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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소유의 집이 없는 서민들은 대체로 2년마다 이사하는 것을 가장 어려운 일로 꼽고 있다. 다행히 전세 기간이 만료되어 이사를 가지 않아도 되는 경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하지만, 그 사이 전세 비용이 크게 올랐다면 어디로 이사할 것인가에 고민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원치 않지만 일정 기간마다 이사를 해야만 하는 서민들의 처지는 이 시대를 견뎌내기 위해 힘겨운 삶을 살아야만 하는 것이다. 자신이 살 곳을 정하여 옮기는 일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렇게 상황에 따라 벌어지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여행을 통해 새로운 도시를 찾기도 하지만, 그것은 생활인으로서 느낄 수 있는 것과는 또 다른 경험일 뿐이다.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의 의지에 따라 다양한 나라를 오가며 지냈고, 더욱이 자신이 거쳤던 도시에 대한 경험을 녹여내어 그에 대한 탐구의 기록을 남겼다. ''국 도시 생활자, 도시의 이면을 관찰하다'라는 부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단순히 도시에 대한 감상만이 아닌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저자의 경험을 통해 느꼈던 생각들을 풀어내고 있다. 저자는 미국의 오대호 주변에 위치한 미시간주의 앤아버라는 도시에 태어나서, 일본의 도쿄는 홈스테이 경험을 통해 처음 접한 이래 자주 찾는 도시가 되었다고 한다. 한국의 서울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생활했고, 다시 대전에 위치한 대학에서 정착했던 경험들이 도시의 풍경과 느낌을 통해 전달되고 있다.
아일랜드의 더블린에서 박사학위를 받기 위해 생활하면서, 런던을 오갔던 기억들을 통해서 도시의 풍경과 특징들을 짚어내기도 한다. 이후 일본의 구마모토와 가고시마에서의 생활과 함께 교토에서 살면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겪었던 도시의 풍경이 소개되기도 한다. 그리고 어머니가 살았던 미국의 라스베이거스의 변화상을 논하면서, 과거 한국에 있을 때 찾았던 전주와 대구의 도시 풍경을 비교하여 설명하고 있다. 자신의 고향인 미시간에서 가까운 대도시 뉴욕에 대한 감상, 그리고 얼마 전에 정착한 로드아일랜드의 프로비던스의 생활을 끝으로 도시 탐구기를 마무리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저자를 과거에 여러 차례 만났던 기억이 있는지라, 이 책의 내용을 흥미롭게 읽었다. 책의 곳곳에서 저자의 꼼꼼하고 세밀한 성격이 잘 드러나기도 했고, 새로운 것에 대한 탐구심이 강하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잠시 동안이라도 정착했던 도시들을 떠올리면서, 나에게 그 도시의 이미지는 무엇일까를 생각해보기도 했다. 문득 살면서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에 대한 기억과 함께 각 도시의 풍경이 지닌 특징들이 어렴풋하게 그려질 것 같았다. 방문학자로 1년 동안 캐나다의 밴쿠버에서 살았던 것을 제외하고는 저자처럼 다양한 나라들에서 살아본 경험은 없지만, 내가 살았던 도시의 탐구기를 쓸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생각을 하는 것과 그것을 실천에 옮기는 것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저자가 소개한 도시의 풍경과 특징이 잘 그려져 있지만, 이 책은 독자들에게도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여겨진다. 도시를 탐구하는 것은 그곳의 건물이나 도로 등의 외형만이 아닌 그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통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어느 곳에서 살던 그 속에서 생활했던 자신의 경험이 배제된다면, 그 도시는 그저 막연한 이미지로만 남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내가 가 보았거나 살았던 도시에 관한 내용은 조금더 흥미를 느끼며, 그곳에서 살던 당시의 나를 떠올리며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가보지 못한 도시들에 대한 소개는 단순한 흥미 이상이 될 수는 없었다. 언젠가 이 책에 소개된 도시를 찾게 된다면, 이 책을 떠올리며 저자가 느꼈던 것을 공유할 수도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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