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거리에 있는 아산만 바다의 아침 기운은 늘 싱그럽다
때를 맞춰 드나드는 밀물과 썰물이 만드는 갯펄과 바닷물의 변화도 흥미롭고
잔물결에 일렁이는 어선들의 한적함도 여유로우니
굳이 파도에 몸을 맡기지 않아도 넓은 바다는 온통 내차지가 될 수 있어 좋다
삽교호 관광지와 온양의 신정호를 오가는 600번 버스로 영인 농협앞에 도착하여
영인산 주차장으로 진입했다
오늘은 늘 다니던 영인사 계곡이 아닌 주차장을 지나 신작로를 건너
작은 상투봉 능선으로 길을 잡으려는 것이다
주차장에서 산으로 진입하는 계단이 눈에 묻혀있어 조심 또 조심!
날씨는 그런대로 쾌청하고 바람도 잠잠하니
호흡 조절만 잘하면 가벼운 산행이 될 것 같다
이시돌 쉼터로 내려가는 능선에 올라섰고!
휴양림의 출입구 포장도로를 가로질러 작은 상투봉 능선에 올라서니
엇그제 내린 눈이 발목을 덮는다
부지런한 사람들의 러셀로 길은 뚫려 있지만
경등산화가 미끄럼을 타기 때문에 아이젠을 꺼낼까 잠깐 고민을 해본다
미끄럽기는 해도 발에 밟히는 눈의 감촉이 좋아
아이젠 고민은 털어버리고
외짝인 스틱만 꺼내 적설(積雪)을 짚어내며 걸음을 옮긴다
어금니 바위에서 올라오는 삼거리를 지나고!
공깃돌 바위에 도착하여 솔가지 사이로 건너편 정상 부근의 눈덮인 봉우리들을 조망한다
지나가는 산님에게 받아주지도 않는 인사도 건네며
숨가쁘게 비탈을 올라 영인 시내도 내려다 본다
지킴이도 없는 매표소를 지나 상투봉 전망 포인트에 섰다
광활하지는 않지만 습지공원(잔디)의 툭 트인 공간에 해방감을 안으며
의연한 상투봉의 자태에게는 새삼 늠름함도 느껴본다
계단 좌우에 도열한 나무수국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습지공원으로 내려섰다
메타스퀘이어 길
다짜고짜 상투봉으로 치고올라 우선 동영상부터 돌렸다
닫자봉
영인산 정상인 신선봉과 깃대봉, 연화봉은 영인산의 핵심 봉우리로
사방을 조망할 수 있는 군사적 요충지였기에
아산뿐 아니라 평택에서도 자주 이용하던 산이었고
일본이 청일전쟁을 치를 때에도 요긴하게 쓰인 군사거점이었다 한다
연무로 시야가 가려진 온양시내!
곡교천이 흐르는 강청골과 오목리 주변의 들판은 아직 깊은 겨울에 잠겨 있다
저멀리 도고산도 실루엣으로 한 번 잡아당겨 보고
왔던 길을 되짚어
휴양림 숙박동 옆으로 내려와 관음사 계곡으로 하산을 했다
아산 1리는 웃말, 샘거리, 옥거리, 양진말 등으로 불린 아산현의 중심지였다고 한다
지금이야 낡은 집들이 몇채있고 펜션이 들어선 마을이 됐지만
영인사, 관음사 등의 절과 향교가 자리잡고 있는 큰 고을로서
가운데로는 안심천이 흐르는 유서깊은 고장에 토정 이지함의 옛전설도 간직하고 있다
눈쌓인 등산로를 호젓하게 걸어 상투봉과 해후한 후
시야가 막힌 조망을 핑계삼아 간단하게 짧은 산행을 했다
적설의 영인산도 봄을 기다리고 있는 듯
생기가 돋아 나는 걸 몸으로 느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