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나무 / 최옥경 이 “남편나무”는 헬렌 피셔, 셀린디옹의 노래 “사랑의 힘”의 가사를 개사한 노래다. ~ 메일을 열어보니 이 노래가 와 있었다. 나는 그만 헬렌 피셔의 아름다운 노래에 흠뻑 ~매료 되었다. 그녀의 노래를 유튜브로 들으면서, 나에게 공감이 많이 되는 “남편나무”의 ~노래 가사를 나지막하게 읊조려 보았다. “어느 날, 남편나무가 바람도 막아주고 그늘도 되어 주어 언제나 함께 하고 싶고 ~사랑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 나무가 싫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왜냐하면 ~그 나무 때문에 시야가 가리고 항상 내가 돌봐줘야 했기 때문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할 때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비록 내가 사랑하는 나무이기는 했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그런 나무가 싫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때로는 귀찮고 나무가 불편하게 함으로 ~남 힘들게 하는 나무가 믿기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괜한 짜증과 심술을 부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더니 어느 날부터 나무는 시들기 시작했고 죽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심한 태풍과 함께 찾아온 거센 바람에 나무는 그만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그럴 때 ~나는 그저 바라만 보았습니다. 그 다음 날 뜨거운 태양 아래서 나무가 없어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고 여겼던 나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 때서야 나는 깨달았습니다. 내가 사랑을 주지 않으니 쓰러져 버린 나무가 ~나에겐 얼마나 소중한지를. 내가 남편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이에 나무는 나에게 ~너무나 소중한 그늘이 되었다는 것을, 이미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는 쓰러진 나무를 일으켜 ~다시금 사랑해 주어야 하겠습니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나 필요한 존재임을 다시 ~알게 되었습니다. 남편 나무님! 죄송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우리 집에 있는 남편나무는 올 이월에 삼십 여 년 동안 재직했던 정든 S 대학교에서 정년퇴임을 ~했다. 누구보다도 성품이 강직하고 정의파였던 남편의 학교 사랑은 남달랐다. 그래서 소유권은 ~있으나 운영권이 마비된 학교의 정상화와 발전을 꾀하기 위해 교수직의 위험을 무릅쓰고 ~학교법인을 상대로 투쟁에 임하게 되었다. 그 결과 어렵게 대법원에서 승소하여 학교의 ~운영권을 되찾아오는데 공은 세웠으나, 여전히 뿌리 깊은 학교법인의 뜻대로 학교는 운영되었고 ~그는 부당하게 해임을 당하고 말았다. 이로써 우리 가정은 남편이 부당해임을 당하게 됨으로 어렵게 되었다. 이렇게 교직에서 해임을 ~당한지가 지금으로부터 십 칠년 전의 일이다. 그렇게 해임이 된 상황에서 넷이나 되는 아이들을 ~양육하고 교육하며 생활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네 아이 중에 세 아이가 음악을 전공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힘든 ~형편 속에서도 아이들은 열심히 공부하며 열심히 악기를 연습했고, 높은 경쟁률을 뚫고서 ~서울에 있는 S대학에 모두들 동문으로 입학을 해 주었다. 이렇게 해서 서울에 올라간 네 아이들은 성실하게 공부를 잘해 주었는데, 아이들이 그렇게 ~안정감을 갖고 지낼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믿음직한 큰 딸애의 공로가 컸다. 때로는 ~저희들끼리 다투며 사네 못사네 하면서 울고불고 하던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형제자매라고 ~서로 의지하며 그 어려운 시절을 잘 지내고, 이제는 저마다의 삶의 자리에서 제 목소리를 ~내며 향기를 발하고 있다. 이제 정년한지 육 개월 차인 남편은 이미 귀농을 했는데, 본인 왈 “이제 나는 농부로 취직했다.”라고 ~말하며 머쓱하게 웃는다. 어제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이것저것 농사에 관련된 정보를 찾아보던 남편이 “아~휴, 농부 되기가 ~그렇게 쉽지는 않구먼, 공부할 것이 왜 이렇게 많아......”라며 혼잣말을 한다. 우리 집 남편나무는 어찌나 개성이 강한지, 모두가 가는 쉬운 길을 택하지 않는 특별한 성격의 ~소유자인 것 같다. 