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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나쁜X!!
평온한 내 마음을 이렇게 마구 흔들어놓다니...
kts게시판 한쪽 귀퉁이에서 발견한 서울-부산 왕복 1,000km 싸이클링 대회안내 게시물은 내 온마음을 들뜨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아무런 지원도 없고 오직 자신의 힘만으로 서울-부산을 왕복하는 1,000km라니...
구간도, 거리도 다 매력이었다.
지도를 보기만해도 가슴이 뜨거워졌다.
세상에나...
누가 이런 멋진걸 만들어놨을까?
대회 홈피를 찾아보니 이런 글이 있었다.
'
랜도너스 (Randonneurs)는 200km에서 1200km 사이의 장거리를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오직 자신의 인내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랜도링 (Randonneuring) 은 프랑스에서 기원되었고 매년 8월에 개최하는 파리-브레스트-파리 (PBP) 1200km 구간에 참여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 있는 많은 랜도너스들이 이곳으로 모였으며 이 대회는 4년 동안 개최되었습니다. 한국랜도너스는 2009년에 설립되었으며 첫 Brevets은 2010년에 개최되었습니다 (BICYCLELIFE). 한국에서의 모든 랜도너스 싸 이클링은 Audax Club Parisien에 의해 승인되었음 (ACP 601000).'
뭔가 몰라도 이름도 그럴 듯하고, 기원도 그럴 듯하고, 족보도 그럴 듯하고... 낚였다.
비용도 멤머쉽비 1만원, 참가비 1만원 저렴도 하고^^
문제는 대회일까지는 일주일도 채 남지않은 기간.
그동안 자전거란 올해 목포대회 출전과 60km라이딩 한번, 30km라이딩 한번을 제외하곤 10여분거리를 출퇴근한게 전부인 내게 과연 1,000km라는게 가당키나한 일인가?
더군다나 75시간이라는 제한시간까지 있어 잠도 제대로 못자면서 가야하는데...
난 잠에 제일 취약한데 과연 가능할까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언제 운동하고 대회에 나갔던가.
철인경기건 자전거 전국일주건 다 별다른 훈련과정없이 저지른건데 이거라고 못할게 있겠나싶어 저질렀다.
참가비 입금, 자료출력, GPS자료 로딩, 자전거 용품셋팅... 생각외로 준비할게 많았고 결국 대회 2~3일전부턴 충분히 자야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4시간이상을 자지못하고 준비에 매달렸다.
길 이정표라고 할 수 있는 큐시트는 온통 영문으로만 되어있어 영어사전 들춰가며 읽어야했으니... 쩝.
[라이딩]
2011.10.01. 06:00 출발지점인 한남대교밑 세븐일레븐 편의점앞에 1,000km 대장정에 나설 30명의 건각들이 몰려들었다.
내국인 27명, 외국인3명, 내국인여자 2명.
다들 장비가 삐까삐까하다.
주최자인 Jan Boonstra의 주의사항을 듣고 06:25 출발.
배낭무게가 묵직하지만 기분은 좋다.
한강변을 따라 달리다보니 해가 떠오른다.
앞으로 갈 길도 멀고하니 여유를 부려보며 카메라에 담아본다.
이런 기분 끝까지 유지되길 바라면서...
주로엔 감독자가 없다.
내가 스스로 지정된 길을 찾아갈 뿐이다.
다만 인증샷을 위해 콘트롤 포인트라고해서 지정된 편의점에 들러 각자 휴대하고 있는 콘트롤 카드에 스탬프와 시간을 찍어와야 한다.
철인경기에서 지점별 제한시간이 있듯이 이 경기에도 구간별 제한시간이 있으나 그 제한시간을 넘긴다고 해서 실격되진 않았다.
다만, 골인지점까지 전체 제한시간인 75시간내에 들어오면 완주로 인정하는 그런 경기였다.
그 첫번째 포인트가 43km지점의 퇴촌에 있는 훼미리마트였다.
순조로운 라이딩, 제한시간인 10/1 09:09에 08:30 도착.
선두그룹은 보이지도 않고 후미그룹 7명이 몰려가고 있었다.
같은 클럽회원인지 다들 페이스를 맞춰서 라이딩했다.
두번째 포인트는 94km지점의 여주에 있는 훼미리마트.
제한시간인 10/1 12:16에 11:19 통과.
