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화초 13제
2-1. 안개꽃
강아지 꼬리치듯 반갑게 다가와선
경개(景槪)로 푸는 화두(話頭) 미추(美醜)는 몹시 따져
희뿌연 안개 속 마냥 알 수 없는 맘 다발
* 졸저 『鶴鳴』 (학이 울다) 정격 단시조집(8) 제2-1번(242면). 2019. 6. 20 도서출판 수서원.
* 이기운의 영역(2023. 3. 29)
<The Gypsophila>
Sang-Cheol, Han
Like a puppy's wagging tail, approaching with gladness.
Being untangled by the spaysage, the topic's verily count on the beauty and ugliness.
Like a bundle of thoughts that cannot be understood, lost in a hazy mist of whiteness.
(Sang-Cheol, Han’s The Anthology of Sijo, titled “The Crying of Crain.” Translated by Kinsley Lee)
(한상철 단시조집 『鶴鳴』 제242면. 도서출판 수서원 발행.)
+++
한상철 선생의 학명에 있는 시조 안개 꽃을 영역해 보았다. 한 번 Tristich로 번역해 보았는 데, 초, 중, 종장을 –ness로 rhyme은 맞추어 보았지만, 초장이 pentameter인 데 반하여 중장, 종장은 octameter가 되어, 정형시로는 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리고, 행이 길다보니 산문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아래와 같이
Like a puppy's wagging tail, approaching with gladness.
Being untangled by the spaysage,
The topic's verily count on the beauty and ugliness.
Like a bundle of thoughts that cannot
Be understood, lost in a hazy mist of whiteness.
줄 갈음을 한다면, Pentastich로 라임과 1, 3, 5 행이 Pentameter로 좀 더 정형시에 가깝게 느껴진다.
필자가 제안한 5행시 시조 폼으로 수정해 본다면,
Like a puppy's wagging tail,
Approaching with gladness.
Being untangled by the spaysage, the topic's
Verily count on the beauty and ugliness.
Like a bundle
Of thoughts that cannot
Be understood, lost in a hazy mist of whiteness
한상철 선생의 시조에는 한자 단어가 많이 들어가기에 그 단어를 풀며 번역하다 보면 상당히 행이 길어지는 경향이 있다. 3, 4, 7 행이 길어지고 많은 음절의 행이 되고 말았다.
[출처] <#영역시, 단시조><#The Gypsophila , 안개꽃, 한상철>|작성자 kwoonlee
2-2. 수선화(水仙花)
강기는 감춰두고 부드러움 드러낸
현숙(賢淑)한 설중 선녀(雪中仙女) 꽃미남이 유혹해도
서릿발 지조를 지켜 순결 한껏 뽐내네
* 수선화 꽃말은 자아도취(自我陶醉)이고, 설중사우(雪中四友)의 하나이다.
* 여기서 꽃미남은 희랍 신화에 나오는 미남 청년 나르시시스(Narcissus)을 가리키며, 수선화의 유래이자 속명(屬名)이기도 함. 본명은 강민자 씨다.
* 졸저 『鶴鳴』 (학이 울다) 정격 단시조집(8) 제2-2번(242면). 2019. 6. 20 도서출판 수서원.
2-3. 나팔꽃
권태를 느꼈는가 저녁에 시들고만
숙살 띈 남빛 눈매 속절없이 날 옭아매
이승에 맺은 인연을 저승까지 못 끌고가
* 2017.11.8(수) 강화 한강문학 만추 세미나에서 15년 만에 우연히 만났는데, 권수홍으로 개명했다 함.
* 졸저 『鶴鳴』 (학이 울다) 정격 단시조집(8) 제2-3번(243면).
2-4. 제비꽃
김매는 농부 옆에 벙그는 오랑캐꽃
수줍어 깨문 입술 눈망울도 초롱초롱
영원히 품지 못할 바엔 밭두렁에 놔둘 걸
* 제비꽃을 오랑캐꽃으로도 부른다.
