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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기업을 위한 글로벌 마케팅 필살기'라는 부제의 이 책을 읽으면서, 대학 시절 나와 같은 방을 쓰던 외삼촌이 생각났다. 외국 기업과 무역을 하면서 수입과 수출의 계약은 물론 그에 관련되는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오퍼상'이라고 하는데, 외삼촌이 바로 그러한 일을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집에 있을 때는 당시에 유일한 영어 채널이었던 AFKN을 틀어놓고, 그렇게 해서 영어를 익혀야 한다고 조카인 나에게 강조하기도 했다. 나는 국문학이 전공인지라 외삼촌의 일에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그 이후 성공에 대한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 것으로 보아 외삼촌 역시 그저 평범한 삶을 꾸려갔었기 때문이라고 짐작된다.
만화와 드라마로 잘 알려진 <미생>의 배경은 무역을 성사시켜야 하는 종합상사의 사무실과 그들이 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종합상사는 자신이 만든 물건을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기업의 제품을 취급하여 수출하는 특이한 형태의 회사이다. 종합상사라는 회사는 일본과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기업 형태라고 하니, 한국에서는 수출을 통한 성장이 중요시되었음을 반증하는 사례라고 하겠다. 기업 형태로 무역에 관여하는 회사가 종합상사라면, 개인이 무역에 관여하면서 수출과 수입을 대리하거나 혹은 직접 판매 루트를 개척하는 등 무역업에 종사하는 이들을 일컬어 오퍼상이라고 일컫는다. 이 책의 저자는 과거 개인적으로 무역업에 종사하면서 회사를 경영하고, 이제는 무역과 관련된 다양한 컨설팅도 해주는 마케팅 전문가로 소개되어 있다. 대략 25년 정도의 경력을 지니고 있으며, 이 책에는 자신의 경험과 무역에 관한 노하우 등이 상세하게 서술되어 있다.
저자는 시작하는 글에서 '살아남아야 강자가 된다'는 표현으로, 자신이 겪었던 치열한 생존경쟁의 모습을 압축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언론을 통해서 접하는 무역의 현실은 특정 개인이나 회사의 능력이 중요하지만, 때로는 냉혹한 국제 관계로 인해서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평소에 명함관리를 통한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것에서부터 외국인을 상대하기 위한 노력, 그리고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겪은 경험 등이 상세하게 정리되어 있다. 딱히 무역업이 아니더라도, 기업을 운영하는 이들에게도 저자의 이러한 경험들이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그리고 저자가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철저한 자기관리와 사업을 위한 준비 과정이 주도면밀해야, 언젠가 그 결실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책에는 '글로벌 마케팅, 해외영업을 해야 산다'는 무역업의 기본적인 자세로부터 '영업,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비대면시대, 영업대표를 위한 디지털 플랫폼' 등 최근의 상황까지 고려한 다양한 방안이 제시되어 있다. 어떤 사업이든지 섣불리 도전하기보다 철저히 사전 조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것인데, 하루의 일과를 철저히 계산하며 시간을 아껴 활동하는 저자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평소의 일과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해외 출장에서도 하루를 정리하면서 그날그날의 성과와 문제점 등을 정리하면서 자신의 상황을 돌아본다는 성실한 자세가 돋보였다. 아마도 그래서 오랫동안 같은 일에 종사하고, 그 방면의 전문가로 우뚝 설 수 있었을 것이라 이해된다. 나 자신은 영업과 관련된 일을 하는 직업이 아니기에, 이 책의 세세한 내용보다는 저자의 성실함과 목표를 정해 전략을 짜고 그에 맞춰 실행하는 자세 등에 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나 역시 많은 이들을 만나면서 명함을 주고받았지만,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그 명함들은 대체로 서랍에 그대로 쌓아두는 편이다. 그러나 저자는 명함을 받으면 반드시 휴대폰에 저장하고, 그것을 다시 요일이나 월 단위로 A4에 복사하여 기록을 남겨둔다고 한다. 언젠가 서로 관계를 맺을 것이라 생각하여 명함을 건넨 상대에게 간단한 인사말을 메시지로 남긴다고 하니, 이러한 태도를 통해 그야말로 철저한 사업가의 면모가 느껴졌다. 그저 머릿속에서만 생각하는 사업이 아닌, 현장을 누비면서 겪고 얻어낸 소중한 성과들이 사업가들이나 혹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이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된다. 사업이란 사전에 철저히 계획해보고, 시행하면서 때로는 성공과 실패를 겪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새롭게 일어서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여겨졌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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