조금씩 제한시간에서 여유있게 통과하고 있다.
빠르진 않지만 이대로만 간다면 중간에 충분한 수면시간을 가질 수 있다.
세번째 포인트는 157km지점의 충주에 있는 GS25시.
제한시간인 10/1 16:28에 14:48 통과.
10/1 16:17 아이언맨 코스인 180.2km통과.
기념으로 GPS 데이타를 촬영했다.
요거리를 목포에서는 7시간10분 걸렸는데
이번 라이딩에서는 GPS상 9시간 47분 걸렸다.
돌아올걸 생각해서 페이스를 늦추다보니 생각보단 많이 걸렸다.
이동시 평속 22.12km/h, 휴식시간포함 평속 18.4km/h다.
원래계획은 이동시 평속 25km/h, 휴식시간포함 평속 20을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힘들었다.
일행도 없다.
거의 홀로 라이딩이다.
콘트롤 포인트에나 도착해야 한두명정도 보인다.
네번째 콘트롤 포인트는 정보포인트였다.
몇키로 지점에 있는 이정표 거리를 콘트롤 카드에
적으라는 지시.
콘트롤 포인트에 관한 정보에 사진이 실려있어
그 사진을 기억해야 했다.
마치 보물찾기 하는 듯한 라이딩.
240km지점이었다.
상주박물관까지의 거리를 카드에 기록했다.
7.8km.
그리고 인증샷.^^
휴... 이제 정말 힘들다.
속도도 안나고 무릎에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하긴 운동도 전혀 안하고 이런 라이딩을 하는 것 자체가 미친 짓이지...
걱정된다. 돌아오는 길이. 이래서야 돌아올 수 있을까 염려된다.
가급적 회전력위주로 탄다.
다섯번째 콘트롤 포인트는 279km지점의 예천에 있는 훼미리마트.
제한시간인 10/2 00:36에 10/1 22:25 통과.
다음 콘트롤 포인트는 봉양으로 거긴 수면을 취할 수 있는 곳이다.
주최측에서 협의해놓은 모텔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수면을 취할 수 있다.
부지런히 가서 몇시간이라도 자야지.
하지만 야간라이딩이다보니 속도를 내지 못한다.
잘못하다 도로상 장애물 피하지 못하여 펑크나면 낭패.
조심조심 도로를 비추기엔 턱없이 약한 라이트에 의존해 칠흙같은 어둠길을 달린다.
지방은 가로등이 없는 도로가 많아시 그야말로 암흙천지다.
헉헉... 봉화산... 이 어둠에 산이라니... 넘 힘들다.
악을 써가며 간신히 올라가도 내리막에서 속도를 못낸다.
보이는게 있어야지...
그저 무자비하게 곤두박질하려는 자전거를 제동할 수 있는게 내가할 수 있는 전부다.
여섯번째 콘트롤 포인트는 332km지점의 봉양에 있는 세븐일레븐 편의점.
제한시간인 10/2 04:08에 10/2 03:02 도착.
지친몸에 졸음에 페이스는 갈수록 떨어졌다.
기온도 많이 떨어져 춥다. 상의는 여벌로 가져와 큰 문제없는데 하의가 문제.
골바람에 살속까지 찬기운이 침투한다.
제한시간까진 1시간 남은 빠듯한 시간.
숙박하는데 5천원이란다. 싸긴한데 한시간 자고 나오기엔 좀...
그래서 근처 분식점에 가서 뜨거운 오뎅궁물에 김밥하나 사먹으며 몸을 녹였다.
그리고 인근에 있는 봉양파출소에 가서 신분밝히고 잠시 쉬어가자 했더니 방범대원들 방을 내준다.
거기서 보일러키고 잠시 30분만 눈을 붙인다는게 그만 1시간반을 자고 말았다.
다시 출발.
370여km까지는 완만하게 오르막.
말이 완만한거지 끊임없이 올라치는 오르막이다.
쏟아지는 잠에 잠깐씩 길에 눕지만 오래 버티질 못한다.
넘 추워서 잠깐이라도 잠에 빠지면 바로 오한이 든다.
넘 추워서 상체고 하체고 가릴 것 없이 바들바들... 핸들까지 흔들린다.
난 잠이 쏟아지기 시작하면 페이스가 절반으로 뚝 떨어져버리는데 속도가 영 형편없다.
