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어린공동체 가족들께 <새터모임>에서 드립니다.
- 새터는 축제처럼, 재정은 사랑으로! -
평화롭습니다.
들어보셨지요? 우리 아이들이 여름방학을 앞두고 찾아 나섰다는 사랑어린학교의 ‘보물찾기 놀이’. 저희 <새터모임>도 눈에 보이지 않는 보물찾기 여정 중 한 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지난 5월 한가족모임(5/20)에서 농주분교 임대를 추진하던 기존의 새터모임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공동체 구성원의 마음 모으기 없이 오로지 하나의 공간만을 바라보고 달려가고 있음을 깨닫고, 새터에 대한 각자의 바람을 이야기한 끝에 <새터모임>을 다시 꾸리는 것에 마음을 모았습니다.
이러한 <새터모임>은 지난 5월 22일 첫 만남을 시작으로, 7월 22일까지 두 달간 모두모아 열 번의 만남을 가졌습니다.
1. <새터모임>을 다시 시작하며 이러한 마음가짐을 가져보기로 했습니다.
-. 축제처럼! 설레고 정성스런 마음을 다 같이 모아가는 길을 찾아 나서자.
-. 사랑어린학교 배움 철학과 살림살이에 맞는 최소한의 안정적인 터를 찾아보자.
-. 단순한 학교의 터 이전 문제에서 '내가 어떤 삶을 살 것인가?‘ 라는 본질적인 물음으로 사고를
전환하자.
-. 공동체의 의견을 고루 수렴하여 논의한 내용을 살림위에 제안하는 모임으로 새터이전의 인식을
공동체 가족들에게 두루 넓혀가 보자.
-. 학교의 틀을 깨고, 아이들 배움에 대한 무한한 상상력을 펼쳐보자.
2. <새터모임>의 이야기 전개 과정은 이러했습니다.
우리 학교의 지나간 9년의 세월을 돌아보며, 이제야 비로소 우리가 진정으로 꿈꾸는 학교를 만들 기회가 선물처럼 주어졌는데, 우리는 또 ‘첫 단추를 잘못 끼운’ 9년 전과 마찬가지로 현실에 떠밀려 그저 주어지는 공간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배움의 과정 없이 바라봄은 올바르지 않다는 것에 우선 마음을 모았습니다.
처음의 <새터모임> 역시 단순한 터 마련의 사고틀을 벗어나는 게 무척 어려웠다고 기억됩니다. 농주분교를 포함한 ‘폐교’나, 승보.태연이 집을 서당처럼 쓰는 이른바 ‘가정학교’나, 아예 마을 속에서 새로 세우는 ‘마을학교’ 등등... 각자의 생각 보따리가 너무도 다양하여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을까 염려가 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적잖은 혼란을 겪은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모임을 거듭하며 “왜 우리가 다시 멈춰 서서 새터를 이야기하나?” 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되었고, 이를 통해 공간의 물리적 형태나 조건에 우선하는 것이 ‘교사와 아이들 관계에서의 배움 형태’라는 인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이야기의 핵심은 ‘교사’로 옮겨졌습니다. 새터에서 우리 아이들과 배움을 몸으로 마음으로 이끌어갈 분들이 바로 ‘교사’이기 때문입니다. 학부모들은 교사회에서 충분한 고민을 통해 그려진 그림을 무조건 존중하고, 그에 부합하는 터를 찾으면 되겠다는데 마음을 모았습니다.
또 하나의 숙제는 ‘지금의 모습 이대로 세상에서 가장 좋은 터가 우리에 주어진다면 우리는 좋은 배움을 만들어갈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다 같이 마음을 모을 것인가?’ 라는 우리 자신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공동체의 마음을 사랑어린학교의 철학 - ‘저마다 자기 길의 주인으로 서는 것’에 마음을 모으지 않고 가는 것은 ‘축제의 길을 어깨 걸고 함께 가자‘고 나섰던 새로운 <새터모임>의 존재이유를 망각하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고민을 바탕으로 6월 한가족모임(6/10)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산맥처럼(심찬.심다빈 아버지)께서 ‘학교에 대한 통념 버리기’라는 주제로 일본 키노쿠니 어린이마을, 프랑스 프레네 학교, 미국 알바니 자유학교 등 다른 나라 대안학교의 사례를 나누어 주셨고, 푸른솔(심현보 어머니)께서 ‘새로이 학교를 여는 부모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라는 주제로 부천 산어린이학교의 사례를 발표해 주셨습니다. 모임을 마치며 포스트잇에 각자의 소감을 적어 보기도 했었지요. 5월 한가족모임을 견주어 보면 ‘학교라는 고정된 틀을 깰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한 발짝 다가선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다른 한 편, 공동체 인식을 넓히기 위해 ‘사랑어린좌담회 - 새터,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를 열었습니다(6/20). 부산 대천마을학교 이귀원 선생님, 순천시민의신문 박경숙 기자, 산맥처럼, 푸른솔을 모시고 다른 마을의 교육공동체 사례와, 지역과 함께 하는 학교의 모습에 대해 배우고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저희를 또 한 번 각성하게 한 것이 ‘재정문제’였습니다. ‘새터와 재정은 하나’라는 원칙까지 세워놓고서 여전히 새터 문제에만 골몰하는 우리 모습을 보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인식에서 <새터모임>에서 좀 더 심도 있게 나누어 본 재정이야기를 간추려 보면,
첫째, 거름더미는 본뜻을 살려 말 그대로 우리 앞날을 위한 밑거름으로 사용하고,
학교살림은 교육비에서 해결하자.
