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예찬 / 강은혜
밤새 달려간 이름 모를 바닷가
푸른 새벽의 기상은 번개처럼 번쩍이고
연인의 가슴에 피어난 꽃잎은 나비다
흑암의 침묵 깨우는 파도의 몸부림이
긴 행렬의 아우성처럼 처절하지는 않았지만
눈 뜨는 만상의 기다림은 시작되고
기다림은 못내 붉은 가슴에 불을 질렀다.
둥둥 붉은 해 용트림처럼 꿈틀 거리며
어둠을 찢고 일어서는 붉은 기상에
동트는 바다는 두 손을 번쩍 들었다
갈매기 깃털에 부서지는 햇살
어부들의 무거운 어깨를 다독이면
그들의 합창으로 한순간 증오심은 소멸된다.
바다는 뜨거운 해를 낳고도 끓어오르지 낳고
푸른 깃발을 펄럭이며 고뇌하는 영혼을
푸른 치마로 감싸 안았다
작은 등대 하나 푸른빛 틈새로 걸어오고
작은 배는 역풍에 미끄러지고
푸른 하늘은 하얗게 이를 더러 내고 바다와 입맞춤한다
겨울바다의 한 모서리
외로운 사람들이 버리고 간 슬픔의 편린을
백사장은 외투 속에 구겨 넣고
여름 바다 보다 더 뜨거운 열정을
사랑의 이름으로 가슴에 담는다.
가슴 깊이 간직했던 소중한 사랑
누군가의 슬픈 가슴에 넣어주는 행위
저마다 주머니 속에서 희망이라는 진주를 꺼내
절망의 늪으로 추락한 새들의 입에 물려준다.
비록 바다는 침묵하지만
정녕 우리는 인생의 항해를 멈출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