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광주로 올라가서 숙식을 하고 다음날 서울로 올라갔다.
오전 10시가 조금 넘어 한남동에 위치한 리움 미술관에 도착했다.
예상한 대로 아주 조용한 곳이고 품격이 넘치는 곳이다. 솔직히 말하면 돈 냄새가 곳곳에 넘친다.
10시 반부터 관람할 수 있으며 입장료는 일 만원이다.
조금 기다렸다가 먼저 2층에 고미술관 겸재 정선 그림부터 보았다. 안내인도 관람객도 없이 우리 세 가족 밖에 없었다.
아들이 넘 좋아서 막 뛰어나뎌도, 남편이 사진 촬영을 해도 아무런 제재가 없었다.
한참 후에 핸섬한 남자 젊은 안내인이 나와서 주의사항을 주고 다시 보이지 않게 사라졌다.
리움 미술관 직원은 하나같이 매너 좋고 친절하고 지적이고 젊고 핸섬하다. 특히 남자가 더 그렇다.
작품은 하나같이 에쌘스만 골라서 깔끔하고 고급스럽게 조명을 비추어서 보기 좋게 전시되었다.
삼성의 무서운 저력을 보는 것 같아서 섬찍하기도 했다.
쿵! 가을 그림의 절대지존 겸재 정선!
올해는 겸재 정선 사후 250주년이다.
전시실 입구 쪽 벽면에 걸린 장대한 먹빛 암반과 용틀임하는 소나무를 그린 <인왕제색도>가 정선의 최고봉이다. 펄펄 솟구쳐 오르는 암봉들의 수직적 기세와 은밀하게 엉켜드는 나무 덮인 토산의 관능적 <금강전도>, 힘차고 거친 붓질로 꼬여 올라가는 노송의 기운생동을 그린 <노백도>, 발기한 남근을 떠올리게 하는 바위 무리들의 상승감이 가득한 <내연산 삼용추>, 10년 만에 공개되는 좌우 횡축의 호방한 금강산 그림인 <봉래전도>...!
4층에는 고려청자 특별전이 열렸다.
고려비색 천하제일이란 말이 실감났다. 도자기 한 점씩 정성스레 유리관에 전시해서 조명을 비춘다.
내가 이제껏 보아온 것을 조롱이나 한 듯이 작품은 정갈하고 귀티가 나고 청자색은 더없이 맑고 우아하다.
일만원이란 관람액이 조금도 아깝지 않았다.
리움미술관에서 국립중앙박물관까지 약 4km 정도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대한제국 마지막 황제 순종이 ‘함께하는 즐거움을 나누자(與民垓樂)’며 지난 1909년 11월 1일 제실박물관을 개방한지 100주년을 기념해 특별전을 열고 있다.
관람료는 올해 말까지 무료이다.
상설전시관 2층에는 겸재 특별전이 열린다.
최근 공개된 <북원수회도>, 36살 때 금강산 사생기록인 <신묘년 풍악도첩>, <장동팔경첩>, <사직송도>등이 전시되었다.
박물관 식당에서 점심을 사먹고 기획전시실로 들어갔다.
눈길을 확 끄는 작품이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소장 <수월관음도>와 미국 보스턴미술관 소장 <치성광여래왕림도>, 이인문의 10m길이의 <강산무진도>이다.
올 오월에 친견한 통도사 고려수월관음도
<수월관음도>는 통도사 특별전 <수월관음도>와 정말 비슷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관음보살의 위치가 오른쪽에 있고, 얼굴이 조금 더 남성적이라는 점이다.
문정왕후가 발원해 조성한 두 점의 불화, 회암사 약사삼존도, 귀한 건칠불상, 한송사지석조보살, 미륵사지 출토 사리장엄구, 세계 최고의 목판인쇄물인 국보 126호인 불국사 석가탑 무구정광대다리니경, 석가탑 중수문서, 안견의 <몽유도원도>는 복제품이지만 그것도 좋았다. 많은 작품을 충분히 들여다보지 못하고 돌아온 것이 아쉽다.
다시 한번 더 보고 싶은 특별전이다.
박물관 바깥을 거닐면서 부도를 다시 보았다.
염거화상 부도는 가지산문인 2대 선사인 염거화상을 위해 만든 부도이다.
전형적인 팔각의 화려한 부도로 이 부도를 따라 팔각구조의 화려한 부도를 만들었다. 국보 104호이다.
고려시대 개성 현화사 장엄한 석등이다.
사각석등이며, 불빛 창도 따로 없이 사방으로 시원하게 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