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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서울의 강남 집값이 폭등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한 뉴스를 보면 마치 한국의 주택 정책은 강남 집값을 잡는 것에 목표를 두어야 하고, 집이란 오로지 경제적 가치로 환원되는 하나의 상품인 것처럼 느껴진다. 더욱이 그러한 보도들의 공통점은 교묘하게 계층과 세대 간의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집값을 안정시키고 서민들도 집을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사람들이 아파트로 대표되는 주택을 경제적 가치로만 환원시켜 생각하는 한, 아무리 노력해도 제대로 된 주택 정책은 발동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집값이 뛰면 그것도 문제고, 집값이 떨어지면 경제적 가치 운운하며 날뛰는 언론과 ‘주택 전문가’들이 있는 한 어떤 부동산 정책도 백약이 무효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언제부터 우리는 경제적 가치를 따져서 집을 하나의 상품으로 여기게 되었을까?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효율적으로 설계된 공간이 아닌, 언젠가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을까? 생각해 보면 그리 오랜 관념이 아니라고 여겨진다. 나 역시 은퇴를 하기 전에 외곽에 안주할 수 있는 집을 지으려고 생각하고 있다. 적어도 지방의 소도시에 살고 있는 나에게는 지금 언론에서 떠들어대는 수도권의 부동산 문제는 그저 먼 나라 일처럼 생각된다. 그리고 집은 경제적 가치도 중요하지만, 그 속에서 생활하는 사람의 필요와 욕구가 반영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평소에도 그런 생각을 지니고 있기에, 낡은 한옥을 수선해서 자신의 공간으로 가꾸어가는 이 책의 내용이 더욱 반갑게 느껴졌다.
이 책은 저자가 서울 도심의 한옥을 구입하여, 출판사를 겸용할 목적으로 저자의 뜻을 반영하여 수선하는 과정을 담은 내용이다. 그래서 ‘1936년에 지어진, 작은 한옥 수선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일제 강점기 일군의 주택업자들이 서울 도심에 보급용 한옥을 대량으로 만들었고, 그 가운데 일부 남아있는 것이 바로 저자가 구입한 집이라고 한다. 집을 구입하기까지의 생각과 과정, 그리고 사진과 함께 수선 과정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 속에서 살 사람이 생활하는 공간을 꾸미기 위해 어떤 마음가짐이 요구되는지를 집주인의 관점에서 조근조근 풀어내고 있다는 점이었다.
저자가 언급한 것처럼, ‘집을 한번 지으면 십년은 늙는다’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그만큼 집을 짓는 과정에서 주인으로서 신경을 쓰는 것이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주인이 관심을 가진 만큼 건축업자들도 더욱 건축 공정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래서 아마도 이런 말이 나왔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모든 건축 과정이 대체로 그렇듯이, 집을 짓다 보면 예정된 일정을 훌쩍 넘기는 것은 다반사라고 한다. 특히 한옥의 경우 더욱 세심하게 살펴야 할 요소들이 많기 때문에, 조급하지 않게 일을 하는 분들의 작업 과정을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이사 일정까지 잡아둔 저자의 입장에서는 마냥 늘어지는 수선 일정 때문에 많은 애를 태웠을 것이라 짐작된다.
그리고 이제는 완성된 집에서, 직장과 일상생활을 겸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결과가 만족스럽기에 그 과정을 담아서 책으로 엮었을 것이다. 만약 그 결과가 시원찮았다면 애초에 책으로 낼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진과 함께 제시된 저자의 진술을 통해서, 독자인 나에게도 충분히 그 감정이 전달되고 있었다. 무엇보다 집을 대하는 저자의 생각에 크게 공감할 수 있었으며, 단지 집을 경제적 가치로만 환산하는 작금의 세태에 대해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만약 나도 집을 짓게 된다면, 그 과정을 꼼꼼히 기록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은 나에게 집의 의미를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고 생각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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