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칼럼) / 2017.7.6.일자 보도
인문학이란 무엇인가? (11)
이민숙
인문학이란 후유증이다. 고통과 환희, 열정과 쓸쓸함, 상처와 희망을 동시에 선물하는 통렬함이 인문학이다. 그 후유증 때문에 인문학은 영원히 우리들의 심리 속에서 심각하거나 경이로운 미래에의 전망을 저울질하게 만든다. 병들었던 모든 사람들은 그 어떤 과정의 치유가 끝났다고 해도 그것으로 아팠던 시간들의 상처를 깨끗이 털어버리지 못 한다. 보이는 외상은 더 이상 깨끗해질 수 없이 나았다고 해도 내면 구석구석에 깃들어버린 심리적 아픔과 내상마저 온전한 회복을 보여주기엔 역부족인 경우가 많다. 그 후유증을 닮은 것이 인문학이다.
대체 왜 후유증이라는 병리학적 진단으로 인문학을 설명하려 드는 걸까. 어떤 경우엔 차라리 치유의 열매가 인문학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멋진 책을 만나 삶의 절망을 멀리 보냈던 기억은 있다손 치더라도. 그러나 인문학적 후유증은 이 사회의 저 밑바닥을 기었다 나온, 어쩌면 처절한 삶에의 이해에 다가갔던 기억과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인간 오성의 경계에서 선과 악, 사랑과 비통 등의 간접경험을 통해 스스로의 내면에 태부족했던 ‘존재적 사랑에의 실천적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채찍으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역설적 충고일 것이다.
재미없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소설 중 하나가 윌리엄 포크너의 『음향과 분노』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샘뿔 인문학 연구소에서 요즘 읽고 있는 책인데, 모두들 책장을 넘기기 어려웠다고 하소연이다. 왜 그랬을까. 그의 소설은 결코 친절하지 않다. 도대체 누구의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인물도 사건도 도무지 오리무중이다. 독자는 작가의 문체가 어떤 미학적 관심에 머물고 있는지 모른다. 읽고 또 읽어가도 서정적 감흥에 발 디딜 수 없다. 왜 그렇다는 걸까. 그의 소설 속에서 가장 독특한 인물은 주변 사람들과 도저히 소통할 수 없는, 말 할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심각한 신체적 장애를 갖고 있는 ‘벤자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모든 상황들을 끌고 가게 만드는 작가적 고집으로서의 소설 구조는 과연 표현 가능하며 바람직할까. 아니다! 그건 포크너만의 뚝심으로밖엔 밀고 나갈 수 없는 어쩌면 참으로 무모한 문체라고 해야 옳다.
그러나, 작가는 그 상황들을 어떻든 말하고자 한다.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주인공이 어떻게 그 부조리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어떻게 느끼는지, 어떻게 모든 삶의 일부분일 뿐인 첨예한 삶을 해석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지독하게 불통할 수밖에 없는지.....가능하다고 말하기엔 참으로 가당찮은 소설적 역설, 삶의 불합리, 생명의 반생태적 환경들....그 속에 들어가서 직접 부딪쳐도 불가능할 그 시공간을 결코 물러서는 법 없이 표현해내려 한다. 가당찮은 작가적 옹고집! 아니 천재적 필체! 삶의 비밀스럽고 고통스러운, 체념도 아까울 그 통렬한 후유증! 태어났다는 건 이미 죽음보다도 더한 비통이며 막막함이며 끝없는 저주며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운 참담’이며 ‘무거운 바윗덩이’라고 할 때, 작가인 윌리엄 포크너가 아니라면 그 누가 그 멸시와 배반의 언어들을 들이밀며 우리를 설득하려 할 것인가.
우리는 지금 설득 당하고 있는 것일까. 나동그라짐으로 해서? 진창에 처박히고, 그곳으로부터 탈출했다손 치더라도 아직은 더러운 흙탕물을 뒤집어쓴 채로? 이것이 후유증 아니고 무엇이랴? 아무도 쉽사리 그 패배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삶의 아름다움은 어딘가로 숨어버린.... 씻을 물조차 없는 냄새 나는 존재의 비참을 아직도 덕지덕지 겉옷과 내면 속속들이 묻히고 또다른 존재를 의심스런 눈초리로 곁눈질해야 하는 후유증이 『음향과 분노』라는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도 남아버린 한 성격창조의 성공으로부터인 것이다.
