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변산(邊山)8경 (2017. 5. 15)
제1경 웅연조대(熊淵釣臺)
제2경 직소폭포(直沼瀑布)
제3경 소사모종(蘇寺暮鐘)
제4경 월명무애(月明霧靄)
제5경 서해낙조(西海落照)
제6경 채석범주(採石帆舟)
제7경 지포신경(止浦神景)
제8경 개암고적(開巖古蹟)
* 산절승, 해절승인 호남의 3대명산 변산의 여덟 곳이다. 순서는 인터넷 질문답변 다음카페 ‘변산자연생태’(2012.7.10)를 따랐다. 출처에 따라 다르다. 변산은 바깥에다가 산을 세우고, 안을 비운 형국이다. 그래서 해안선을 따라 98km에 이르는 코스를 ‘바깥변산’이라 부르고, 수많은 사찰과 암자가 있어 한때는 사찰과 암자만을 상대로 여는 중장〔僧場〕이 섰다는, 산의 안쪽을 ‘안변산’으로 부르기도 한다. 주봉인 의상봉(508m), 주류산성(331m), 남옥녀봉(432.7m), 옥락봉, 세봉, 관음봉(424m), 신선대(486m), 망포대(492m), 쌍선봉(459m) 등의 산들이 안변산을 에워싼다. 그 안에 백천내의 물이 부안 댐에 갇혀 고창ㆍ부안 사람들의 식수원이 되고, 남은 물은 해창(海昌)에서 서해로 흘러 보낸다(다음카페 홀대모).
부안은 십승지(十勝地) 중 하나이다. 직소폭포, 기생 이매창(李梅窓 1573~1610), 지포(止浦) 김구(金坵 1211~1278)를 부안삼절(扶安三絶)이라 일컫는다.
제1경. 웅연조대(熊淵釣臺)
곰소항 어선 행렬 바다는 청량가(淸凉歌)를
낚싯대 둘러메고 휘파람 부는 조사(釣士)
갯바람 짭짤하거다 물에 어린 야등(夜燈) 빛
* 줄포(茁浦)에서 시작하여 곰소 앞바다를 지나는 아름다운 경치. 서해 앞바다에 펼쳐지는 어선들의 행진과, 밝혀놓은 야등이 물에 어리는 모습, 강촌의 어부들이 낚싯대를 둘러메고 청량가(淸涼歌)를 부르는 경치를 함께 일컫는다.
제2경. 직소폭포(直沼瀑布)
안변산 흑진주지 일백 자 하얀 폭포
청룡이 혀 내민 듯 내리꽂는 은하수
우레는 천지 흔들고 궁둥방아 찐 용추
* 안변산의 가장 중심지에 있는 직소폭포는 변산반도의 백미다. 직소폭포와 봉래구곡(蓬萊九曲, 중계계곡)의 선경을 보지 않고는 ‘변산’을 말할 수 없다는 세평이 있다. 높이 30m로, 국립공원 내에 자리 잡고 있다. 남서부 산악지대인 선인봉(仙人峰) 동남쪽 기슭에 직소천의 지류들이 계곡을 따라 흐른 계류폭포이다. 웅장한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폭포 아래, 둥근 소는 실상용추(實相龍湫)라 한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山詠 1-244(208면) ‘변산 추락’-변산 쌍선봉 시조 참조.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제3경. 소사모종(蘇寺暮鐘)
가인은 샐쭉하고 향 짙은 전나무숲
대웅전 꽃 문살에 천년 침묵 흐르건만
내소사 저녁 종소리 온 변산을 울리네
* 가인봉(佳人峰, 일명 觀音峰 424m)을 배경으로 하고, 아름드리 전나무가 빽빽이 들어차 있는 천년 내소사(來蘇寺)의 경치와 어울려, 곰소만 푸른 바다의 정경과 어둠을 헤치고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저녁 종소리는 참 신비롭다. 단청을 하지 않은 대웅전 꽃 문살이 수수한 미(美)를 간직하고 있다.
제4경. 월명무애(月明霧靄)
월명암(月明庵) 비춘 만월 서해로 기우는데
일출(日出) 전 지저귄 새 연인 단잠 깨우고
자욱한 새벽안개 위 빠끔 내민 산봉들
* 월명암 법당 앞마당에서 둥실 떠오르는 밝은 달도 일품이거니와, 해뜨기 전 들려오는 온갖 산새소리와 어울려, 자욱한 안개를 뚫고 하나 둘씩 솟아나는 산봉우리들의 자태가 가히 절경을 빚는다. 저녁노을도 아름답다.
제5경. 서해낙조(西海落照)
한 눈에 잡힌 황해 뭇 섬은 올망졸망
노을이 비껴 앉자 수평선 화염(火焰) 일어
큰 바위 항마좌 튼 채 오물거린 일진언(一眞言)
* 서해의 일락은 모두 아름답지만, 월명암 옆 낙조대는 특히 조망이 뛰어나다. 이곳에서 고군산열도(古群山列島)와 위도(蝟島)의 섬들을 지긋이 바라보라. 해지기 직전 더욱 황홀하게 빛을 내며 바다를 물들이는 석양의 장관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서해안 3대 일몰감상지로, 흔히 동해안의 낙산 일출과 대비된다.
