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과>
요네자와 호노부 글 / 권영주 옮김 / 엘릭시르
다소 가벼운 느낌의 추리소설이다. 원래가 라이트노벨이었으니 당연한 일인 것 같기는 해도... 오히려 이 책이 히가시노 게이고 책보다는 더 '추리'에 가깝다는 느낌이 들었다. (히가시노 게이고 글은 추리물이라고 하기에는 독자에게 주어지는 단서가 없고 스토리를 따라가는 형식에 가까워서 미스테리 쪽으로 분류하는 게 맞다고 생각) 흠, 애당초 정해진 방향으로 흘러가는 스토리가 있는 한 독자가 완전히 추리해낼 수 있는 책은 (아예 퀴즈가 아닌 이상) 많이 없지 않을까, 그렇다면 추리물이라는 분류 자체도 조금 애매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좀...
하여간 가볍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빙과>를 시작으로 한 요네자와 호노부 작가의 '고전부 시리즈'는 2012년에 대 히트를 친 애니메이션으로 나오기도 했는데, 나는 딱 이 1권 분량에 해당되는 애니만 얼마 전에 보았다. (본의 아니게 어제랑 오늘 포스팅하는 책이 둘 다 미디어믹스랑 함께 본 다음 쓰는 글이네) 영상, 음악 등 여러 장치를 통해 적절히 완급 조절을 해 가는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책을 읽을 때는 내 페이스대로 후루룩 읽어내려가 버리게 된다. <빙과>는 조금 쉬엄쉬엄한 느낌으로 여운을 두면서 읽었어야 더 어울렸을 것 같은데 너무 후다닥 빨리 읽어 버린 것 같다. ㅜㅜ
고전부 시리즈라고는 하지만 한 권마다 완결성이 있다. 1권의 사건이 상당히 무거워서 일단 조금 소화하는 시간을 먼저 가져야 이 다음 이야기를 집어들 수 있을 것 같다. 이번에는 책을 먼저 다 읽고 나서 애니를 보는 쪽으로 해야겠다.
- '빙과'에 얽힌 뒷이야기나 고전부 문집 표지 그림 이야기는 애니로 봐도, 글로 봐도 소름끼친다. 세키타니 준이 에루에게 했다는 그 말도 슬프고... 그런데 세키타니 준은 정말로 죽은 게 맞는 건가? 정말 그렇게 행방불명되어서 사망 처리가 되었다면 참 씁쓸한 일이다. 책 띠지에 있는 '모든 청춘이 장밋빛인 것은 아니다'라는 말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인물인 듯.
- 그거하고는 별개로 1960년대의 일본 학생운동이라는 것은 우리로서는 그닥 상상이 잘 가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학생운동이 탄압이나 독재에 맞선 민주주의 항쟁이었다면 이 때의 일본 학생들은 그저 넘쳐나는 에너지와 자유로움에 사로잡혀 운동을 했단 것인가... ㅜㅜ (물론 일본 현대사 쪽은 잘 알지 못하므로 함부로 말할 수는 없지만, 소설 속의 설명에 따르면 그런 것 같다) 학교 축제를 닷새에 걸쳐 했다는 것도, 폭동에 가까웠던 학생 운동이 (우리와 비교하면 '고작') 축제 축소를 철회하기 위한 것이었다니 조금은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물론 나도 60년대 한국이나 일본에 살아 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걸로 그렇게 학생운동을 하다니 참 풍요롭고 배부른 사회였지 않나 하는 비뚤어진 생각이 드는 것도....
- 가문에 관한 내용이 여러 번 나오는 것도... 우리보다 성씨가 훨씬 다양하고 또 아직까지도 가문이 중요한 일본이라지만 동네 4대 명가라느니 교육계 유력 가문이라느니 하는 내용을 보면 다른 세상이구나 싶기는 하다. 물론 우리도 '쟤네 집안은 ~~집안이래' 이런 말이 자주 쓰이기는 하지만 그게 아예 '교육계 명가 김씨 가문의 아들 누구누구' 하고 이름에 박혀서 나오는 수준은 아니니까. 흠, 일본 성씨가 다양하기도 다양하고 서로 구분이 확실하게 되다 보니까 영화든 만화든 이런 설정이 정말 자주 나오는 것 같다.
첫댓글 그러게요
~~
인상적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