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께서 저보고 산후우울증이 너무 오래 간다고 하셨는데 사실 저 우울증 아니예요.
산후 귀차니즘이라고 해야 맞을것 같아요.
제목에 정신없이 읽었다는 뜻은 집중을 해서 읽었다는 뜻이 아니구요. 이제 만 16개월 된 아들 눈치보며, 피해가며, 전쟁하듯 읽었다는 뜻입니다.
채인선 글, 김은정 그림, 한울림어린이
이 책은 일단 제목에서 도은이한테 합격점을 받았어요.
딸이 태어나서 자라, 다시 엄마가 되는 과정을 그린 그림책이에요. 딸이 좋은 이유가 참 많더라구요.
배경이 1970년대부터라 도은이가 공감할 수 없는 부분도 약간 있는것 같아요.
어찌보면 저(우리)를 위한 그림책인거죠!!
한편, 약간 씁쓸함도 느꼈어요. 우리가 얼마나 아들을 좋아했으면 <딸은 좋다>라는 제목의 그림책이 나왔을까 하는...
테지마 케이자부로오 글·그림, 엄혜숙 옮김, 창비
도은이나 저나 판화그림책을 별로 썩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이 그림책은 저를 강하게 끌어당기네요. 차갑고 시린 푸른 색조가 고니 가족의 슬픔을 고스란히 전해 준답니다. 아주 슬픈 책이지만 또 아름다운 책이랍니다.
사실 도은이한테는 환영받지 못한 책입니다. 판화에, 가족의 죽음을 주제로 하는 책이니 좋아할리가 없죠. 하지만 그림책버스 회원(엄마)들에겐 강추합니다.
앤터니 브라운 글·그림, 김경미 옮김, 비룡소
걱정이 너무 많아 걱정인 빌리의 이야기입니다. 다행히 빌리의 할머니가 <걱정인형>이라는 처방을 내려 빌리의 잠자리를 편안하게 해주죠.
걱정인형은 중앙아메리카의 과테말라에서 처음 생겼다고 합니다.(지도에서 과테말라를 같이 찾아보는 센스!)
이 그림책을 잠자리에서 읽어 주면서 우리 도은이에게도 걱정인형을 하나 만들어 줘야겠다 하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겠더라구요. 제가 보기에 도은이는 걱정이 너무 없는게 걱정인거 같아요. ㅋㅋ
데이빗 섀논 글·그림, 조세현 옮김, 비룡소
<안돼, 데이빗>의 작가 데이빗 섀논의 그림책입니다. 표지부터 벌써 아이들의 마음을 확 사로잡죠.
아욱콩을 좋아하는 카밀라가 다른 친구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아욱콩을 먹지 않습니다. 어떻게 아욱콩을 좋아할 수 있을까 하는 친구들의 놀림을 받을까 두려워서요. 그런데 그때부터 카밀라는 온 몸에 줄무늬가 생기는 줄무늬병에 걸리게 됩니다. 결국 다시 아욱콩을 먹으면서 원래대로 돌아오게 된다는 이야기인데요.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 주려고 한 그림책인거 같아요. 그런데 저는 그 과정이 좀 억지스럽다는 느낌이 드네요.
히도 반 헤네흐텐 글·그림, 이경혜 옮김, 웅진
도은이가 좋아하는 따뜻한 이야기입니다.
언제나 함께하는 엄마곰과 아기곰. 하지만 아기곰에게 비밀이 생겼어요. 엄마곰 몰래 <엄마곰과 아기곰>의 눈사람을 만들고 있거든요.
눈사람이 완성된 날. 아기곰은 엄마곰을 숨가쁘게 부릅니다. 비밀을 알게 된 엄마곰은 아기곰과 함께 행복하답니다.
도은 : 아기곰은 좋겠다.
엄마 : 왜?
도은 : 아기곰이 엄마곰한테 오라고 하니까 얼른 오잖아.
엄마 : (당당하게) 엄마도 그러잖아!
도은 : 엄만 늘 그러지 않잖아. 용채때문에 힘든때는 안 오잖아.
(잠시 정적이 흐른 후)
엄마 : 알았어. 앞으로는 도은이가 부르면 아무리 힘들어도 갈께.
도은 : 엄마, 나도 모른다고 연필 던지고 그러지 않을께.(낮에 공부하다가 모르겠다고 짜증내며 연필 던져서 혼났었다)
아나이스 보즐라드 글·그림, 김예령 옮김, 문학과 지성사
<제랄다와 거인>을 떠올리게 하는 그림책입니다.
도은이는 <제랄다와 거인>을 굉장히 무서워했는데 이 그림책은 그 정도는 아니네요.
일단, 어린애 고기를 먹는다는건 똑같지만 이 그림책에 나오는 요괴는 도은이 나이 정도의 꼬마 여자아이라는 점이 덜 무섭게 느껴지나 봐요.
<제랄다와 거인>이 그랬듯 이 그림책도 곳곳에 재미있는 장면들이 많이 있네요.
먹잇감으로 잡아온 사내아이한테 정을 느껴 잡아 먹지도 못하고 사내아이 손가락만 입에 물고 있는 장면이라던가(맛만 보는거죠), 그 사내아이와 훗날 결혼해서 아이들을 많이 낳았는데 그 중 몇 몇은 엄마의 끼를 이어 받아 딴 생각을 하고 있답니다. 사냥을 위한 우리를 만든다거나, 동생을 자꾸 음흉한 눈빛으로 흘깃거린다거나..