* 항마좌(降魔坐); 결가부좌(結跏趺坐)의 일종이다. 먼저 오른발을 왼쪽 허벅지 위에 올려놓은 뒤, 왼발을 오른쪽 허벅지 위에 올려놓아, 두 발바닥이 모두 위로 향하게 하며, 손도 오른손을 밑에 두고, 왼손을 위에 올려놓는다. 이는 천태종이나 선종과 같은 현교(顯敎)에서 많이 사용한다.
* 진언은 원래 해석을 하지 않는다!
제6경. 채석범주(採石帆舟)
시책(詩冊)에 쌓인 더께 해벽(海壁)결 오밀조밀
배회한 소객(騷客)이여 돛단배 묶어놓고
찰랑댄 채석강 위서 회 한 접시 맛보오
* 억겁의 세월을 묵묵히 버틴 바위가 깎이고 씻겨 절벽을 빚고, 이 절벽이 다시 동굴을 이룬 채석강(採石江)은 정말 아름답다. 변산반도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반도 서쪽 끝의 격포항(格浦港), 오른쪽 닭이봉〔鷄峰〕 일대 1.5㎞의 층암절벽과, 바다를 총칭하는 지명이다. 당의 대시인 이백이 술을 마시며 놀았다는 중국의 채석강(采石江)과 흡사해 명명되었다. 돌의 결과 색이 고와 ‘채석’(彩石)이라 쓰기도 한다. 바닷가 암반 위 염가(廉價)로 파는 회 한 접시와, 소주 한 잔은 참 운치 있다. 국가명승 제13호이자, 전라북도기념물 제28호이다.
제7경. 지포신경(止浦神景)
성긴 듯 찍힌 군도(群島) 지포길 아기자기
산등성 통쾌 해풍 겨드랑이 씻어주고
쓸려온 조개껍데기 손녀 발을 간질여
* 예전에는 변산면 지서리를 지지포(止止浦)라고 불렀다. 지서리에서 쌍선봉(雙仙峰)으로 향하는 다소 가파른 등성이를 올라 산중턱에 오르면, 시원한 바닷바람이 가슴을 씻는다. 눈앞에 보이는 수많은 봉우리들 사이로 서해가 그림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최근에 경관과 구역별 특성에 맞게 마실길을 잘 조성했다. 솔숲이 있는 지지포 해수욕장도 피서지로 괜찮다.
제8경. 개암고적(開巖古蹟)
잔잔한 개암호수 비오리 물길 내면
우금암((遇金岩) 동백 잎엔 애첩인양 눈 내려도
문살 위 쌍도깨비가 느닷없이 눈 찔러
* 변산 4대 명찰 중 하나인 개암사 유적이다. 이 절은 나라를 빼앗긴 백제 유군(遊軍)이 진을 치고 백제 부흥운동을 전개한 본거지라, 역사와 고적의 향취를 물씬 풍긴다. 사철 다 좋지만, 설경이 특히 아름답다. 대웅보전 문살 도리 위 쌍도깨비의 툭 불거져 나온 눈이 무척 인상적이다.
* 비오리; 국내에서는 흔한 겨울철새이다. 최근 동강을 비롯한 강원 일부 산간계곡에서 번식이 확인되고 있다. 10월 중순에 도래하며, 4월 중순까지 관찰된다. 내륙의 호수, 댐 등지에서 무리를 이루어 생활한다. 일부 개체는 바다와 만나는 강, 하천에서도 서식한다. 날카로운 긴 부리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다. 일정한 대형을 이루어, 무리의 앞에서부터 차례로 잠수해 먹이 사냥한다. 월동 중에는 시끄럽지 않고, 별다른 소리를 내지 않는다.
* 우금암(遇金岩); 나당연합군이 승전 후, 당나라 소정방과 김유신 장군이 만난 바위다. 족히 200여명이 주둔할 수 있는 복신(福信)굴이 있다. 내분이 생겨 승(僧) 도침(道琛)을 죽인, 복신장군이 병을 핑계 삼아, 왜에 가 있던 풍왕(豊王)이 병문안을 오면 치려고 했는데, 풍왕이 먼저 알고, 자객을 보내 복신장군을 앞서 죽이고 만다. 백제의 한이 서린 유서 깊은 우금산성이 있다. 새만금일보 ‘개암고적과 우금암’ 송기옥 칼럼(2013.12.13)을 참고. 끝.
---------
* 《山書》 제28호(2017년도) 풍치시조 3제.
* 졸저 『名勝譜』 <한국의 승지 266곳> 정격 단시조집(6) 1-5(44면). 2017. 7. 7 도서출판 수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