* 졸저 『鶴鳴』 (학이 울다) 정격 단시조집(8) 제2-4번(243면).
2-5. 참취
김밥과 먹는 참취 네 맛 내 맛 아닌데도
숙맥 띤 미향(微香) 내뿜어 가끔씩은 맡아봐
* 김숙(金淑) 선생은 동갑내기 조선족 친구로, 필자에게 간결한 격려 한시 ‘你眞是丈夫(니진시장부)’ 자유시로 지어주었다. 그간 자료를 잊어버렸다가, 2017. 7. 16 우연히 발견해, 《古書硏究》 제35호 (2017년)에 소개했다. 그는 소설 ‘삼국지연의’의 다음 문구를 좋아한다. 분구필합 합필분구(分久必合 合久必分). 즉, 천하가 분열 된지 오래면 반드시 통일되고, 통일한지 오래 되면 반드시 분열한다.
* 당시 김숙 씨가 지은 격려 글
你眞是丈夫(니진시장부)-자유시(2017. 7. 16)
-그대는 진정한 장부
金淑(김숙 1947~)
您說作 一個男人 理說當然 大喊一聲(니설작 일개남인 이설당연 대함일성); 남자로 태어났으면 의당 큰 소리 한번 쳐봐야 한다는 그대...
陳陳反響 群山振寒(진진반향 군산진한); 쩌렁쩌렁 메아리에 뭇 산이 우르르
我說你眞是一個男子漢 大丈夫!(아설니진시일개남자한 대장부); 내 말하노니, 그대는 정녕 사내 대장부여라!
* 김숙 여사는 조선족 화가 김홍일(金弘一) 씨 소개로, 2009년 잠시 사귄 조선족 친구로, 필자와 동갑이다. 중국 장춘사범대학을 졸업하고, 교편을 잡은 적이 있다. 부군과 함께 취업차 한국에 체류했다. 졸저 세계 산악시조 제1집 『山情萬里』를 기증하니, 답례로 즉석에서 현대 자유시체(백화문체)로 간결하게 지어준다.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2017. 7. 16 자료를 정리하든 중, 수첩에서 찾아냈다.
-----------------------
* 《古書硏究》 제35호(2017년) 번외작 한시 4수.
* ‘충무김밥’이 제제로 된 김밥이다.
* 2017. 3. 19 시조 종장 앞 구 수정. 처음 지어본 양장(兩章)시조이다.
* 졸저 『鶴鳴』 (학이 울다) 정격 단시조집(8) 제2-5번(244면). 2019. 6. 20 도서출판 수서원.
2-6. 흑장미
김 뜨건 자주감자 손바닥에 굴린 묘미
현란한 혀끝 향기 가시 돋운 흑장미냐
희한해 뜰에 피지 않고 담벼락에 있다니
* 예전 국민은행 구미지점장 시절 잠시 사귀었는데, 이름이 가물가물하다.
* 졸저 『鶴鳴』 (학이 울다) 정격 단시조집(8) 제2-6번(244면).
2-7. 백도라지
나긋이 살찐 육질 산중의 백도라지
연무 낀 바위 뒤로 기댄 듯이 꽃 한 송이
혜풍(惠風)이 꽃잎 스치자 살랑대는 맑은 운(韻)
* 도라지는 기관지에 좋으며, 흰 꽃이 약효가 더 뛰어나다. 연, 작약, 접시꽃도 흰 것이 효과가 더 있음.
* 혜풍; 화창한 봄바람. 그도 서울 도봉구에 살다가 어느 날 혜풍을 찾아 부산으로 훌쩍 떠나버렸다.
* 졸저 『鶴鳴』 (학이 울다) 정격 단시조집(8) 제2-7번(245면).
