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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뿌리를 찾는 21일 간의 대화’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우선 제목부터가 관심을 끌고 있다. 경제적으로 더 이상 바랄 것 없이 소유하고 있는 ‘백만장자’와 정신적 수행이 일정 경지에 오른 ‘승려’가 어떤 계기로 만나서, 서로의 생각을 나눈다면 그 내용은 흥미로울 것이다. 이 책은 이처럼 상반된 조건 속에서 사는 두 사람이 만나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의 대화를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행복’의 의미를 되짚어보도록 하는 기획이라고 하겠다.
누구에게나 ‘행복은 삶의 중요한 요소’이기에, 사람들은 행복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기도 한다. 행복하다고 자처하는 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보기도 하고, 때로는 그의 말을 좇아 직접 실천해보기도 했을 것이다. ‘행복’이란 모든 사람들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에, 다른 이가 추구하는 방법을 그대로 따라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만족하기도 쉽지 않다. 결국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목표와 가치를 염두에 두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 필요한 자세와 실천의 방법을 스스로 찾는 수밖에는 없다고 하겠다.
이 책이 실제의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로, 저자가 이러한 기획을 한 것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듯하다.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일단 경제적으로 성공하는 것을 행복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는다. 그래서 여유롭고 넉넉한 경제적 상황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조건이라고 여기고 있다고 하겠다. 다른 한편으로는 돈을 가진다고 해서 마냥 행복할 수가 없기 때문에, 그에 못지않게 정신적으로 안정된 삶이 행복으로 이끈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이 두 부류의 존재는 아마도 행복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사람들이라고 여길 수 있는 것이다.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과 불안하고 지친 마음을 달래며 정신적 평온을 얻고 싶다는 생각’이 교차하는 현실에서, 저자는 ‘우리 안의 백만장자와 승려가 서로 손을 맞잡고 걸어갈 때 우리는 비로소 행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자신의 삶을 충분히 영위할 수 있는 경제적 조건이 갖추어져야 하며, 그 다음에 정신적으로 평온을 추구하는 삶의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라고 이해된다. 하지만 그러한 상태를 갖추는 것이야말로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매일의 일상에 허덕이는 이들에게 경제적 여유는 고사하고, 정신적 평온을 찾는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은 관광지로 탈바꿈되고 있는 티벳의 샹그릴라에서 호텔을 경영하기 위해, 자본을 제공하는 ‘백만장자’와 그 호텔을 경영하는 ‘승려’의 만남을 제시하면서 시작되고 있다. 일단 백만장자는 ‘샹그릴라의 호텔은 많은 수익을 안겨주는 자산이 되리라’는 확신에서 투자를 했고, ‘반면에 승려는 백만장자와 협력하는 과정에서 다시 물질세계와 연결될 수 있을 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전제하고 있다. 이러한 구도에서 ‘백만장자’의 모습은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전형적인 모습이지만, ‘호탤 경영을 하는 승려’는 적어도 한국의 독자들에게는 다소 낯선 형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티벳이나 인근 국가들의 승려의 모습은 수행에만 정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지니고 있는 능력을 사회에 환원하는 활동을 하는 것을 당연시한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즉 여기에 소개된 ‘승려’는 백만장자의 사업을 활용해서 티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결과를 바라고 있다고 하겠다. 21일 동안 사업 파트너로서 함께 지내는 동안 ‘각자 삶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들의 목록을 만들어 여행 마지막 날에 서로 교환’하기로 하고, 그동안 이 두 사람이 펼쳐내는 현실과 행복에 대한 생각들이 오가는 것이 바로 이 책의 내용이다.
처음에는 서로의 삶의 태도에 대해서 어긋났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는 경지로 바뀌고, 마침내 헤어지는 날 서로의 메모를 교환하고 그 내용을 제시하는 것으로 끝마친다. 결국 저자는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조건과 환경에서 살아가는 ‘백만장자’와 ‘숭려’라는 존재들을 소환했다고 이해된다. 물론 이들의 자리에 ‘교사와 학생’ 혹은 ‘CEO와 자영업자’ 등 수많은 조건들로 대치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백만장자’와 ‘승려’는 현대인들이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할 수 있는 ‘경제력’과 ‘정신적 만족’을 대변하고 있을 뿐이다. 이제 책을 다 읽은 시점에서 ‘나에게 행복은 어떤 의미인가?’를 되묻고,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차니)
*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리뷰입니다.(2025. 3. 2)
백만장자와 승려가 말하는 '행복이란 무엇인가'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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