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쇠라의 오후 11
크루아상 13
루시의 수첩 14
시엔 16
데자뷔 18
모하비의 시간 20
허밍 22
페넥여우 24
박쥐바람 26
몽당연필 28
티슈 30
천 개의 거울과 마주 보는 천의 얼굴 32
달팽이를 읽다 33
지심도 동백 34
어제의 모과 35
몹쓸꽃 36
숨은그림찾기 38
열 시는 무료하고 15분은 따스한 39
검은 광장 40
제2부
큰 모자를 쓴 잔 45
수국水國에서 46
안개꽃 48
푸른 감자가 있는 풍경 50
생각하는 의자 51
1막 2장 52
오후 네 시, 먼 곳 53
붉은 입술, 아다 54
까만자전거 56
착불 58
다정 한 스푼 59
물안개 60
손톱 위에 쓴 시 62
해바라기 64
병炳처럼, 쓸쓸한 66
그 여자 68
나뭇잎 포스트잇 70
큐브 놀이 72
그녀마네킹 74
아르테미스 76
제3부
Mr. Pegasus 79
가을 몽타주 80
그냥이라는 말을 씹는다 81
이미지, 몽蒙 82
얼룩을 건너다보다 83
흔들리다 84
삐딱하다 86
흔들리는 나무 88
판화 90
드라이플라워 91
아는 이야기 92
말의 뒤편 94
밑줄 치다 96
에스키스 97
나비, 날아가네 98
전문가 100
꽃과 바람의 시간 102
노랗게 더 노랗게 슬픔이 104
해 설
이승희 길은 내 안의 ‘쓸쓸함’으로부터 자란다 106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책 속으로
어제의 모과
그림자를 물고 날아가 버린 새는
그림자를 통째로 잃고 하루를 잃고
다시 날아오지 않는다
접근 금지 구역이 된 나무에서
썩은 모과 냄새가 이방인처럼 건너왔다
꽃을 잃고 모과는 더 이상 모과가 아니다
굴러온 모과는 썩으며 흘러내린다
모과를 듣다가 시꺼먼 모과를 만지다가 손등 같은
흙 속에 꾹꾹 파묻은 가을
모과는 가벼운 비문으로 시작된다
모과나무 건너 언덕길에 누군가
흔들리는 어깨와 붉어진 눈
저승꽃같이 까만
블라우스가 휘적휘적, 지나간다
시간은 너무 빠르게
어제 읽은 나무의 마지막 물음을 떨어뜨린다
얼룩진 바닥은 나무의 유언장
모두의 모과들 한때의 어제로 적힌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출판사 서평
정선우 시인의 첫 시집 『모두의 모과들』이 시작시인선 0281번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2015년 『시와사람』으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한 후 처절한 자기인식에 기인한 새로운 세계에 대한 열망을 드러내는 시를 써왔다. 첫 시집 『모두의 모과들』은 세계와 타자와의 화합을 꿈꾸기보다는 철저한 자기부정을 통해 역설적으로 존재를 드러내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새로운 세계로의 진입을 갈망한다. 여기서 시인은 상처와 불행의 나날을 기록하고 공유함으로써 현존재를 확인하는 일에 몰두한다.
해설을 쓴 이승희 시인은 이번 시집에 대하여 “정선우 시인은 자신의 내면에 대한 집요한 응시를 통해 웅숭깊은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중략)… 그리고 그 끝에는 언제나 자신에게로 향하는 시선이 있다. 끝내 결핍이 채워지지 않을 때가 더 많은 이 생에 대하여, 이 불화의 세계를 건너가는 방식으로 오히려 담담하고, 주어진 슬픔을 오히려 무기처럼 받아들인다”라고 평했다.
시인은 결핍을 채우는 방식으로 견딤을 택한다. 견딤의 과정을 통해 세계에 대한 진정한 이해가 확보될 수 있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보여 주기도 한다. 자신을 마주한다는 것은 어렵고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시인은 끝내 슬픔의 얼굴을 외면하지 않는다. 내면에서 소용돌이치는 세계와의 불화를 오히려 온순하고 담담한 시적 진술로 풀어낸다. 이는 오랜 견딤의 방식에서 얻어진 성찰의 결과이다. 오늘의 패배를 기록하는 건 비참한 아름다움이며 실존에 대한 자각은 새로운 세계로 도약하는 일임을 시인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해설의 말처럼 정선우 시인은 “열망이 없다면 절망도 없”고 “절망은 열망으로부터 온다”는 믿음으로 “열망이 절망이 되고, 절망이 다시 열망이 되는 세계 속을 걷는 일”을 묵묵히 수행하며 “이 세계의 슬픔으로부터 벗어나 지도에 없는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일”을 꿈꾼다.
정선우 시인은 자신의 내면에 대한 집요한 응시를 통해 웅숭깊은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호들갑스럽지 않고, 과장하지도 않으며, 소란함도 치열함도 조용히 다독이고 있다. 제 속에 그다지 뜨거운 것을 품고도 표정 변화가 없어서 때로는 무엇을 들고 있는지 알 수 없을 때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한끝에 닿게 된다. 그리고 그 끝에는 언제나 자신에게로 향하는 시선이 있다. 끝내 결핍이 채워지지 않을 때가 더 많은 이 생에 대하여, 이 불화의 세계를 건너가는 방식으로 오히려 담담하고, 주어진 슬픔을 오히려 무기처럼 받아들인다. 결국, 한없이 깊어질 수 있는 힘은 외부의 결핍을 무엇으로 받아들이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해설 중에서
첫댓글 축하합니다!
선생님 애쓰셨습니다
기대하고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모두의 모과들 곧 보여드리겠습니다 ^^~
축하합니다
이 시집으로 더욱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기쁜 일이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새해 덕담 같은 말씀 감사합니다.
선생님 덕분에 기쁜일이 일어날것 같아요 ^^
축하합니다 어떻게 하면 시집을 낼 수 있지요?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대상을 바라보는 깊이와 그 속에서 길어올린 의미가 시집 곳곳에 배여 있어서 좋았습니다.
2019년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기원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