성공한 작가들은 더 복합적으로 심각한 후유증을 독자들에게 남긴다. 대한민국의 초베스트셀러 작가 조정래의 『태백산맥』은 발표할 시점부터 후유증이 대단했다. 한국현대사의 맥락 속에서 좌우의 이념대립과, 형제간의 이데올로기 선택과정의 모순된 가족사와, 그리고 독자들의 양분된 사상적 탐색과정, 무엇이 우리 한국 현대사의 문제인지 파고 또 파고, 읽고 또 읽을 수밖에 없게 한 소설이 태백산맥인 것처럼....그러나 독자들에게 감동을 준 소설의 후유증은 만만찮았다. 우리가 여태 배워왔던 역사를, 특히 교과서적 이데올로기에 길들여졌던 사람들이 받았던 충격은 대단했다. 우리의 가치관을 되돌아보고, 반성하고, 협애한 자기 인식의 틀을 대폭 수정하게 만든 책 속의 비판적 설득력! 그것이야말로 우리에게 주어진 최대의 ‘선물’이었건만, 왜 많은 사람들은 작가에게 돌을 던지고, 작가의 가족까지 테러 협박을 당해야 했단 말인가. 그 후유증은 우리에게 새로운 체험을 하게 만들어준다. 많은 사람들이 태백산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그동안 부조리하게 외면당했던 우리 역사의 실체와 왜곡을 반성했다. 그렇게 태백산맥의 후유증은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우리의 의식에 정을 쪼듯이 괴롭히고 내면의 상처를 헤집으며 잠 못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난 그의 코가 우습다
말만 하면 늘어나는, 거짓말!
난 그의 코가 슬프다
컴퓨터 자판만 두드리면 쭈욱 커지는, 냄새나는 손!
난 그의 코가 창피하다
발만 떼면 뿔처럼 오똑해진다, 군홧발!
아, 어느 날 꿈속에서 그의 코는,
너무나 다소곳하다 그 꿈속 나라의 법칙이란
사 랑해야 커진다 우리들의 코
사랑여행 떠나면 늘어난다 피노키오의 코
나는야 나는야 그 나라에서 최고의 코쟁이가 되었다
코야 코야 어찌하라고!
피노키오도 그걸 보고 마구 따라했다, 참 순진하게!
맘 놓고 사랑 받는 코쟁이가 되었다 피노키오
저 바다를 향해 뱃고동 울리는 뱃머리에서
피노키오랑 나는 몹시 커버린 코를
어쩌지 못 해 뽀뽀도 힘들게 하고야 말았다
코코코코코 사랑! 사랑사랑사랑사랑 코!
피노키오가 최고 좋아하는 놀이 코놀이!
하물며 저 바보들, 피노키오도 눈치채버린 304를 두고
거짓부렁만 천만 번을 넘게 하다니,
--졸시; 「피노키오」/내일을 여는 작가/2016년 겨울호/
거의 모든 인문학은 그러므로 아픔과 상처의 후유증을 통해 인문학의 샘물을 마시면서, 또는 뜨거운 쇳물에 데이듯 정신적 충격을 흡수하면서, 스스로의 부족함과 정의(情誼)의 모순과 역사적 부끄러움을 반성하게 하는 지성과 지혜에의 요청이다. 인문학적 후유증, 어쩌면 더 달콤한 ‘지혜와 사랑의 강에 온몸을 적시게 하는 황홀한 후유증’의 초대장일 수 있음을.....
몽골 여행을 다녀와서 요즘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마냥 또 떠나고 싶은......고비의 아름다운 모래능선과 발바닥 감촉, 그 드넓은 초원의 지평선에 떠오르던 뜨거운 주홍빛 태양이 던져주던 원색의 공간체험, 가도 가도 영원처럼 끝없던 길들의 여운.....좁디 좁은 공간 속에서 얻을 수 없는 광활함에의 충격이 새삼 내 삶의 좁고 치졸한 정신적 영역들을 일시에 깨트리면서 흔들고 있는 후유증.....과연 긍정적일까 부정적인 것일까. 그렇다! 여행과도 흡사한 인문학적 경험들이 나를 또 어딘가로 데려갈 것이다. 새롭고 경이로운 고비의 황홀경으로! 어떤 후유증을 앓게 되더라도 그건 더 이상 관심사가 아니다. 경험이라는 홍역이여 오라, 그 뿐 아니겠는가!
