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히가시노 게이고/현대문학)
*저는 이 책을 읽기 전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과 <게임의 이름은 유괴>를 읽었는데 <용의자 X의 헌신>이 강렬하고 좋았던 작품이었던 반면에 <게임의 이름은 유괴>에는 실망했었던 경험이 있었답니다. 아쉽게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또 하나 읽었다.
지난 번에 <게임의 이름은 유괴>를 읽고 조금은 실망했다는 후기에 언니가 강력히 추천한 책,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그동안 2권의 책을 읽으면서 히가시노 게이고는 내게 추리소설 작가의 느낌이 강했다.
또 반전에 충격을 받으면서 반전을 참 좋아하는 작가라 생각했다.
내가 읽었던 <용의자 X의 헌신>이나 <게임의 이름의 유괴>는 모두 그랬었다.
그랬기 때문에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서도 그런 내용이 나오리라 짐작했다.(언니는 훈훈한 스토리라고 처음부터 계속 말했었지만)
하지만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는 어느정도 반전이 있긴했지만 그것은 기존에 읽은 그의 책에서의 반전과는 그 느낌이 조금 달랐고 내용 역시 추리소설과는 거리가 좀 멀었다.
언니 말대로 그야말로 훈훈한 내용이었다.
나는 사실 일본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반전이 없고 기승전결이 명확하지 않으며 내용이 지나치게 잔잔해서 지루하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작품들도 있지만 '카모메 식당'같은 분위기가 풍기는 작품을 내가 많이 봐왔기 때문에 내게는 그런 편견이 있었다.(좋은 영화라는 평이 많지만 나는 별로였다)
하지만 재밌게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내가 좋아하지 않는다고 강력히 주장해 온 일본영화의 그 분위기를 풍긴다.
반전이라 할만한 반전도 나오지 않고 클라이막스라 할만한 갈등부분도 딱히 등장하지 않는다.
책 속에 나오는 에피소드 속 주인공들 모두 담담한 문체로 잔잔하게 이야기를 끌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이 정말 재미있었다.
어제 처음 읽기 시작했는데 단숨에 첫 에피소드 '답장은 우유상자에'를 읽었고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끝까지 읽어버렸다.
책을 덮는 순간까지도 쉽사리 이야기에서 나오질 못했다.
이 책은 그야말로 사람이야기 그 자체이다.
각 장 별로 이야기의 주인공도 다르고 그들이 처한 고민 내용도 전혀 다르다.
하지만 그 안에서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나를 찾았다.
사람 이야기이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고 사람 이야기이기 때문에 조언할 수 있다.
나 역시도 고민을 보내는 이들과 비슷한 고민을 떠올리기도 하고 고민에 대한 조언도 떠올리기도 하면서 책을 읽게 된다.
나미야할아버지가 말하듯 사실 고민을 털어놓는 순간부터 그 답을 스스로 정해놓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내 안에 있던 고민을 그렇게 들어준다.
상담자의 고민을 통해 나의 고민을 꺼내게 하고 조언을 보내는 편지를 통해 내가 정해놓은 답을 꺼내놓게 하는 것이다.
또 재밌는 것은 등장인물들의 연결고리이다.
"환광원"이라는 장소가 모두를 엮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 장 별로 이전에 읽었던 내용이라던지 이후의 내용과 연결되는 다리가 있다.(물론 나미야 할아버지 역시 고리의 중심이다.)
나는 어디선가 느껴지는 데자뷰같은 기분에 앞을 뒤져가며 연결고리를 찾기도 했다.
그 찾아가는 과정이 그리고 앞의 내용이 이해되는 접점들이 책을 더욱 재밌게 만든다.
게다가 소설의 결말도 이 연결고리를 통해 결정된다.
각 장의 이야기 모두가 탄탄하고 재미있지만 이 연결점은 스토리를 더욱 흥미롭고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만든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워낙 다작으로 유명한 작가이다보니 종종 다작 속에 좀 실망스러운 작품들이 있다는 평가를 받곤 한다고 한다.
내가 읽은 세 가지 작품 중에 <게임의 이름은 유괴>가 그랬다.
하지만 그러면 어떤가.
종종 섞여있다고 평가 받을지 모르는 실망스러운 작품으로 그를 평가하기에는 그가 너무나도 대단한 작가가 아닌가.
첫댓글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덕분에~~
이번에 눈에 들어오는 곳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이 끊기는 것은 뭔가 구체적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아니, 표면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해도 그 것은 서로의 마음이 이미 단절된 뒤에 생겨난 것, 나중에 억지로 갖다 붙인 변명같은 게 아닐까. 마음이 이어져 있다면 인연이 끊길 만한 상황이 되었을 때 누군가는 어떻게든 회복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이미 인연이 끊겼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 마음상담의 결론입니다. 좀 가벼워질 수 있을 듯 해요^^
와와, 토리님 댓글이 대단합니다!^^ 감사해요~~
크림콩님, 저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재밌게 읽었어요! <용의자X의 헌신> 읽어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