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세기에 접어들면서, 한국문단의 역사를 돌아보는 기획이 거의 매년 열렸던 것으로 기억된다. 주지하듯이 한국의 현대문학은 일제 강점기라는 치욕의 역사를 품고 있어, 문인이나 문학 작품에도 그 흔적이 적지 않게 스며들어 있다. 일찍이 임종국 선생이 <친일문학론>을 저술하여, 친일 문인들의 행적에 대해 비로소 알려지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그 시절을 반성하고 절필을 선언하기도 했지만, 누군가는 어쩔 수 없었노라는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기도 했다. 물론 서정주 같은 이는 친일의 전력에다 해방 이후에도 독재 권력자들을 칭송하면서, 죽을 때까지 단한번의 반성도 없었다고 한다. 최근 이른바 뉴라이트라고 칭하는 이들의 일제 강점기에 대한 미화는 친일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한 우리 역사의 부끄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2007년에 기획되었던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 논문집’으로서, 김달진을 비롯한 7명의 107년생 문인들에 대한 연구 논문이다. 제목에서 분명히 제시하고 있듯이, 일제 강점기 제 나름의 길을 걸어갔던 그들의 삶을 ‘분화와 심화’라는 용어로 정리하고, 또한 그들의 문학작품에 새겨진 ‘어둠 속의 풍경들’을 조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책의 서두에 평론가 염무웅의 대상 인물들과 한국 현대문학을 개관하는 내용의 ‘자연의 가면 뒤에 숨은 역사의 흔적들’이란 글이 수록되어 있다. 염무웅은 일제 강점기 문인들의 작품들에 유독 ‘자연’이라는 소재가 많이 등장하는 것은 당대의 역사적 현실을 우회하기 위한 ‘자연의 가면’이라고 평했던 것이다.
이 책에는 1907년생인 문인 7명의 작가론이 수록되어 있다. 그들의 면면을 보자면 김달진, 박세영, 신석정, 김소운, 김문집, 김재철, 그리고 이효석 등이다. 신석정이나 이효석처럼 교과서에 작품이 수록된 작가들이 있는가 하면, 일찍 월북하여 남쪽에서는 그 이름조차 언급되지 않았던 박세영 같은 이들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김재철은 문인이라기보다 <조선연극사>라는 걸출한 저서를 남긴 국문학자라 할 수 있으며, 친일의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김소운과 김문집 등도 포함되어 있다. 여기에 승려 출신의 시인인 김달진까지 모두 7명의 작가론을 통하여, 한국 현대 문학사의 특징적인 국면을 설명하고 있다고 하겠다.
여기에 수록된 문인들의 경우 국문학 연구자들은 충분히 익숙하게 다가오겠지만, 일반 독자들의 경우 생소하게 느껴지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월북시인인 박세영의 작품 세계에 대해서는 이 책을 통해서 상세히 파악할 수 있었다. 또한 한센병 환자로 동시를 쓰기도 했던 김소운의 민요 수집과 일본어로의 번역 작업이 갖는 ‘빛과 어둠’의 이중적인 측면을 확인하게 되었다. 특히 일제 강점기 비평가로 맹활약했던 김문집의 경우 종국에는 일본으로의 귀화를 선택하여, 지금도 그의 이름 앞에는 ‘친일’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기도 한다. 다른 무엇보다 각각의 논문 뒤에 해당 작가의 연보와 작품 목록이 제시되어 있어, 연구자들에게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여겨진다.(차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