♡♡°♡♡°♡♡
첫댓글 저 발자취. 바람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겠죠. 우린 그런 인생을 살고 있는데.. 꼭 그거 제 발자국 같네요..그러니 실체라는 것은 없다는 게 맞을 거고... 마음.. 곧 이상.... 결국 우린 현실을 살아야한다고들 말하며 이상주의자들을 미친 또라이 취급하지만.. 난 현실주의자들이 더 안타깝다고 생각하는 일인임... 난 내가 이상주의자라서 감사할 따름이고.... 찰라에 지나는 것들을 잡고 발버둥치는 생명들이 안타까울 뿐이고. 뭐 오늘 뻘소리 좀 하고 갑니다. 19살 적 부터 마신 술을 20년 만에 끊은지 오늘 한달 째 걸랑요. 금단현상 ㅋ 그리고 김승옥의 단편들을 읽고 난 후라 매우 흥분한 상태^^ 한 2년 후에 한잔 하입시데이~~
앗 그리고 오늘 제 자신을 알게 된 건데........ 전 절대 큰 그릇은 못 되는 가봐요....... 내 아롱이 다롱이를 위해 죽을 순 있지만 나와 말 한마디 섞은 적 없고 나와 한 편의 추억도 없는 인간들을 위해........ 죽는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섞은 일인 것 같아서요...<전 지금 진실에 관한 것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 진실이란 것은 자기 자신도 모르고 착각할 때가 많아요.. 세월호.. 아이들.. 생명이 억울하게 죽었다.. 아프다.. 하지만 이젠 아프지 않다.. 어제 차를 타고 가다가 도로에 피터져 죽은 고양이 시체를 봤다.. 아팠다..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안 잡혔다.. 하지만 또 잊자..나도 죽는다. 죽기 전까지.. 더욱 진실하게 살자..
어느날 나는 죽었다. 이제 세상엔 나는 없다.. 사람들은 곧 나를 잊을 것이다.. 하나도 나를 위해 울 사람 없다... 하긴 나도 그 누구를 위해 운 적이 단 한번도 없다.. 사실이다.. 나는 울었다고 착각했다.. 하지만 울지 않았다.. 사실이다.. 그러니 난 정상이다.. 난 나를 세울 수 있다.. 다행이다.. 그런데 어제도 수면제를 5섯 알이나 먹었다. 또 못일어날까봐 알람을 10개나 설정해 놓고 잠들었다.. 그런데 일어나니 또 오후다 출근 못했다.. 좆 됐다.. 오늘 굶어야한다. 젠장이다 조졌다. 개쌔끼다. 미쳤다. 망했다.<김승옥 단편 소설에 있는 버전> 오늘은 수면제를 두 알만 먹고 자자.. 아니 날을 샐까? 좀 비몽사봉하겠지만 출근할 수
있다면.. 그리하여 그제 먹었던 햄버거에 콜라도 사 먹고 아롱이 다롱이 최고급 간식도 사주고..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왜 이 세상엔 악마가없는 걸까? 악마가 있다면 그 악마에게 내 순결한 영혼을 팔 겠구만.. 내 영혼의 값어치는 어마어마 할 테니 악마가 충분히 살 것이고.. 나는 그 대가로.. 모든 것을 다 얻을 것인데..... 푸 하하^^ 한강의 채식 주의자 보다 김승옥의 무진기행이 백배 천배 훌륭해 보이는데 왜 상은 채식주의자가 탔을까? 김승옥 지지리 재수 없다.... 한강은 재수 좋고.. 푸하하 대문호들은 대부분 알콜 중독자에 병자에 또라이 기질에.. 비참한 최후를 맞이 했는데....... 헉 나는 이제 술을 끊고 여자도 끊고 뭣도
끊고 재미 없는 하루 하루를 살고 있으니 처 박혀 책벌레나 되어 아롱이 다롱이랑 재롱 떨며 놀고만 있으니.. 대문호 되긴 걸른거 같고~~ 푸하하^^ 그나저나 거기 뜨거웠겠어요..... 이제 한바탕 울고난 여름의 하늘이라 앞으로 매우 성숙한 여름의 열기가 우릴 찌를 텐데..그 사막에서 미리 예방접종을 하고 오신터라 견디기 저보단 쉽겠습니다.^^ 아 고프다 배도 고프고 가슴도 고프고 영혼도 고프고 고프다 고프다. 하, 고, 프, 다.^^
민숙 시인님 몽골 다녀 오셨어요?
느낌이 몽골내새가ㅈ나는데요 ㅎㅎ
가시기전에 미리 말씀하셨으면 뭔가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릴 수 있었을텐데 ㅎㅎ
그래도 처가 친척들은 빵빵합니다 ^^
그렇군요....정보가 이제야 들리다니 유감입니다. 다음 다시 한 번 가고 싶은데 그땐 꼭 연락드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