차례 건의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자, 마침내 송의를 살해 하고는 임금님의 뜻이라고 공포하고, 먼저 소규모 군대를 편성해 조나라를 구원하러 보냈다.
그 뒤 증원 요청이 있자 자신이 전군을 이끌고 북진했다.
이때 황우는 황하(黃河)를 건너면서 밥 지어 먹던 가마솥을 전부 깨어 없애버리고, 주둔하던 막사(幕舍)도 다 불질러버렸다.
타고 건넜던 배도 바닥에 구멍을 내어 다 가라앉혀버렸다.
병사들에게 3일간 버틸 양식만 주어 죽음을 결심하고 물러서지 않도록 했다.
항우의 군대는 병사 한 사람이 열 사람을 당할 기세로 진나라 군대를 포위, 보급로를 차단하고 장수 왕리(王離)를 사로잡아 대승을 거두었다.
각 제후나라의 장수들은 항우의 기세에 눌려 모두가 자진해서 항우를 상장군으로 모시고 그의 지휘를 받는 배속부대가 되기를 자원했다.
항우의 군대가 대승을 거둔 것은 훈련이 잘 됐거나 무기가 좋아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모두가 정규군이 아니라 굶주린 농민들이 모인 오합지졸이었고, 무기도 죽창 몽둥이 농기구 등 원시적인 것으로 진나라 군대보다 훨씬 못했다.
그런데도 대승을 거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죽기로 각오한 정신 때문이다.
월드컵 조예선에서 아르헨티나에게 1대 4로 대패한 한국은 남은 나이지리아와의 일전에서 비겨 자력으로 16강전에 진출했다.
아르헨티나와의 경기를 본 국민들은 상당히 실망했고 불안했다.
그 뒤 허정무 감독이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파부침주(破釜沈舟)’라는 고사성어(故事成語)로 자신과 선수들의 결심을 표현했다.
고사성어 전문가가 찾아도 이보다 더 적절한 어휘는 없을 것 같다.
16강전에 진출하고 싶지 않은 나라가 없을 것이니, 나이지리아와 사생결단으로 비길 수 있었을 것이다.
6월 23일 새벽 양팀은 불꽃튀는 접전을 벌이며 2대2 무승부로 경기를 끝냈다.
나이지리아도 이번 월드컵 경기 가운데서 가장 잘 싸웠다. 정말 만만찮았다.
아르헨티나가 그리스를 2대0으로 꺾는 바람에 한국은 16강전 진출이 확정됐다.
해외원정 월드컵에서 유사 이래 처음으로 16강전에 진출해 온 국민의 염원을 성취한 쾌거를 맛보게 됐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정신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한 판이었다.
破: 부술 파.
釜: 가마 부.
沈: 가라앉을 침. 성 심.
舟: 배 주.
= 받은 글 편집 =
漢陽 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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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가요소리와 파부침주에 대한 한자 해설글과 좋은글을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