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네
―문동만(1969~ )
아직 누군가의 몸이 떠나지 않은 그네, 그 반동 그대로 앉는다 그 사람처럼 흔들린다 흔들리는 것의 중심은 흔들림 흔들림이야말로 결연한 사유의 진동 누군가 먼저 흔들렸으므로 만졌던 쇠줄조차 따뜻하다 별빛도 흔들리며 곧은 것이다 여기 오는 동안 무한대의 굴절과 저항을 견디며 그렇게 흔들렸던 세월 흔들리며 발열하는 사랑
아직 누군가의 몸이 떠나지 않은 그네 누군가의 몸이 다시 앓을 그네
흔들리고 있는 그네가 있다. 방금 전까지 누군가 몸을 실어 탔던, 그리하여 체온이 아직 남아 있는 그네다. 시인은 앞뒤로 왔다 갔다 하면서 움직이고 있는 그네 위에 그대로 올라탄다. 요동하는 배처럼 그네는 계속 흔들린다. 결연한 생각에 이른 사상가에게도, 뛰는 심장으로 뜨거운 사랑에 이른 사람에게도 이러한 흔들림의 시간은 있었다. 별빛이 이곳에 다다르는 동안 굴절의 시간을 견딘 것처럼.
고은 시인은 '부탁'이라는 시에서 '아직도/새 한마리 앉아보지 않은/나뭇가지/나뭇가지/얼마나 많겠는가//외롭다 외롭다 마라//바람에 흔들려보지 않은/나뭇가지/나뭇가지/어디에 있겠는가//괴롭다 괴롭다 마라'라고 썼다. 외롭고 괴로운 일을 겪은 뒤에 즐겁고 좋은 일이 생긴다. 마치 폭염 이후에 선선한 가을 하늘이 맑게 펼쳐지듯이.
[출처] 조선닷컴 가슴으로 읽는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