그 영향은 바로 제한시간 오버로 나타났으니...
일곱번째 콘트롤 포인트는 393km지점의 금호에 있는 훼미리마트.
제한시간인 10/2 08:12에 10/2 09:12 도착
봉양에서 늦게 출발한게 결국 금호에서도 1시간이나 늦게 도착하는 결과를 낳았다.
평속25km/h를 유지하지 못했다.
순간 순간 36km/h를 넘기는 속도로 달리지만 전체적으로 페이스가 떨어져 평속은 18km/h이하로 나타났다.
무릎도 상당히 아프고...
게다가 금호에서 다음 콘트롤 포인트인 언양까지는 가지산을 넘어야했다.
좌측의 고도표에서 보이듯이 그 고도차가 심했다.
그에 더불어 난 곡소리가 났고.
에구...에구...
그러면서 떠올렸다.
과거 싸이클로 동절기에 태기산넘던 기억.
그것도 해냈는데 이것도 할 수 있다고 계속 되내이며 스스로에게 용기를 불어넣었다.
당장 내리고 싶었지만 오점을 남기고 싶지 않았기에 죽을 힘을 다해 올라쳤다.
내리막에서는 가능한 쏘았지만 미끄럼 방지시설이나 패인 도로때문에 사고가 우려되어 자꾸만 브레이크에 힘을 가했다.
가끔 속도계를 보지만 70km/h를 넘기지 못하는 속도로 내려갔다.
도로사정이 너무 좋지 않았다.
장마로 패인 도로가 너무 많았고
싸이클이다보니 펑크우려가 높아 조금이라도 충격이 우려되면
바로 브레이크를 잡아야했기에 손이 아플 정도였다.
더군다나 몇개 산, 재, 고개 등을 넘다보니 브레이크를 잡는 손에
따끔따끔한 자극이 왔다.
결국 오른손에 물집이 잡히고 말았다.
그러다보니 브레이크를 잡을 때마다 통증으로 인해 제대로 제동을 할 수 없었다.
오~~ 이게 뭔 고생이람...
여덜번째 콘트롤 포인트는 462km지점의 언양에 있는 훼미리마트.
제한시간인 10/2 12:48에 10/2 13:38 도착
제한시간에서 50분 넘긴시간. 좀처럼 오버된 시간이 줄어들지 않는다.
그만큼 체력이 많이 소진되었다는 소리겠지.
반환점인 부산으로 가는 길, 큰 고도차는 없어 그리 고생스럽지는 않다.
다만 제한시간을 넘겨서 달리고 있는게 몹시 부담스럽다.
이런 식으로 달리다가는 서울까지 75시간내에 들어간다는 것은 요원하기 때문.
가급적 빨리 달렸다.
대회 주최자인 Jan Boonstra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현재 위치, 몸 상태 등을 묻는데 이노무 혀가 짧아서 잘 들리지도 대답하지도 못한다. 흐미... 챙피...
드디어 아홉번째 콘트롤 포인트인 부산 해운대앞에 있는 맥도날드 매장에 도착.
제한시간인 10/2 16:36에 10/2 17:05 도착.
제한시간 오버시간을 30분으로 줄였다. 서울에서 여기까지 걸린 시간은 35시간이 소요되었다.
주최자의 말에 의하면 서울에서 30명이 출발하여 부산에 11명만 도착했단다.
내 뒤로도 3명이 지금 오고 있다고 하고.
아마도 체력보다는 길을 잃어서 못온 사람들이 대부분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지 않은 도로로 인해 자전거에 충격이 많이가서 인지 GPS거치대가 헐거워졌다.
다시 조이고 휴식을 충분히 취한 후 18시경 출발했다.
다시 돌아올 밤의 추위가 걱정되어 근처 홈플러스에 들렀다.
여자용 타이즈 하나를 사서 저지위에 입어보니 그런대로 따뜻했다.
다리에서 찬기운이 느껴지지 않으니 훨씬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그러다보니 또 한시간을 훌쩍 넘겨버렸다. 아~ 시간없는데...
장비에 또 문제가 생겼다. 전방 깜박이가 떨어져버렸다.
진동으로 인해 나사가 풀려버려 라이트까 떨어져나갔다.
다행히 전방 라이트를 2개해놔서 다행이다. 나머지 하나로 버티기로 하고 떨어진 라이트는 배낭속에 넣어버렸다.
