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고파요 박소란
삼양동 시절 내내 삼계탕집 인부로 지낸 어머니 아궁이 불길처럼 뜨겁던 어느 여름 대학병원 중환자실에 누워 까무룩 꺼져가는 숨을 가누며 남긴 마지막 말 얘야 뚝배기가, 뚝배기가 너무 무겁구나 그후로 종종 아무 삼계탕집에 앉아 끼니를 맞을 때 펄펄한 뚝배기 안을 들여다볼 때면 오오 어머니 거기서 무얼 하세요 도대체 자그마한 몸에 웬 얄궂은 것들을 그리도 가득 싣고서 눈빛도 표정도 없이 아무런 소식도 없이 늦도록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느른히 익은 살점은 마냥 먹음직스러워 대책 없이 나는 살이 오를 듯한데 어찌 된 일인가요 삼키고 또 삼켜도 질긴 허기는 가시질 않는데
어머니는 생전에 품삯을 받고 삼계탕집에서 일을 하셨나 보다. 식당을 찾은 손님들에게 매일매일 뜨거운 뚝배기를 내놓으셨겠지. 치솟는 불길 앞에서 연신 땀을 훔치셨겠지. 내내 그 식당 일을 하시느라 얼마나 팔이 아프셨으면 눈을 감으실 때에 하신 마지막 말씀이 "얘야 뚝배기가, 뚝배기가 너무 무겁구나"였을까. 어머니에게 이 세상을 사는 일은 얼마나 무거운 노역이었을까.
어느덧 장성한 딸은 때때로 삼계탕집에 들르는데 그럴 때마다 펄펄 끓는 뚝배기 안에서 일하는, 살아생전의 어머니를 본다. 이 딸은 또 얼마나 가슴이 미어졌을까. 한 시인은 "인간의 원적지(原籍地)는 어머니다"고 말했다. 우리들의 어머니는 한없이 큰 사랑의 포대기로 우리들을 평생 둘러업는다.(문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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