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한분이 젊었을 때,
사셨던 일들을 들려 주신적이 있다.
중매가 들어오고 시집을 가니,
부채 만드는 집안이었다.
지금은 에어컨이 집집마다 설치 되어 있어
그다지 부채 수요가 없지만,
60년대 70년대는 그 수요가 전국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얻는다.
시누는 대대로 이어진 부채 장인 집안들이다.
기업에서 추석선물로 주문을 하고,
청와대와 수 많은 단체에서 주문이 몰리다보니
시집 오고나서
종일 부채 만드는 일로 하루를 다 소비한다.
선풍기가 나오고 나서 갈수록 물량이 줄어든다.
부채 공장을 접고,
남편은 상공장으로 나간다.
대한민국에 공장이 하나 둘 생기고
저마다 저축 할 수 있는 환경이 일어나니
우리도 조상 제사 지낸다고 상 공장에 주문이
밀린다.
남편 되시는 분이 워낙 꼼꼼하고 일을 잘하니
남원에서 전주로 스카웃이 된다.
전주에서 서울로 납품 하고
서울에서도
이보다 더 잘 만든 상이 없다.
서울 사는 사장이 전주로 내려가
지금받는 월급에 3배를 줄 것이니
서울 가자고 한다.
그렇게 서울에 와 열심히 일을 하니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부잣집 마님이 돈을 줄테니
공장 차리라고 한다.
공장을 차리고 또 더 열심히 일 하니
재산이 불어간다.
집도 양반집 기와집으로 이사를 가고
산도 사고, 오만곳에 땅과 재물이 있어도
무엇이 있는 줄 모른다.
그 사이 시골에 있던 시누를 서울로 불러들인다.
부채 만드는 일 말고는 할 일이 없기에
집안 일을 도우면서 간간히 월급을 준다.
시간이 지나 이번에는 아파트가 생기고 사람들이
상 대신 주방 식탁 문화가 생기면서
공장에 물건이 팔리지 않으니
그동안 벌어놓았던 재산을 하나 둘 처분 하다보니
어쩌다 보니 남는 것이 없다.
시누도 내 보내고 부부가 겨우 밥 먹고 살면서
혼자 사는 시누를 돌 돈다.
아픈 시누를 돌 보면서
어느날 시누가 모아 둔 통장을 정리하니
억대가 넘어간다.
평생 한 푼도 안 쓰고 모아둔 자산이다.
할머니는 어떻게 모아둔 것이지 모르겠다고
하시면서 시누가 올케 쓰라고 3백만원을 건내
올 겨울 잘 보냈다고 한다.
요상한 일이라고 한다.
시누가 부채를 만들어
때가 지나 부채 일을 그만둔 것을
매일 보면서도,
상이 안 팔리는 원리를 찾지 않는다
열심히 잘 살고 착하게 살았다고 한다.
나이가 들어 돈도 없고
몸만 아프다고 푸념 하신다.
상 공장이 망하고 나니,
이제는 내 자식중에 한명이
나와 같은길을 걸어야 한다.
조상이 부채를 만들어 수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일을 했기에
그 덕으로 서울 온 것인데,
반복되는 원리가 이해가 되질 않으니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났는지,
풀어 달라고 수 많은 스님과 목사를 만나고
점을치고 도사를 만나도
어느누구도 일 깨워주는 선지식이
만날수가 없다.
시누를 서울로 데리고 왔으면,
자신에 인생을 살도록
이끌어야 한다.
한번도 인생 펼치지도 못하고 서울에 오면
아무것도 한 것 없이 허송세월을 보낸다.
대대로 가문이 어려워진 원리다.
그리고 다시 3백만원을 주면서
돈이 무엇인지 공부하라고 준 것인데,
이번 겨울만 잘 넘겼다고 한다면
봄이 되면 또 다른 어려움은 실시간으로 돌아온다.
2대에 걸쳐 어마어마한 재물을 주었지만,
그것을 운용할 실력이 없으면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리고
후손들중에 한명은 또 그 유산을 물려받아야 한다.
수 천년 내려온 삼대 가난과 삼대 부자없다라는 표현이다.
돈은 백성들에 피와 땀이다.
벌고나서 반드시 아래를 돌 보아야 한다.
아랫 사람도 나만큼 절박한 시대를 산다.
그 사람들에 질량을 올려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아니면 내가 그 사람들 힘든 시간만큼
스스로 감당 해야 한다.
어려워지면,
우리집 식모가 하던일을 해야 하고
남들이 팔던 물건을 가지고 간다.
돈과 경제가 무엇인지 깨우쳐 후손에게 가르쳐야 한다.
아니면
손자가 오늘 내가 겪은 일들을
다시 겪어야 하는 것이 대물림이다.
아무것도 할일이 없다면,
모아두는 일만 하는것이고
돈이 나가면 명분이 있어야 한다.
시누와 올케의 사주가 같다.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받았다면,
오늘 대한민국 최고의 여성상이 될 분들이다.
같이 연구해 보아야 한다.
2024년 1월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