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속구간(欲速苟簡) 빨리 하려고 하면 구차하고 대충 하게 된다.
欲 : 하고자 할 욕. 速 : 빠를 속. 苟 : 구차할 구. 簡 : 간단할 간.
주자(朱子)가 무이산 기슭의 병산서당에서 독서를 하다가 제자들을 데리고 산보를 나섰다.
인근에 있는 전망대에 올라갔다 올 생각이었다.
가다 보니 밭에 잡초가 무성해 곡식이 맥을 추지 못하고 있었다. 주자가 일꾼 네 사람을 불러 김을 매게 했다.
그날은 좀 독특한 방식으로 일을 시켰는데, 처음부터 밭을 네 등분해서 각자 따로따로 김을 매도록 했다.
얼마 뒤 산보를 마치고 돌아와 보니, 일꾼 세 사람은 할당된 밭을 다 매고 밭두둑에 앉아서 쉬면서 아직도 밭을 매고 있는 사람을 나무라며 자신들의 솜씨를 자랑하고 있었다.
주자가 짐짓 제자들에게 네 사람의 일꾼에 대해서 평가를 해 보도록 했다.
그러자 제자들도 “이 세 사람은 일을 빨리 잘하는데, 저 사람은 아직도 자기의 할당량을 다 매지 못하고 있으니, 솜씨가 없는 것 아니면, 게으름을 피웠겠지요” 라고 태연하게 대답했다.
주자가 제자들을 데리고 직접 밭고랑 사이로 들어가 세 사람이 밭을 맨 상태를 자세히 살펴보도록 했다.
세 사람의 일꾼들이 맨 밭은 잡초를 위만 뜯어 제거하고 뿌리는 그대로 두었다.
다음에는 아직까지 김을 매고 있는 일꾼 뒤로 가서 그가 맨 밭을 자세히 살펴보도록 했다.
풀을 뿌리째 다 뽑아 다시 나지 않게 철저히 매 나갔다. 그러니 시간이 더 많이 걸렸던 것이다.
주자가 밭에서 나와 제자들에게 말했다. “자네들은 세 사람이 일을 빨리 잘한다고 생각했지. 그러나 지금 매고 있는 저 사람이 더 빨리 잘하는 것이라네.
세 사람이 맨 밭에서는 2~3일 뒤에 반드시 잡초가 다시 자라나네.
지금 더디게 매고 있는 저 사람이 사실은 밭을 빨리 잘 매는 것이라네.
유독 밭 매는 것만 그런 것이 아니고, 글을 읽고 공부하는 것도 이것과 이치가 똑같네.”
주자가 제자들에게 현장학습을 시키자, 주자의 가르침이 제자들의 가슴속에 새겨졌다.
우리나라의 대학자 퇴계 이황 선생이 이 사실을 시로 지어 제자와 손자에게 보여주었다.
시 제목은 ‘서재에서 우연히 써서 여러 제자와 손자 안도(安道)에게 보여준다. (齋中偶書示諸君及安道孫)’이다.
네 명의 병사가 김을 매는데 한 사람은 더디었네/ 빨리 일하는 세 사람이 모두 그에게 자랑했네/ 빨리 일하는 사람은 풀뿌리 남겨 번거롭게 다시 뽑아야 하니/ 느린 사람이 처음부터 다 뽑는 것만 같지 못했네.
농사일이나 공부만 그런 것이 아니고, 이런 교훈은 모든 방면에 적용될 수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생활 모든 방면에. 예를 들면, 처음에 건물을 날림으로 지어 놓으면, 늘 만족하지 못하면서 두고두고 보수해야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처음 건축한 비용보다 더 많은 보수비가 들게 된다.
사람이 사는 조직사회는 평가를 통해서 처리한다. 승진이나 연봉 지급 등등이 다 평가를 통해서 결정된다.
평가는 결국 눈으로 볼 수 있는 양(量)이나 외형에 의해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외형에 의해서 평가될 때, 주자의 일꾼 같은 현상이 발생한다.
양이나 외형에 의한 평가가 문제가 있다 해서 질(質)로 평가하자는 주장이 많이 나오지만, 과연 질을 평가할 안목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또 사사(私事)로움이 개재 안 된 평가가 얼마나 되겠는가?.
결국은 인간 심성의 문제로 귀결되는데, 남의 평가에 연연하지 말고, 남이 보건 말건, 남이 알아주건 말건 자기 최선을 다해서 성심성의껏 일을 하는 사람이 많아질 때 우리 사회는 발전하는 것이다.
= 받은 글 편집 =
漢陽 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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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음악소리와 욕속구간에 대한 좋은글을 읽으면서 머물다 갑니다 감사합니다..
친목회 모임, 초장엔 화기애애.
그놈의 술 한잔 걸치면 드러내는 본성.
사회생활이나 정치판 놀음이나 오십보 백보. 낼 아침되면 그건 엊그제 일. 나 몰라.오리 발 인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