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광주 진실 알린 사랑의 화신 '열사 김의기' 누나가 전하는 30년 전 내 동생의 '죽음'
김주숙 씨와 그의 남편 박철 좋은나무교회 담임목사가 판화 '김의기- 동포여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들고 김의기를 회고하고 있다.
비상계엄이 엄혹하던 1980년 5월 30일 서울 종로5가 기독교방송국 6층에서 한 젊음이 떨어져 빛으로 화했다. 당시 서울 형제교회 청년이자 서강대 4학년이었던 김의기. 5·18 광주에서 비롯된 야만의 어둠을 밝히려 스스로 한 몸 횃불이 되려 한 것이다. 그를 두고 시인 고은은 '그 절망의 아가리에서/ 하나의 섬광으로 빛나며/ 모든 무덤과 노예의 그 때/ 오직 그대가 승리를 일컬었다'(시 '김의기' 중에서)고 읊었다.
3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열사'로 호칭되는 김의기의 죽음은 무슨 의미를 갖는 걸까. 부산 동구 수정1동 좋은나무교회 박철 목사와 부인 김주숙 씨에게서 김의기의 '오늘'을 들었다. 김주숙 씨는 김의기의 친누나이고, 박철 목사는 김씨의 남편이다.
대학 3학년때 서울서 투신 "예수처럼 살기를 원해" 추모제 이어 추모집 발간
"동생이 언제나 작업복을 입고 고무신을 신고 다니는 게 안쓰러워 양복 한 벌을 사줬는데, '좋은 옷 입으면 편해지고 싶고, 편해지면 더 편해지고 싶어 도둑 같은 마음이 든다'며 사양했다"고 김주숙 씨는 전했다. 김의기는 그런 사람이었다.
박 목사는 "의기는 사랑의 화신"이라고 했다. 광주의 진실을 널리 알리고 우리 모두의 각성을 촉구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진 것. "사랑하기, 사람 사랑하기. 한 점 티 없이 순수함을 끝끝내 유지하기. 사(邪)가 끼어서는 아니 된다. 비겁해서는 아니 된다. 아낌없이 주고 그 대가를 원하지 아니함." 그가 남긴 일기에는 사람 사랑하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는 예수도 사랑했다. "그때 나는 의기가 교회 나가는 걸 극력으로 말렸지만, 의기는 흔들림이 없었다"고 김주숙 씨는 말했다. 김의기의 신앙은 남달랐고, 강렬했다. 하나님 나라는 죽어 천당에 있는 게 아니다, 우리가 사는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이뤄가야 한다, 노동자, 농민이 왜 그렇게 가난하며 억눌리는지 그들의 아픔을 이야기해야 한다, 고 그는 누나에게 말했다.
"그런 의기가 죽음으로 우리 앞에 나타났을 때, 의기를 이해하지 못했고, 원망하고 슬퍼하기만 했다"던 누나는 오래지 않아 신학의 길을 걷게 됐다. "의기가 죽음으로 가르쳐 준 그 길을 겨우 보았고,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열심히 살지 못함이 미안하고 부끄러웠"기 때문.
박 목사는 "불의한 세상은 그 자체가 참을 수 없는 모욕이며 죄악일 수도 있다는 걸 광주의 5월은 가르쳐 주고 있다"고 했다. 참 생명에 대한 경외심! "의기는 그 경외심을 잊고 불의에 감금돼 죽음의 잠을 자고 있는 사람들에게 깨어날 것을 외쳤던 것"이라고 박 목사는 또 말했다. 투신 당시 남긴 '동포에게 드리는 글'에서 김의기는 "동포여,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고 외쳤다.
세월을 어떻게 해석하고 이해해야 할까? 밝아지는 세상? 어두워가는 세상? 김주숙 씨는 "30년 전 의기가 던졌던 외침이 오늘에 다시 쟁쟁하다"고 했다. 이 땅에서 예수처럼 살기를 원했던 김의기가 "지금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어찌 대답해야 할까?
'고 김의기 열사 30주기 추모사업위원회'는 지난 28~29일 서울 감신대에서 김의기 열사 30주기 추모제와 광주 성지순례 행사도 가졌다. 최근에는 추모집도 새로 발간했다. 02-399-2086.
글·사진=임광명 기자 kmyim@busan.com
김의기는
1959년 경북 영주 출생. 76년 서강대 무역학과에 입학, 학과생활을 하며 감리교청년회 농촌선교위원장, 한국기독청년협의회 농촌선교분과위원장 등으로 활동. 80년 5월 30일 '동포에게 드리는 글'을 남기고 서울 기독교회관에서 투신 순국. 80년 6월 2일 경기도 금촌기독교공원묘지에 안장. 2000년 정부로부터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로 인정. 2000년 5월 광주 국립5·18묘지에 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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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노둣돌 목사님, 이 기사를 부산일보에서 잘 읽었습니다.
김의기 열사의 <동포여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는 음성이
오늘 이시대에 새롭게 들려옵니다.
사랑하는이를 먼저 보내고 긴 세월을 추억해온 가족들의 심정
다 혜아릴수 없지만 우리 현대사에 귀한 거름이 되어서 길을 내어준
김의기님을 가족으로 두신 사모님과 가족들이 자랑스럽습니다.
기쁨지기 집사님, 어제 밤늦도록 6.2선거 개표방송을 지켜보면서 참 흐믓했습니다.
부산 지역이 아쉽지만 특히 교육감선거는... 저는 부산 시장보다 교육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잠을 많이 못잤는데 자축하는 마음으로 산에 오르려고 준비 중입니다. 그럼 다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