한가지 바램이 있답니다. 도은이가 이런 류의 그림책을 좀 재미있게 웃어넘겼으면 하는 바램이요.
임정자 굴, 김영수 그림, 아이세움
짱짱이가 시장 가요. 동생팔러 시장 가요. 고자질쟁이에다 욕심꾸러기 먹보인 동생 팔러 시장 가요. 하지만 아무도 안 산다고 하네요.
결국 친구에게 거저 주기로 한 순간, 짱짱이는 깨닫죠. 거저 주기에는 내동생이 너무 아깝다는.
지난 주 도은이가 이 책을 읽고 유치원에 감상문을 써갔답니다.
느낀점 : 난 내동생 안팔을거야!
울리히 마스케 글, 질케 브릭스-헨커 그림, 김지연 옮김, 어린이작가정신
아기 고슴도치는 아빠만 보면 달아나기에 바쁘답니다. 뽀뽀하자고 달려드는 아빠의 수염이 너무 따가워 보여서요. 너무도 섭섭했던 아빠는 그만 눈물을 글썽입니다.(이 장면에서 도은이도 같이 눈물을 글썽)
그제서야 미안해진 아기고슴도치는 아빠에게 다가가 뽀뽀를 해줍니다. 그런데 따가울 줄 알았던 아빠수염이 간지럽지 뭐예요.
도은이는 읽는내내 아기고슴도치를 많이 미워했답니다. 아빠마음도 몰라준다며...
에스더 실버스타인,고든 이글 공저, 테네시 딕슨 그림, 문윤희 옮김, 작은씨앗
겉표지에 <전미 유태인 문학 어린이책 부분 선정도서> 라고 쓰여 있네요.
유태인의 책을 보면 항상 교훈을 주려고 하는게 느껴진답니다.(몇권 안읽어 받지만요) 이 책 또한 그럽답니다.
병아리 한마리가 폭풍우에 철조망에 걸려 깃털이 아주 많이 빠지게 된답니다. 그 병아리에게 엄마는 아이가 보는 앞에서 아빠가 입었던 헌 내복을 잘라서 옷을 만들어 몸에 꼭 맞게 감싸줍니다. 훗날 그 병아리는 훌륭하게 성장해서 우두머리 닭이 되죠.
책 끝부분에 작가는 아빠의 입을 빌어 이렇게 대놓고 교훈을 준답니다.
"닭도 성공하려면 좋은 엄마가 필요해"
닭도 성공하려면 좋은 엄마가 필요한데 하물며 사람은 말해 무엇하겠냐는...
우리 모두 좋은 엄마가 되는 그날까지 화이팅!!!
첫댓글 흠.......우울증과 귀차니즘의 산을 넘고 강을 건너, 변치 않는 성미 씨의 맛깔스런 리뷰에 축하를 보냅니다. 도은이에게도요. (핑크 공주 도은이 잘 지내지?)
선생님, 고맙습니다. 도은이 이젠 핑크 별로 안좋아해요. 요즘엔 보라색을 좋아한답니다. 핑크는 유치하다고 하네요...
좋은 정보 감사해요 꼭 한번 읽어 주고 싶네요
도움이 되었다니 저도 기쁘네요...
성미씨가 쓴 글이 재미있어 당장이라도 읽고 싶은 걸요. 저희 딸 예린이는 자기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아요. 그래서 며칠 전에 어떤 엄마가 예린이 엄마가 되었으면 좋겠니? 하고 물어 보았더니, 학원 가느라 간식 먹을 시간 없을 때 간식 챙겨서 학원 차 기다리며 엄마가 간식 먹여줄 때 라고 하더라구요. <엄마에겐 비밀이야>는 예린이와 함께 읽고 싶은 책인걸요. 고마워요. 좋은 책 많이 올려줘서*^^*
저도 학원 앞으로 한번 가봐야 겠는데요. 간식 챙겨서...우리 한번 해보자구요...
간단하면서 핵심을 콕 찍은 나의 스따~일 글이네요. 당장 찾아서 읽어 봐야겠어요. 정말 잘 보고 갑니다. 그리고 갑자기 존경스럽네요^^
'간단하면서 핵심을 콕 찍은 나의 스따~일' 이 말 정말 맘에 드네요. 고맙습니다.
ㅋㅋ 누구 누구 꼬리 다는지 다 기억 할거란 말에.. ^^ 도은이랑 도연이 독서 취향이 참 ~ 비슷해서 도움이 많이되네요..<줄무늬가 생겼어요> 표지만 보곤 선뜻 사줄 맘이 없었는데.. 내용보니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싶네요..사고 싶은 책은 왜 이리도 많은지.. 잉~
내 말이요. 지금 제 장바구니에 담긴 책만 해도 어마어마하답니다. 꼬리 잘 다셨어요ㅎㅎ
<줄무늬가 생겼어요> 가져 오신 책 정말 맘에 들더라구요. <꼬마요괴의 점심식사>는 제목부터가 벌써 대엽이 취향일 것 같네요. 대엽이 대선배님이 알려 주신 책이니 어련하시겠어요. 즐겁게 읽겠습니다.
그러고보니 <꼬마요괴...>에 나오는 남자아이가 대엽이를 닮은것도 같아요. 그리고 대엽이가 참 기특하답니다. 저를 꼬박꼬박 선배로 대접해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