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 강은혜
저 길 은 날개는 없지만
무색의 혀 바닥 날름거리는 바람처럼
거미줄을 뽑듯이 나의 어린 그림자 휘감고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나를 빠져나갔다
기다림은 없었다.
뒤 돌아보지도 않았다.
어느 가을 낙엽이 지든 호숫가에 뜬 별처럼
제 몸을 호수에 담그고
마음 한쪽을 휘감은 새벽 올 때
세월은 흰 도포자락 휘 날리듯 펄럭이며
꽃잎을 그렸다가 태양을 숨기는 구름 이 되기도 하고
비를 내렸다가 별이 되어 꽃수를 놓으면
당신 몸에서 진달래꽃이 피어나고
꽃잎은 허공으로 순회하며 세월을 삼키고 있었다.
어느 날
부드러운 손길로 온몸을 휘감아 도는 안개
희미한 어둠에 갇힌 눈망울
아 자욱한 안개여 내 손을 잡아다오
그때 누군가가 말했다
날씨가 와 이리 좋노
독수리의 부리, 날개처럼
에리 한 발톱은 다 닳아서
심장의 맥박조차도 숨을 죽여도
절제할 수 없는 비상 하고픈 욕망
그것 이였다.
우리는 새 날개를 새부리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날아야 한다.
날수 없다면 심장에 꽃 한 송이씩 심어야 한다.
샘의 근원을 찾아 영혼의 지친 몸을 씻어야 한 다
그럴 수 도 없다면 물처럼 낮은 곳으로 흘러
발을 씻기는 사랑의
은빛 비둘기를 날려 보내야 한다.
우리는 늙은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낡은 것도 아니다
다만 당신이 준 숙명에 순종하고 있을 뿐이다
저 갓 태어난 붉은 저녁노을을 보라
떼 지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대열을 맞추는
기러기를 보라
허공을 떠돌던 애틋한 그리움을
솟대 위에 매달고 진달래의 수줍던 미소
그대에게 보내고 가시 꽃의 눈물
항아리에 담고 헝클어진 인생의 발자국
모두 지우고 웃어보자
당신이 준 모든 선물 겨울의 얼음 나무 같은
역경 속에서 나는 사랑을 했노라 가졌노라
당신 이름 세월
원수처럼 원망도 했지만 동행할 수밖에 없는 운명
아니
나의 동행은 내 눈물 씻겨줄 누구
바로 내 곁에 있는 당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