온길 되돌아가니까 길 찾는데 별 문제없으리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자꾸 길을 잘못든다.
주변 카센타에가서 길을 물어보니 자꾸 엉뚱한 대답만 한다.
난 지도상 길을 어떻게 찾아가야 하는지 몰어보았으나 카센타 직원은 목적지만을 물으며 지름길을 알려주겠다고 한다.
난 지도상의 루트를 따라 가야한다고 강조함에도 불구하고...
그러다 나타난 그 부인이 내 말을 정확히 알아듣고 길을 알려준다. 휴~~
게다가 또 장비에 문제가... 후방 깜박이에 문제가 생겼다.
어두운 시간에 후방 깜박이가 안된다면 야간 운행은 포기해야만한다.
장장 30분 동안 수리를 해서 간신히 정상상태로 되돌아왔다. 이래저래 시간만 흘러간다.
어제 2시간도 채 못자서인지 졸음이 쏟아졌다. 떨어진 속도도 문제지만 졸음으로 인해 도로 조건에 대한 반사반응이 늦어진다.
위험하다 싶어 근처 편의점에 들러 1시간가량을 가수면상태로 쉬었다.
그리고 다시 출발. 하지만 한번 쏟아지기 시작한 잠은 물러날 줄 몰랐다.
아~ 이 수마... 정말...
결국 코스중에 있는 상북파출소에 들어갔다. 진한 커피로 잠을 쫒으면서 잠시 쉴려구.
하지만 직원의 너무 친절한 대응에 그만 권하는 대로 따뜻한 방에 들어가서 2시간을 편하게 잤다.
아니... 넘 피곤해서인지 잠을 잤다기보단 비몽사몽 헤맸던거 같다.
게다가 야밤에 민방공 싸이렌이 요란하게 울리면서 뭔가 계속 방송으로 떠들어댄다.
이 시골에 대체 무슨일이.... 뭐라도 터졌나? 심란하다
열번째 콘트롤 포인트는 577km지점의 아까의 그 언양 훼미리마트.
제한시간인 10/2 20:28에 10/3 01:51 도착. 제한시간 5시간 초과. 와우~ 이거 거의 살인적인 늦은 기록이다. 미쳐...
또 끊임없는 언덕치기가 시작되었다.
한 고비 넘고 두 고비 넘고... 근데 내 역방향으로 달려오는 자전거가 있었다.
외국인.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지나치며 잘 살펴보니 이번 서울-부산 왕복 라이딩에 참가한 외국인이었다.
이게 뭔일? 포기했나? 물어보고 싶었으나 힘겹게 달리는 자전거를 멈출 엄두가 안나서 그냥 진행했다.
어둠을 타 몇개의 큰 산인지 재인지를 넘고보니 아침이다.
열한번째 콘크롤 포인트는 646km 지점의 금호 훼밀리마트
제한시간인 10/3 02:02에 10/3 10:40 도착, 제한시간에서 8시간30분 초과, 갈수록 태산이다. 마치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빛처럼.
달리고 달리고 달리고 달리고....
그래서 열두번째 콘트롤 포인트에 도착. 708km 지점의 봉양 세븐일레븐 편의점.
제한시간인 10/3 07:27에서 7시간 초과한 10/3 14:30 도착. 오버시간 1시간 30분 줄였다.
서울에 제한시간내 도착은 물건너갔다.
이젠 서울에 무사히 도착하는게 목적이다.
열세번째 콘트롤 포인트인 761km지점의 예천 훼밀리마트에 도착.
제한시간인 10/3 12:05에서 6시간 초과한 10/3 18:07 도착, 오버시간을 자꾸 줄여나간다. 또다시 1시간 기록단축.
이런식으로 나간다면 잘하면 서울에 제한시간내 들어갈 수도 있겠다.
좀더 땡겨보자. 힘!!
하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내 주특기인 졸려~~ 이 졸음앞에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결국 문경을 눈앞에 두고 또 이름모를 파출소 문을 두드렸다.
좀 쉬었다 가겠습니다~ ^^
결국 여기서도 권해주는 안락의자에 앉아 2시간여를 가수면상태로 쉬었다.
파출소 직원이 난리다. 제발 포기하라고. 문경에가서 찜질방에가 잠을 자고 가라고.
