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자존감 권하는 사회
김태형 지음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산다는 것
타인에게 무시당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힘들다. 경제력으로 사람의 가치를 평가한다면 경제력이 아주 뛰어나서 돈이 많은 사람을 제외한 대다수가 자신의 가치를 높게 평가할 수 없으므로 자존감이 손상되기 쉽다. 한국인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 평가 기준, <물질만능주의>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능력에 따라 무건가를 높게 또는 낮게 평가한다. <외모지상주의> 우리 사회는 외모를 기준 삼아 사람을 평가하는 경향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 <스펙중심주의> 최악의 학벌 국가라고 할 정도로 한국은 학벌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는 현상이 극심하다. 그 결과 세상은 나의 가치 판단 기준과는 상관없이 나의 가치를 낮게 평가할 가능성이 많다. 그리고 타인에게 무시당하고 배척당하는 것은 누구에게 견디기 힘든 일이다.
예전에는 사람의 가치 판단을 사회적 쓸모 혹은 도덕성으로 평가하였다. 노동자는 사회에 필요한 물건과 서비스를 생산하고 농민은 사회에 필요한 먹거리를 생산한다. 지식인과 예술인은 사회에 필요한 지식과 문화를 생산한다. 따라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사회적 쓸모가 있는 가치 있는 사람임이 분명하므로 자존감을 가져야 마땅하다. 만인이 만인을 혐오하는 사회, 사회적 평가만큼 우리의 자존감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것은 타인으로부터 존중이다. 서로에 대한 존중은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다. 만약 누군가 나를 존중해주지 않는다면 그를 싫어하거나 증오하게 될 것이다. 한국의 젊은 세대는 어렸을 때에도 부모에게 존중받지 못했고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부모에게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보모 품에 있을 때는 물론이고 부모 품을 벗어나서도 이들 세대가 노인 세대를 혐오하고 적개심을 드러내는 것은 필연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치열한 입시경쟁을 통해서 일류대학에 가고 성공한 사람들은 자기보다 약한 혹은 열등한 위치에 있는 사람을 혐오하고 차별 대우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나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나 자신을 포함한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존중한다.
누구의 자존감도 지켜주지 못하는 사회
한국사회에서 왜 자존감이 화두가 되었을까? 북유럽의 부모들은 공부를 강요하지 않는다. 자녀에게 폭넓은 자유를 허용하고 자식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며, 진로를 간섭하지 않는다. 그것은 사회제도의 질적 차이에서 비롯한다. 북유럽은 직업 간 소득격차가 크지 않다. 택시 운전사나 대학교수나 월급차이가 크지 않다. 직업 간 소득 격차가 크지 않으면 돈을 기준으로 직업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 사람들은 가치관 적성 등을 고려하여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선택할 것이다. 따라서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진다. 그러나 한국은 직업 간 소득 격차가 대단히 크다. 돈을 기준으로 직업을 선택하고 자기가 원하는 직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적다. 의사 만족도 25%이다.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게 되면 일하는 시간이 지겨워지고 삶 자체가 권태로워진다. 북유럽에서는 직업으로 사람을 평가하여 차별하고 무시하는 병적인 사회풍조가 사라졌다. 어떤 직업에 종사하던 간에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하고 타인들로부터 무시당하지 않고 존중 받을 수 있다. 한국은 직업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여 차별하는 풍조가 극에 달해 있다.
한국에서는 부모들이 자녀들의 놀이시간, 조기 사교육, 진로 선택, 직업선택 등의 문제에서 자녀에게 결정권을 허용해주지 않는 편이다. 그리고 그 외 문제에 있어서는 지나치게 관대하다. 학원에 가지 않겠다고 하면 마구 혼내면서 공공장소에서 뛰어다니는 아니는 가만 나둔다. 학원에 가지 않겠다는 아이의 의사를 존중해주고 공공장소 에티켓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주의를 줘야 한다.
인간에 대한 존중은 재산이나 지식수준 따위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자기를 존중하는 사람은 곧 모든 인간을 존중하므로 스스로 존중받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분연히 저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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