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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중국 사신단의 일행으로 다녀온 기록을 남긴 연암 박지원의 기행문인 <열하일기>는 당시의 문화사를 읽어낼 수 있는 중요한 저작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치열한 당쟁의 와중에서 그에 동참하지 않고 당대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자 했던 박지원의 면모에서 우리는 비판적 지식인으로서의 자세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저작인 <열하일기>에는 비판적 지식인으로서의 실질을 읽어낼 수 있으며, 박지원이 살았던 시대적 환경과 지식인들의 풍향 등에 대해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다양한 논문과 책들을 통해서 박지원과 그의 저작인 <열하일기>에 대해서 그 내용과 문학사적 의미 등을 접했지만, 실상 <열하일기> 원문을 읽은 적은 없었음을 고백한다.
읽기 위해 구입한 <열하일기>의 번역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방대한 분량으로 인해 항상 후순위로 밀려있을 뿐이었다. 물론 <열하일기>의 내용을 어느 정도 알고 있고, 수록되어 있는 기록들 가운데 적지 않은 작품들은 이미 다양한 기회를 통해 읽은 적이 있기 때문이기도 한다. 고전문학을 전공하는 나로서는 언젠가 한번쯤 완독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여기기에, 우선 조금은 여유가 있었던 주말을 기해 <열하일기>의 주요 부분을 번역한 이 책에 도전해보기로 하였다. 2권으로 되어있어 처음에는 약간의 부담을 느꼈지만, 정작 읽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독파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열하일기>의 내용은 물론, 박지원의 문체가 그만큼 매력적이었기 때문이었다고 이해된다.
공저자의 한 사람인 고미숙이 <열하일기>를 ‘웃음과 역설’이라는 키워드를 통해서 그 내용과 문학사적 의미 등에 대해 소개하였으며, 이 책은 그 후속 작업으로서의 원전을 번역한 것이라고 하겠다. 처음에는 <열하일기> 전체를 완역할 예정이었으나, 북한의 학자들이 완역한 책이 출간되어 ‘개성 있는 편역본을 내기로 방향을 선회’했다고 한다. 그리하여 다양한 자료와 사진을 곁들여 읽기 쉬운 체제로 완성된 것이라고 이해된다. 18세기에 중국을 방문했던 박지원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주요 내용들을 번역하고 필요한 자료들을 함께 소개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체제는 <열하일기>의 형식을 그대로 좇아서 취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박지원의 <열하일기>는 여정에 따른 순서대로의 기록을 취하면서, 또한 그 내용들을 별도의 제목을 내세워 체제를 구성하고 있다. 예컨대 조선과 청나라의 경계인 ‘압록강에서부터 요양에 이르기까지’ 약 15일의 여정에는 ‘도강록’이라는 제목을 붙였으며, 이어지는 ‘섭리하부터 소흑산에 이;르가까지’ 5일 동안의 기록은 ‘성경잡지’라는 제목 아래 갈무리되어 있다. 또한 ‘신광녕부터 산해관 안에 이르기까지’ 9일 동안의 기록을 남기면서, ‘일신수필’이라는 제목을 부기하고 있다. 이 책의 상권은 이상의 여정을 토대로 모두 29일 동안 박지원이 사행길에서 만난 사건과 사람들에 관한 기록을 토대로 하고 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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