필요하다면 자전거를 파출소에 맡겨두고 나중에 찾아가도 좋다면서 사고날까봐 겁난다며 계속 포기를 종용한다.
사실 나도 그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기에 반쯤은 나도 모르게 그 의견에 동조하고 있었다.
이른 새벽에 수안보에 도착하니 쉴만한 공간이 없었다. 날씨가 추워 몸은 자꾸 움츠러들고...
그러다 농협 현금인출기룸이 보였다. 옳거니... 들어가니 훈훈하다. 몸도 녹힐겸 잠깐 서서 졸았다.
그러다 다시 몸에 한기를 느껴 밖에 나서니 상록호텔이 보였다. 로비에서 또다시 2시간이상을 쉬었나보다.
여기서 사무실로 전화해 병가하루 내달라고 요청하고 집에 전화해 포기의사를 밝혔다.
다만 어떤 방법으로 서울 올라가고 사우나는 언제 갈건지만을 고민하는 단계였다.
근처 식당이 문열자 따뜻한 국밥으로 몸을 데웠다.
그리고 밖에 나서니 그새 기온이 올랐는지 훈훈하다.
이거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더니... 나도 모르게 그만 터미널이 아닌 다음 콘트롤 포인트인 충주로 향하고 있었다.
이젠 제한시간내 완주가 아니라 제한시간을 넘겨서라도 끝까지 해보겠다는 마음뿐이다.
그래서인가 주변의 멋진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분명 같은 길을 왔었을텐데 돌아가는 이제사 그 멋진 풍경이 눈에 들어오다니... 기록을 포기하니 이제사 여유가 생긴다.
열네번째 콘트롤 포인트 지점 848km지점의 충주 GS25시 편의점에 도착했다.
제한시간인 10/3 19:42에서 14시간을 오버한 10/4 09:57 도착.
돌아가는 길... 지루했다.
그래서 가다 밤도 줍고 까먹고...
서울서 부산갈 때 들렀던 소방파출소에도 들러 커피한잔 마시며 담소도 나누기도 하고.
식당이 보이길래 보리밥이나 먹을까하고 들어갔더니 2인분 이상만 가능하다네... 나원참...
결국 다른 식당으로 가서 대충 끼니를 때웠다.
달리니 목적지에 도착하게 되었다.
열다섯번째 콘트롤 포인트인 911km지점 여주 훼미리마트에 도착.
제한시간인 10/4 01:13에서 15시간 오버한 10/4 16:00 도착.
도착하는데 한 라이더가 훼미리마트에서 출발하려 하다 날 보더니 멈춘다.
혹시 서울-부산 왕복 라이더아니냐고. 그러면서 무척 반가워한다.
봉양에서 마지막 통과자를 물었는데 6시간전에 통과했다고하여 허벌나게 달려왔단다.
일행과 함께 부산에 도착했으나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가 더이상의 라이딩을 포기하여 자신도 포기한 상태로 잠자고서 자전거로 복귀할 생각으로 올라오고 있었다고.
함께 서울까지 가자고 하였으나 내가 사양했다. 내 라이딩속도가 훨씬 늦을 것이기에 먼저 가라고 권유하여 보냈다.
퇴촌... 훈련하러 여러번 갔었지만 내가 아는 퇴촌은 늘 조용하고 한가한 풍경이었다.
그런데 이번 퇴촌을 통과하는 라이딩코스는 완전 화려한 모습이었다.
언제 이런데가 있었던가...
언덕길은 내게 죽음이었다. 근육통이 생겨서 페달링시 힘을 주지 못했다.
결국 최대한 기어를 이용해서 올라가는 수 밖에.
힘겹게 962km지점인 열여섯번째 퇴촌 콘트롤 포인트에 도착했다.
제한시간인 10/4 05:41에서 13시간30분 뒤진 10/4 19:13 도착.
아리까리한 길을 찾아 달리다보니 서울에 입성했다.
강변도로를 따라 달리는데 자전거에 문제가 생겼다.
언덕길에서 기어변속만 했다하면 체인이 그대로 빠져버렸다.
다리통증으로 페달을 제대로 밟지 못하는 상황에서 언덕길을 기어변속없이 올라가야 한다니... 난감했다.
다행히 서울에 들어와서 고장났으니 다행이다.
졸음이 또 몰려왔다. 아주 강하게. 비몽사몽속에서 자전거를 탔다.