2-8. 민들레
박처럼 환히 웃다 느닷없이 토라진
봉당에 핀 민들레 된바람에 이끌렸나
남몰래 정을 줘놓곤 휙 날아간 꽃씨여
* 홀씨는 포자(胞子-버섯 씨)를 말하므로, 잘못된 용어이다. 그냥 ‘씨’ ‘꽃씨’ 또는 ‘털씨’가 옳다. 잘 사귀든 중, 어느 날 소식도 없이 재혼해버린 남자 이름의 미인 B씨...
* 졸저 『鶴鳴』 (학이 울다) 정격 단시조집(8) 제2-8번(245면).
2-9. 춘란 취개(翠蓋)
왕손의 후예일까 앙증맞게 피는 난초
영리한 토끼 마냥 깡충깡충 뛰는 애교
분내 난 혓바닥 아래 감춘 듯이 달콤함
* 중국 춘란의 소엽종(小葉種) 중 으뜸으로 꼽힌다. 잎과 꽃이 앙증스러우며, 시신 위에 얹어놓을 만큼 향이 뛰어나다. 그녀(왕영분)는 고려 왕실의 직계후예로, 개성 왕 씨 제38대 손이다.
* 졸저 『鶴鳴』 (학이 울다) 정격 단시조집(8) 제2-9번(246면).
2-10. 인동초(忍冬草)
이화로 피었다가 금화(金花)로 바뀌는 멋
순하되 질긴 심지 한 겨울도 감아올린
홍조(紅潮)로 머금은 꽃술 향기조차 맑아라
* 금은화(金銀花)라 부르며 여름에 꽃이 피는데, 처음에는 희다가 노랗게 변한다. 겨울에도 잎이 지지 않는 강인한 약용식물로, 간에 유효한 것으로 알려짐. 산을 무척 좋아해 늘 잊어지지 않는 그대를 그리며..당신은 천하의 명기(名器)! 서예가 금제 김종태 씨가 서간체로 쓴 시조를 액자로 만들어, 다시 L여사에게 기증함,
* 《海東文學》 2005년도 사화집 5수.
* 졸저 『鶴鳴』 (학이 울다) 정격 단시조집(8) 제2-10번(246면). 2019. 6 20. 도서출판 수서원.
2-11. 해바라기
임자가 있는 꽃은 건드리지 말라는데
순박한 촌뜨기가 생채기 낸 해바라기
분연히 목을 쳐들어 해를 향해 구시렁
* 졸저 『鶴鳴』 (학이 울다) 정격 단시조집(8) 제2-11번(247면).
2-12. 물봉선
장마철 지나간 뒤 선선한 바람 불면
금새 내밀 듯이 말아 올린 분홍 혀
선한 맘 뉘 알아주리 산도랑에 핀 연정
* 물봉선의 꽃말은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
* 졸저 『鶴鳴』 (학이 울다) 정격 단시조집(8) 제2-12번(247면).
2-13. 홍련화(紅蓮花)
조용히 살고 싶나 파소지정(破素之情) 못 잊어
성긴 듯 솟은 대궁 은은히 뿜는 향기
희미한 옛 추억 접고 마파람에 하늘대
* 파소지정; 처음 깨트려 바친 순정.
* 2015년 6월 부여군 주최 궁남지 연꽃축제 시화전 출품작. 집으로 부쳐온 시화와, 수록책자는 이 시조의 주인공인 J여사에게 기증함.
* 그림은 졸저 한시집 『북창』 표지화임.
* 졸저 『학명』 제1-7번 ‘관이물구’, 제1-40번 ‘연실’ 시조 참조.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제 3-59번 ‘하우연지’ 시조 참조.
* 졸저 『鶴鳴』 (학이 울다) 정격 단시조집(8) 제2-13번(248면).
-------------------------------------------------------
* 위의 글은 교유한 여류 13인을 골라, 꽃과 풀로 비유해 읊었다.
* 《古書硏究》 제 28호. 2010. 12. 30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