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와 자연, 감상여행 2021.10.25.(월요일)
약 2년여 만에 교회 열한 분의 권사님들과 함께 가을 나들이,
“창조와 자연 감상여행”을 다녀왔다. 일일 여행이지만 만만치
않은 뜻깊은 발걸음이었다. 아침 8시에 서울을 출발 경부
고속도로 두 대의 밴에 합승하여 대전IC로 나와 충북 옥천
대청호 끝자락인 수생식물원, 천상의 낙원에 도착하니
오전10시40분이었다. 20여년전에 그곳을 매입하여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고 고풍스런 집을 짓고 하루에도 500명씩의 관람
객을 맞이하고 있다.
그 정원을 계획하고 만드신 분이 주서택목사님이시다. 그 날
목사님이 친히 나오셔서 가이드를 해주시고 정원관람을 마친
후에는 친히 강의실과 숙소가 준비된 거실에 모여 30분간
강의를 해주셨다. 성도의 자녀들이 복받는 삶을 나누어주셨다.
특히 어머님의 남에게 퍼주기, 남을 대접하고 환대하신 말씀
을 통해 어머니와 아버지가 남을 섬기고 베푸고 대접하는 것
은 분명 자녀들에게 복을 남기는 선한 행위라고 하셨다.
이번 여행에도 목사님은 우리를 마음을 다하셔서 정성으로
장소와 쉼 공간을 허락해주시고 후배인 나(박목사)를 사랑과
친절히 대해 주셔서 짧은 시간 정원을 거닐면서 그간의 목회
이야기와 은퇴 후의 삶을 위한 조언을 기탄없이 말씀해 주셨다.
그 강의를 통해 목사님은 내가 여러분들에게 오늘 박사보다
높은 “밥사학위”를 주겠노라고 하셨다. 감동의 강의를 들었다.
그리고 나서 우리는 상 주위에 둘러 앉아 오랜만에(아니 처음으로)
권사님들의 육성으로 “시 낭독” 시간을 가졌다. 나는 권사
님들을 위해 며칠간 윤동주의 시작(詩作)가운데 12편을 선별해서
각각 다르게 준비해서 그날 무작위로 한 작품씩 드리고
시 낭송을 하도록 했다. 시를 나눠드리는 동안 벌써 권사님
들의 얼굴이 상기된 모습이 역역히 드러났다. ‘웬 시(詩)?’ 또는
‘놀러와서 시 낭송이라니’라고 하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 분도 예외 없이 받아든 즉시로 전달된 시 작품을
보시면서 눈으로 마음으로 의미있게 음미하고 계심을 보았다.
이 가을에 흰머리 소녀들은 이미 감성 충만으로 아름답고
서정적인 순간을 맞이한 것이다. 맨 먼저 최정분권사님의 “자화상”
시 낭송이 또박또박 마음을 실어 시인 윤동주의 감정으로
읽어가는 시 낭송을 들으며 권사님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 최권사님의 눈에 눈물이
맺히고 목소리를 떨기 시작 했고 그리고 각각 자기 순서를 기다
리던 권사님들은 더 이상 자신의 손에 잡은 작품보다 시 낭송
감상에 빠져들면서 모두 눈물샘이 터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감정은 내내 계속되었고 중간 순서쯤 유경란권사님의 “별헤는 밤”
낭송에는 그만 권사님이 윤동주의 시상(詩想)에 빠져 눈물로 바다를
덮는 듯이 펑펑 눈물을 흘리셨다. 그리고 객석은 눈물의 강이
흐르고 있었다. 아, 이 감동!
아, 어쩌나! 이 소녀 감성의 흰머리 소녀들의 저 내면의 사랑
스런 감성을 어떻게 해야 좋을까? 천상의 정원에서 천상의 소녀
를 발견한 것이다. 참으로 사람은 설명하기 어려운 존재다. 방금
전까지 강의를 들으며 웃고 도전도 받고 밥사학위를 받고 등등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는데 3-4분도 되지 않아 시를 낭송하는
순간, 거짓말처럼 열한 분 모두가 시인이 되었다. 그리고
소녀 감성의 분출은 매우 인상적인 느낌을 주었고 잘 쓰지 않는
표현이지만 ‘은혜만땅’이었다.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가끔
주일날 내가 설교를 할 것이 아니라 우리 권사님들이 한편의
시를 낭송하게 해도 엄청난 은혜가 대박 파급이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 그러면 목사직무 유기가 되는가?)
그리고 점심을 먹고 귀경길에 세종시 전의면에 소재한 정원교회
를 방문했다. 정원교회는 박종해 목사가 6년 전 개척한 교회다.
목사님 개인이 남다른 하나님의 은혜를 입고 연약한자들(특히 공황
장애자들)을 위한 치유사역에 헌신하는 목사님이셨다. 시골
산속에 어떻게 이렇게 교회를 세우고 참 아름답고 참 신기한
예배당을 세워 영혼 구원에 헌신하고 계신다. 일년에 2500여명이
이곳을 방문하고 목사님은 묵묵히 그리고 조용하게 이 사역을 감당
하고 계신다. 우리는 그곳에서 목사님의 사역간증을 듣고 예배당으로
옮겨 또 한 번의 기도회를 가졌다.
하루 여행을 이렇게 아름답고 고품격 그리고 서로를 배려하며
사랑스런 여행을 할 수 있어서 나도 행복했다. 그리고 나이와 상관
없이 가을녘 꽃도 그리 아름답지 않고 나뭇잎도 단풍으로 갈아
입을 태세라 별로 예쁘지도 않은데도 풀잎 하나, 꽃잎 하나를 보며
어린 소녀처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참 좋았다. 이렇게 멋진
권사님들과 언제 또 이렇게 좋은 여행을 할 수 있을까? 함께 하지
못한 권사님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드린다. 에스더회에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