역시 졸음운전은 제멋대로 운전이었다. 이리비틀 저리비틀...
그러다보니 출발점인 한남대교 밑 세븐일레븐 편의점 도착. 골인!!
드디어 끝냈다.
이름하여 열일곱번째 콘트롤 지점인 서울, 피니시 지점이다.
제한시간인 10/4 09:00에서 14시간 늦은 10/4 23:00 도착.
75시간내에 돌아왔어야 했는데 89시간 걸려 완주했다. 시간외 완주.^^
주최자에게 전화해서 도착사실을 알리고 집으로 향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집에 도착하니 00:30분. 허벌나게 졸면서 안식처에 도착했다.
이로서 서울-부산 왕복 1000km 라이딩을 완성했다.
GPS데이터를 보니
이동시간 52시간 51분, 정지시간 35시간22분, 이동평균속도 19.7km/h, 전체평균속도 11.8km/h, 거리계 1043.49km
콘트롤 카드상 1,005kmf인데 GPS자료를 보니 내가 38km를 헤맸다는 얘기다.
[프롤로그]
후유증... 예전에 자전거 전국라이딩후 팔이 저려 신경치료를 받았던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그런 증세가 나타났다.
이번엔 양손, 양발... 모두가 저렸다.
손은 그래도 10일쯤 지나니까 저린 증세가 호전되고 손가락에 힘이 생겼다.
처음 얼마동안은 젖가락질도 못했었는데...
발은 아직도 저리다. 좀더 기다려보고 그래도 증세가 호전되지 않으면 또 병원신세를 져야할 듯하다.
체중... 살 빠졌다는 소리는 들으나 오히려 출발전보다 1kg은 더 나간다.
빨리 회복할려고 닥치는 대로 먹었더니만 바로 체중의 증가로 나타난다.
라이트... 강력한 걸 준비해야 겠다. 야간에 전방상태를 제대로 하지 못해 속도를 낼 수 없었고 더 힘들었다.
내년에 또 한다면 아주 강력한 라이트를 준비해야 겠다.
체력... 준비없는 대회참가는 곧 고생길... 이번 라이딩은 이걸 확인시켜준 또 하나의 수업이었다.
늘 마음만 앞서서 움직이다 보니 몸이 늘 고생이다.
이번 또한 마찬가지. 훈련이라고는 전혀 하지도 않고서 장거리에 난선다는것 자체가 무리수였다.
왕년에... 이런 마인드로 욕심을 내다보니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비록 시간내 완주는 아니었지만 늦더라도 마칠 수 있어서 좋았다.
우선 내 만족이었고 시간외 이긴해도 완주했으니 그 자체만으로도 만족이다.
다만 내년엔 훈련좀 해서 시간내 완주를 하고 싶다.
첫댓글 진짜로 고생길이 훤이 보이는 2차 후기가 기대되는데...ㅋㅋ
간신히 마쳤습니다. 쓰는 제자신도 지루한데 읽는 분들은 얼마나 지루할까 생각해봅니다. ^^
하여튼 대단한 슨수여
ㅎㅎ 대단한게 아니라 미련한거...ㅋㅋ
무식한겨 아님 미련한겨...웃자고 한소리여 수고하셨어요.다음장이 기대가 됩니다.
둘다 맞어~ ㅋㅋ 내가 생각해도 이건 넘 무식한 짓이여~ㅎ
으~마 으~마 하구마이......
퇴촌에서 전화통화 할 때만해도 쌩쌩했는데 골인하고 나서는 완전히 맛이 갔습니다 ㅎㅎ
으미.....^.^ 완주 축하드립니다.
ㅎㅎ 고마워~~ 비록 완주증은 받지 못했지만.^^
워낙 장거리이다보니 후기도 장기간 작성 중이시네요...
아직 반을 안 넘긴 것 같은 데 벌써부터 징글징글이란 단어만 맴돕니다.
후기쓰는 것도 징글징글해~ ^^
아닐듯 아닐듯 하면서 조바심 나게 하시는 불가사리한 형님이십니다.
불가사리가 쓸모있나? 말려서 태우면 잘 탄다는데... 장작으로 쓸모있을려나? ㅎㅎ 아무튼 나도 날 이해못해~ㅋ
고생 많으셨네요...다음편 기다립니다~~ㅎ
간신히 후기 마쳤는데 쓰면서도 지루해서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에 후다닥...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