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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홍명희는 장편소설 <임꺽정>의 작가로 알려졌으며, 남북이 분단된 이후 북한에서 고위직을 역임했기에 우리 문학사에서는 한동안 언급이 되기 힘들었던 인물이었다. 일제 강점기 이광수와 최남선과 더불어 ‘조선의 3대 천재’로 불렸으며, 나머지 두 사람은 이후 친일 행적을 보여줬지만 홍명희는 평생을 일제와 타협하지 않는 자세로 살았다. 이 책은 ‘민족문학 최고봉 <임꺽정>의 작가 홍명희의 생애와 사상’을 소개하고 있으며, 저자는 <임꺽정>에 대한 주제로 박사논문을 준비하면서부터 홍명희의 연구에 매진했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 당시의 신문이나 잡지 등에 연재가 되었던 소설 <임꺽정>은 여전히 미완성의 상태로 남아있는데, 해방 이후 지인들이 작품의 완성을 권했지만 홍명희는 끝내 완결하지 않은 상태로 두었다고 한다.
<임꺽정>을 집필할 당시에는 일제의 탄압이 거세된 시기였기에, 아마도 ‘임꺽정’이라는 역사 인물을 통해서 비판적인 저항정신을 추구했었던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해방 이후 북쪽을 선택하여 정치인으로 활동하면서, 굳이 작품을 완결짓지 않더라도 현실 속에서 그 정신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때문이라고 여겨지기도 한다. 홍명희의 평전을 구성하면서, 저자는 먼저 작가와의 ‘가상대담’을 서두에 배치시키고 있다. 이미 1968년에 죽은 작가와 대담을 한다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저자는 그동안 자신이 연구했던 홍명희에 대한 내용을 토대로 ‘가상대담’을 시도하는 것이다. 실상 이 내용만을 보더라도 홍명희의 일생과 사상 그리고 소설가이자 정치인으로서의 행적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저자는 조선시대 ‘명문 양반가의 후예’로 태어난 홍명희가 ‘신문학과 근대사상의 세례’를 받게 된 경위에 대해서 다양한 자료를 통해서 서술하고 있다. 무능한 왕조시대의 정치인들로 인해 1910년 일제에 의해 조선이 끝내 식민지로 전락하고, ‘경술국치와 부친 홍영식의 순국’은 홍명희의 인생에 깊은 그림자를 드리우게 되었다고 한다. ‘부친의 순국 이후 한동안 은둔하다시피 하며 지내던 홍명희는 1912년 가을’ 중국으로 떠나, ‘해외독립운동의 모색’을 하는 시기를 거치게 된다. 비록 7년만에 귀국을 했지만, 당시 중국에서 활동했던 독립운동가들과의 교유를 통해 ‘20대의 젊은 나이에 오래 동안 해외에서 활동한 경험과 이력은 민족운동가로서의 홍명희의 성장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한 ‘절친한 벗이었던 이광수와 최남선은 후일 친일의 유혹에 빠져 그와 길을 달리 하’였지만, 홍명희가 항일운동의 험난한 길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이 당시 중국에서의 경험이 견고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다시 귀국한 홍명희는 ‘3.1운동에서 신간회운동까지’ 적극적으로 나서서 활동을 했으며, ‘천민인 백정 신분의 인물 임꺽정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신문에 연재하기 시작했다. 당시의 역사소설이 주로 지배층의 인물들을 다루고 있음에 비해, 천민 신분의 의적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 <임꺽정>은 일제 강점기의 ‘역사 소설 중 극히 예외적인 작품’이라고 평가되기도 한다. 이 작품은 홍명희의 사정에 따라 몇 자례에 걸쳐 연재가 중단되기도 했으며, 연재하던 신문이 폐간되어 집필을 이어가지 못하고 끝내 미완의 작품으로 남게 되었던 것이다.
전쟁으로 치닫던 일제 강점기 후반부에는 당시 내로라하던 지식인들이 친일의 길로 뛰어들 때, 홍명희는 ‘일제말의 은둔’을 택하여 자신만의 신념을 지키며 살았다. 일제의 패망으로 조국이 해방되었지만, 남과북으로 분단된 상황에서 지식인들조차 이념적인 갈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기도 했다. 홍명희는 ‘해방 직후의 격동 속에서’ 사회운동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고, 김구와 함께 남북연석회의에 참석하였다가 그대로 북쪽에 남아있게 되었다. 이후 ‘북에서의 만년’은 고위급 정치인으로 활동하다가 1968년 세상을 떠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책의 말미에 첨부된 ‘홍명희 연보’를 통해서 그의 일생을 간략하게 더듬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여전히 남북이 분단된 상황에서, 북에서 고위직을 지낸 홍명희에 대한 평가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 그가 보여주었던 행적이나 <임꺽정>이라는 작품이 지닌 성과나 의의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하겠다. 저자 역시 홍명희는 ‘우리 근현대사에서 길이 기억되어야 할 존재’로 평가하고 있기에, 다양한 자료를 통해 그의 일생을 재구하여 평전으로 소개하고 있다. 오래 전에 읽었지만, 이번 여름방학에는 시간을 내서 다시 소설 <임꺽정>을 읽어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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