둘째, 교육비는 자율납부제의 취지를 잘 살리는 방향으로 가자.
셋째, 각자 마음 낼 수 있는 최대한의 납부금액을 적어내보자. (예: 일년의 정성을 드리는 천주교의 교무금)
넷째, 이 과정을 통해 '돈과 검박한 살림살이'에 대해 스스로 묻는 성찰의 시간을 가지자.
한가족모임과 좌담회를 마치고, 앞으로 <새터모임>의 방향에 대해 짚어보는 과정에서, ‘새로운 학교 세우기’의 필요성을 피부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그간 머리 맞대고 논의하는 공간, 배움, 재정, 지역(마을), 학교의 철학과 정신... 이것들은 담아낼 새로운 큰그릇으로 ‘새틀모임(가칭)’으로 전환하자는데 마음을 모으고 살림위에 정식 제안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 한편, 공동체 가족들이 <새터모임>에 부여한 역할 가운데 하나가 우리의 철학과 원칙에 맞는 실제 ‘터’를 찾고 구현하는 일이라 여겼기에, 지난 두 달 동안 몇몇 폐교들과 용수동, 청소골, 서면, 구랑실 등을 답사하며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터의 위치와 형태에 대해서도 각자의 생각들이 조금씩 달랐습니다. 원도심처럼 가까운 곳에 터를 잡자는 의견도 있고, 조금 떨어져 있더라도 자연과 함께 하는 곳이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터를 통해 공통적으로 꿈꾸는 모습은 대략 이와 같지 않았나 싶습니다. 순서없이 옮기자면 이러합니다.
- 자연 속에 자리잡은 학교 (생태적인 공간)
- 마을 속에 존재하는 학교
- 식의주의 배움을 교사와 학부모의 삶속에서 구현하는 학교
- 아이들이 통학버스에서 벗어나 걸어서 또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올 수 있는 학교
- 방과 후(와 방학 중)에도 아이들의 배움이 이어지는 가정과 같은 학교
-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학교
아홉 차례의 <새터모임>을 마치고 지난 7월 22일, 살림위원, 소모임 꼭두쇠, 학부모 교사들이 함께 한 가운데 교사회와 새터모임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교사들께서는 그동안 교사직을 내어놓고 백의종군의 자세로 피나는 성찰과 숙고의 시간을 거쳐 ‘새로운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새로운 제안을 해 주셨습니다. 결국 모든 문제는 학교의 철학과 정신에 따라 살겠다는 ‘사람’의 문제임을 가슴 깊이 느꼈습니다. 하지만, <새터모임> 자체 논의에 집착했던 우리는, 그 자리에서 주신 선물을 있는 그대로 감사히 받지 못하고, 진실과 거리가 먼 말들로써 그 본질을 훼손했던 모습이 비춰지는 자리이기도 했음을 성찰합니다.
지금 우리는 ‘새로운 사람들의 모임’이 우리 사랑어린학교가 처한 현실에서 유일한 지혜의 빛이자, 희망의 길임을 믿기에 <새터모임>에서 제안했던 ‘새틀모임’에서 진일보한 ‘새로운 사람들의 모임’에 정성을 다 하는 것에 마음을 모았습니다. ‘새로운 사람들의 모임’은 그간 우리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했던 새터와 재정 등 우리에게 직면한 문제들을 가장 우리 사랑어린학교답게 풀어나가는 자리가 될 것을 믿습니다.
앞으로 저희 <새터모임> 사람들은 각자 스스로 마음에 묻고 또 묻고자 합니다.
‘새로운 사람들의 모임’의 중심에 서서 학교 철학과 정신에 따라 살며 ‘새 학교를 세우는 거룩한 일’에 동참하고, 마음깊이 지지하며 따뜻한 사랑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모습으로 각자의 길을 걸어갈 것입니다. 그 길의 끝인 ‘축제의 장(場)’에서 서로 웃으며 만나기를 전심(全心)으로 두 손 모읍니다.
저희에게 주어진 두 달 동안 서로간의 사랑과 배움을 나누는 홍복을 누렸기에, 이 귀한 선물을 주신 사랑어린공동체 가족들께 고개 숙여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 2011년 7월 26일 한가족모임에서 <새터모임> 두 손 모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
첫댓글 남의집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제 삶의 이야기를 읽어가듯...느꼈습니다.
기도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