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도 아름다운 걸 봤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책임감이 있는 것 같아요. 그걸 보지 못했고, 또 몰랐다면 저도 그냥 직장 다니고 그렇게 평범하게 살았을 텐데요. 맞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그것도 죄인가. 너무 아름다운 것을 본 죄."
다큐멘터리 영화 '수라'를 보신 분들이라면 기억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이 말을 황윤 감독이 했는지 오동필 단장이 했는지 헷갈려서 오 단장에게 물어 보았다. 그의 대답은?
"제가 한 말입니다."
오늘 '새만금환경생태기행(1차)에 참여했다. 오전 9시 전북도청에서 대형 버스로 출발하여 심포항-토끼섬(거전갯벌)-수라갯벌-신시갑문-새만금남북로-개화도-해창갯벌 순으로 기행을 했다.
그동안 지역의 생태환경에 무심했던 터라 모르는 것 투성인 나는 유기만 사무국장과 심포항에서 합류한 오동필 단장에게 기회만 있으면 묻고 또 물었다. 슬그머니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지만 덕분에 기행이 끝날 즈음 나는 상당한 지식을 갖게 되었다. 시작인 반이었던 셈이다.
오동필 단장의 공식적인 직함은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단장이다. '아름다운 것을 본 죄'로 평범한 직장인이 되기를 사양한 사람이라면 아무래도 삶이 좀 무겁고 노곤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의 표정은 나의 예상과는 달리 가볍고 밝고 상냥했다. 그가 고성능 망원렌즈로 보여준 검은머리 갈매기의 앙증한 걸음걸이처럼이나.
오늘 행사를 주최한 단체는 '새만금상시해수유통운동본부(문의:010-9887-7657 유기만 사무국장)이다.
'상시해수유통'이란 말을 오늘 처음 들었다. 내가 조금은 알고 있는 해수유통과 상시해수유통의 차이를 오늘 열심히 들은대로 설명을 해보려고 몇 줄 적었다가 지웠다.
인터넷에서 "오동필 단장'을 검색하면 전문가의 자세한 설명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내가 열심히 메모한 내용들도 모두 적혀 있었다. 내가 덧붙일 말은 없다.
다만, 한 가지는 내 입으로 꼭 말해두고 싶다. 오동필 단장도 강조했듯이, 상시해수유통으로 가능한 갯벌 살리기 운동은 새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지역공동체복원운동이라는 것이다. 최근 새만금 신공항 사업이 도마에 오르며 예정지로 지정된 수라갯벌도 덩달아 이름을 알렸다.
오늘 직접 걸어서 들어가 속살을 만져본 해창갯벌도 상시해수유통만 된다면 머지않아 과거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회복될 희망이 보였다. 기행을 마치고 멀리는 용인으로 공주로 익산으로 전주로 돌아가는 일행들의 표정을 보아하니 '너무 아름다운 것을 본 죄'를 덩달아 혹은 기꺼이 뒤집어 쓴 듯하였다.
'새만금상시해수유통본부'는 3월 15일 2차 기행을 기획하고 있다. 신청은 3월 3일까지 선착순 35명이다. 적극적인 참여를 권해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