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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을 망설이다가 이 책을 구입했지만, 읽고 나서는 다소 실망스러운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대체로 현장 강연을 토대로 엮은 책들이 지닌 아쉬움이 고스란히 이 책에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몇몇 원고는 그런대로 유익한 점이 있었으나, 대부분의 경우 대상으로 한 동양고전에 대해서 개략적으로 소개하는 내용에 그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동양고전을 개략적으로라도 알고 싶은 독자들이 있을 터이고, 이 책의 내용에 대해서 만족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경우에는, 그렇지가 않았다는 것을 전제하고 싶다.
실상 2시간 남짓 강연을 통해서 한 권의 고전에 대해서 안내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소중한 기회라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책으로 엮어 내는 것은 또다른 문제이다. 강연의 현장에서는 눈과 귀로 확인하고 질문을 통해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지만, 책으로 출간했을 때에는 수많은 콘텐츠 중의 하나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으로 엮은 원고에서는 '동양고전'에 대한 일반적인 개론과는 다른 저자만의 특색을 보여줘야 하지만, 개략적이고 일반적인 내용에 그친다면 독자들에게 실망을 안겨줄 수 있다.
또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고전들도 너무도 많다. 프롤로그를 제외하고도 모두 13개나 되어, 결과적으로 해당 고전에 대한 소개에 그치고 말았을 것이다. 나에게는 차라리 '사소함에서 깨달음을 찾자'는 내용의 박웅현의 글과 서양의 경우와 비교하여 동양고전의 가치에 대해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주경철의 글이 본론의내용들보다 더 의미있게 다가왔다.
이 책에서는 '동양고전에서 인생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논어>와 정약용의 <목민심서>, 이황과 이이의 <성학집도>와 <격몽요결>, 그리고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을 다루고 있다. '동양고전으로 행복으로 꿈꾸다'라는 항목에서는 <맹자>와 <장자>, <중용>과 사마천의 <사기>, 그리고 <시경>을 대상으로 소개하고 있다. 마지막 '동양고전에서 창조를 발견하다'라는 제목으로 <산해경>과 김시습의 <금오신화>, 그리고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중심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대체적으로 많은 저자들은 이미 관련 내용으로 책을 출간한 바 있어, 그것들을 요약한 내용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이 한동안 거세게 불었던 '인문학 강의'가 그 열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지속될 수 없는 이유를 어느 정도 짐작하게 하는 요인이라고 여겨진다. 무엇보다 강연 내용이나 원고의 질적인 측면이 고르지 않고, 개략적인 설명에서부터 진지한 성찰을 요구하는 내용까지 매우 다양하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앞으로 현장의 '인문학 강의'를 엮은 책들에 대한 선택을 조심스럽게 할 수밖에 없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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