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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의 생애를 다룬 책의 제목이 <처럼>이라! 책의 제목을 보고 무척이나 궁금했다. 흔히 ‘~처럼’과 같은 용법으로 직유를 드러내는 조사이다. 사전을 찾아보니, ‘처럼’에는 ‘체언의 뒤에 붙어, 서로 견주어 보아 비슷하거나 같음의 뜻을 나타내는 부사격 조사’라고 풀이되어 잇다. 그동안 윤동주에 관해 적지 않은 연구 성과를 발표했었던 것을 알고 있었기에, 저자가 평전의 제목을 이처럼 붙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목차’의 앞에 붙은 책의 ‘서문’에 해당하는 글에서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혀 놓았다.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처럼'이란 조사만 한 행으로 써 있는 시를 본 적이 있나요. 한국 시가 아니더라도 영어 시, 일어 시, 중국어 시에서 '처럼'만 한 행으로 된 시를 본 적이 있나요.“
저자가 제목의 출처로 삼은 이 시는 윤동주의 시 ’십자가‘의 일부 구절이다. 그동안 윤동주 시를 오랫동안 읽어왔지만, 이 책을 통해 비로소 인지하게 된 사실이라 하겠다. 너무도 익숙해서 그저 범상하게 여겼다는 윤동주의 시 세계에 대해서, 저자는 근자에서야 비로소 그 진가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윤동주의 시를 탐독하고, 지속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발판으로 삼았을 것이다. 시인 윤동주는, 한국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다는 '서시'를 비롯해서 주옥같은 시 작품들을 우리에게 남겨주었다.
이 책은 '시로 만나는 윤동주'라는 부제가 달린 윤동주의 일생과 문학 세계를 탐구한 윤동주 평전이다. 일제 강점기 유학을 갔던 일본에서 체포되어, 해방을 몇 달 남기지 않고 감옥에서 순국한 시인. 사후 그의 생전에 창작한 시들을 지인들이 묶어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라는 제목의 시집으로 출간했으며, 그로 인해서 한국에서 가장 빛나는 시인 가운데 한 사람으로 비로소 발견된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그가 남긴 원고에는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작품을 창작한 일자를 정확히 기록되어 있다. 그래서 그의 일생과 작품을 나란히 배열하여, '시로 만나는 윤동주'라는 평전을 쓸 수 있었을 것이다.
몇 해 전 중국 길림에 답사를 갔을 때, 그의 모교인 용정중학교에서 기념관을 둘러보고 윤동주 시비에서 사진을 찍었던 적이 있다. 이어지는 백두산 등반 일정으로 인해 그의 무덤에는 들르지 못했지만, 만약 다시 중국을 찾게 된다면 꼭 윤동주의 무덤에 들러 분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윤동주의 작품을 해석하는 저자의 시각에 부분적으로 동의하지 못하는 내용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그의 일생과 작품 세계를 긴밀히 연결시켜 논하는 연구자의 성실성을 읽어낼 수 있었다. 윤동주의 일생에 대해서는 이미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지만, 창작 연대를 살펴 시 작품과 연계해서 논하는 방식이 신선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오늘 다시 윤동주의 시집을 펼쳐들고 찬찬히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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