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민주주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해방으로부터 시작한다면 그저 70년 정도 됩니다. 서구의 기나긴 역사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 발의 피입니다. 그래서일지도 모릅니다. 그 반세기 조금 넘는 기간에 우리는 모진 경험들을 하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민주주의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은 ‘선거’입니다. 소위 국민의 대표를 선출한다는 것이지요. 말은 국민을 대표한 일꾼인데 과연 대표 역할을 했는지 수긍하는 국민이 몇 %나 될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잘 아는 대로 선거일을 앞두고 선거 유세 기간에 보이던 그 대표는 당선 후에는 함부로 만날 수가 없습니다. 누구나의 대표이기에 누구나 만나기 어렵다는 희한한 일이 생기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런 풍습(?)에 그 동안 잘 길들여져 왔습니다. 그래서 끝나면 만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하기야 만날 일이 있겠습니까? 어느 개인의 대표가 아니라 많은 사람의 대표이니 개인이 만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한 가지 예외가 있을 것입니다. 그 대표의 이익과 관련이 있다면 가능하게 됩니다. 어쩌면 개인이 찾아오기 앞서 그 대표가 나서서 만나려고 할 것입니다. 자신에게 필요한 사람이니까 그렇습니다. 더구나 대표 자리를 한번만 하고 끝내려는 사람은 없습니다. 2회, 3회 나아가 있을 때마다 선택받고 싶습니다. 권력의 맛을 본 사람은 거기서 헤어나기 어렵다고 듣고 있습니다. 꼭 그렇지 않아도 정치에 맛을 들인 사람은 낙선을 해도 자꾸 덤빈다고 합니다. 가산을 다 탕진하도록 매달린다지요.
선거로 대표가 된다는 것은 다른 말로 공인된 권력을 쥐는 것이기도 합니다. 잘 아는 대로 권력과 돈은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게 됩니다. 돈을 가지고 있으면 권력까지 쥐고 싶은 욕망을 가집니다. 그래서 관직까지 사들입니다. 권력의 자리에 앉혀준다면 열일을 제쳐두고 넙죽 받아 챙기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 자리에 앉으면 어렵지 않게 돈을 만들 수 있는 기회도 생깁니다. 돈이 권력을 추구하듯 권력이 또한 돈을 추구합니다. 하기는 선거를 치르느라 투자한 돈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본전 생각나지 않겠습니까? 정해진 급료로 채워질까요? 이런저런 법으로 불법과 부정을 막으려 해도 이러저러한 방법을 동원해서 자기 몫을 챙기려 합니다. 그나마 정치자금법으로 많이 완화하였지만 그것이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고 믿을 수 있을까요? 희망사항입니다.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선거는 경쟁입니다. 아니 그렇게 고상한 말로 표현할 것이 아닙니다. 전쟁입니다. 극단적으로 표현한다면 죽느냐 사느냐 문제입니다. 당선의 승리를 하면 투자한 만큼의 이상을 찾을 수 있는 기회도 생길 것입니다. 아니면 최소한 손해는 보지 않습니다. 그러나 패배, 낙선되면 그야말로 쪽박 차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전쟁이지요. 살아남겠다고 투쟁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덕에 한 자리 해보겠다고 합세합니다. 규모가 커지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보다 건전한 선거풍토가 만들어지기를 희망합니다. 어렵지만 꾸준히 걸어가야 할 온 국민의 과제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돈이 소비되지 않을 수는 없다는 사실입니다. 부정의 기회가 언제든 껴들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 돈 냄새 때문에 폭력도 가세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흔히 보아왔던 권력 쟁탈전을 봅니다. 상대방의 과거 잘못들을 파고드는 것입니다. 흠집 내기지요. 더구나 이전에 깡패 두목이었는데 깨끗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상대방을 헐뜯는 본인은 거룩한 성자입니까? 그럴 리가 없습니다. 단지 잘 숨었다는 것뿐입니다. 문제는 거의 대부분 연루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관계는 이익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주고받기 식 상호관계입니다. 손해다 싶으면 언제고 등 돌릴 관계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기득권이 있기에 교만에 사로잡힐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 속에서도 권력을 빌미로 저 잘났다고 뻐기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어쩔 수 없이 매여 있는 것뿐이지요. 기회가 생기면 언제든 등 돌릴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 편에 서서 외치고 있는 어느 변호사의 용기와 담력에 감동을 받았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니면 그 모습을 보며 자신의 본래의 성품을 되찾게 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또는 속된 말로 그 여성에게 꽂혔을까요? 그럴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무튼 변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여태 주먹으로 살았지만 이제부터 사람으로 살기로 합니다. 그 후에 이런저런 일들이 이어집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대형 교통사고 속에서 선행이 드러나고 매스컴에 알려집니다. 일부러 일으킨 사고는 물론 아닙니다. 본래의 성품대로 대처하였는데 그 사건으로 목포의 영웅이 됩니다. 어쩔 수 없이 대신 국회의원까지 출마하게 됩니다.
주먹돌이가 국회의원에 출마하니 상대방이 가만있을 리 없습니다. 보잘 것 없는 출발이지만 진심이 통하는 사회임을 보여줍니다. 권력으로 누르려는 사람과 밑바닥에서 사람들을 떠받들려는 사람의 대결일 수도 있습니다. 돈으로만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우리의 바라는 바이기도 합니다. 영화 ‘롱 리브 더 킹 - 목포영웅’을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