대부분 은퇴 이후에는 꼬박꼬박 나오는 연금을 타 쓰고, 쉬엄쉬엄 운동이나 ~하면서 여유 있게 노후를 보내려고 한다. 그러나 남편은 그렇게는 살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그 여파로 인해 목회자인 나의 삶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그렇다고 내 인생의 동반자인 남편나무가 선택한 ‘귀농’의 길을 어찌 나몰라 할 수 있겠는가. ~사람과 자연히 함께 행복하고 힐링하는 이곳 진안에서 어렵사리 마련한 산과 땅에 저렇게 돌은 ~많고 풀들은 사람 키만큼 웃자라는데,,,...,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인가. 하필 올 여름 ~날씨는 왜 이리 무더운지 집집마다 에어컨이나 선풍기 없이는 살 수 없다고 아우성이다. 어떤 ~이는 선풍기를 사러갔더니 품절이라며 속상해 한다. 이렇듯 날씨까지도 한몫하는데 어쩌란 말인가. 그 누구도 못 말리는 나의 남편나무가 요새는 밉다. 눈치 없이 고집만 피우고 일을 하자고 몰아붙이는 ~그가 못마땅하다. 여전히 나에 대한 이해심이 부족하고, 모든 것을 자기 위주로 생각하며, 상대방을 ~배려하지 못하고 조금만 의견을 달리하면 적개심을 갖는 그의 모습이 못내 서운하고 못마땅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속으로 “내 복이 이것밖에 안되는가 보다.”라며 푸념을 해 본다. 아무리 내가 이처럼 속이 상한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헬렌 피셔가 “남편나무”에서 노래한 것처럼, ‘ ~내가 사랑하는 남편나무이지만 나를 불편하게 하고 힘들게 하고 나의 시야를 가리니, 때로는 미운 ~마음도 들지만, 나의 소중한 분신이니 내 어찌 남편나무를 미워함으로 시들어 버리게 할 수 있겠느냐?’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기에 그와 함께 살아온 날 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더 적음을 생각해 보며, 내가 “대수롭지 않게 ~ 생각했던 사이에 어느새 내 인생의 시원한 그늘이 되어 준” 남편나무, 그의 좋은 반려자가 되어야 ~하리라고 다짐하게 된다. 비록 이곳 진안의 뜨거운 태양 볕 아래에서 하얀 살이 검게 타고, 온 몸에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란다 ~할지라도, 소중한 남편의 꿈과 비전을 함께 공유하며 함께 그 거친 길로 달려가련다. 그가 언젠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여~보, 나 혼자선 재미가 없어서 일을 할 수가 없어. 당신이 옆에 있으니까 하는 것이지. 나 혼자라면 ~내가 이런 일을 할 필요가 없어. 당신과 아이들이 있으니까 뭔가 나도 미래를 위해서 이렇게 땀을 ~흘리게 되는 것이지...” 오늘도 나는 그의 말을 되뇌어 본다, ‘그~래 어차피 ‘썩어져 없어지는 인생보다는 닳아서 없어지는’ 인생이 의미가 있을 테니까, 나도 ~남편나무에게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는 아내나무가 되어야지.’ 라고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우리 부부는 아직 농사에 대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른다. 무엇을 심어야 잘 자라고, 무엇을 ~심어서 풍성한 소출을 거두고 소득을 올리는지도 잘 모른다. 하지만 우리 부부가 심고 가꾼 농작물 중에서 우선 석류와 무화과와 블루벨리, 감나무와 호두나무가 ~그 튼실한 열매를 아름드리 맺어서 가슴 벅찬 수확의 기쁨을 안겨 줄 수 있도록 잡초를 뽑아주고 ~거름을 듬뿍 주고 싶다. 이처럼 우리 가문의 사람나무들이 저마다 좋은 성품의 열매를 아름드리 맺어서 가정과 지역 사회와 ~국가와 인류에 이바지하는 멋지고 유익하고 훌륭한 인재들로 우뚝 설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그 무엇을 주고도 살 수 없는 맑은 공기와 신선한 바람과 저 푸른 창공의 찬란한 햇살과 더불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안빈낙도의 삶을 누려보며, 헬렌 피셔의 “사랑의 힘”을 목청껏 부르리라. ~아니 그이와 함께 큰 딸 결혼식 피로연식장에서 불렀던 “사랑의 종소리”를 날마다 부르며 그렇게 ~소박하게 살고 싶은 것이다. ”서로 믿음 안에서 서로 소망 가운데 서로 사랑하면서 손잡고 가는 길, 오~ 주! 사랑의 종소리가 이 ~시간 우리 모두를 감싸게 하여 주소서.” 먼~ 훗날, 이처럼 가슴 뿌듯한 아름답고 향기로운 새 날을 위하여 우리부부는 꼭 필요한 자양분이 ~되어줄, 깊고 뜨거운 관심과 사랑으로 서로를 보살피고 소통하며 살아야 하리라. 남편나무는 ~아내나무에게 아내나무는 남편나무에게 서로 서로 시원한 그늘이 되어주는 푸르른 편백나무 ~숲속의 가족나무들로 그렇게 산다면 더욱 좋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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