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아래 소개할 기도는 2018년 4월 22일 예인교회 신혜진 자매가 드렸던 기도입니다.
조금 길더라도 끝까지 읽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선하신 하나님, 매섭게도 추웠던 겨울을 보내고는 꽃샘추위와 미세먼 지로 씨름하다 이제야 조금씩 파랗게 물드는 하늘과 그 사이로 내리쬐는 따스한 햇살을 누리며 정말 봄이 찾아왔음을 실감합니다. 만물이 움트고 찬란하게 꽃이 피어나는 4월을 얼마나 기다려왔는지 모르 겠습니다.
그러나 한편 우리에게 4월은 참 아픈 달이기도 합니다. 70년 전 4월 3일, 제주에서는 제주 인구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시민들이 국가권력에 의해 무고하게 희생당했습니다. 당시 정부는 제주 전체를 빨갱이 섬이라 규정했고, 토벌대는 밤낮없이 제주 전역의 평범한 시민을 폭도로 몰아 사살했습니다. 이 잔혹한 학살은 7년여 동안 이어졌고, 희생자 중 상당수는 어린이, 노인, 여성과 같은 약자들이었습니다. 이때 거리낌 없이 잔혹 행위를 저지른 서북청년단이 열혈 기독청년들로 이뤄져 있다는 사실도 우리는 기록과 증언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지난 4월 16일에는 세월호 참사 4주기를 지냈습니다. 생명보다 돈과 권력을 중히 여기는 이들은 참사 직전에는 희생자들에게 가만히 있으라 했고, 참사 이후엔 우리에게 계속 잊으라고 이야기합니다. 정부는 4년이 지난 지금에야 진상규명과 4·16 안전공원 건설에 대해 약속했고, 어떤 탐욕스러운 정치인들은 여전히 세월호 납골당 설치에 결사 반대를 외치고 있습니다.
국가 폭력은 제주 4·3과 세월호의 희생자 유가족의 입을 막고 우리에게 잊기를 강요하는 방식으로 참사 이후에도 오랜 시간 작동해왔습니다. 우리는 쉽게 망각하나, 고통받으며 떠도는 이스라엘 민족을 잊지 않으시고 해방과 회복까지 함께하신 하나님을 기억합니다. 거짓과 불의가 4.3과 세월호를 가리려 아무리 애써도, 하나님의 정의는 진실이며 그 진실은 결코 가려질 수 없음을 믿습니다. 고통받는 사람들과 함께 우시는 하나님,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시고 하나님의 새 소망으로 가득 안아주시기를 기도합니다.
2003년 4월에는 독실한 그리스도인이었고 인권활동가였고 성소수자였던 육우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한국기독 교총연합회는 '동성애자를 소돔과 고모라의 유황불로 심판해야 한다' 는 성명서를 발표했고, 스무일 후 육우당은 '몰지각한 편견으로 한 사람을, 아니 수많은 성소수자를 낭떠러지로 내모는 것이 얼마나 잔인하고 반성경적인가'라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15년이 지난 지금도 교회의 편견과 낙인 속에서 수많은 성소수자들이 죽음을 택합니다. 육우당을 추모하며 혐오와 차별은 하나님 나라의 원리가 아님을 믿고, 율법을 폐하고 오로지 사람으로 오셨던 예수님을 기억합니다 선하신 하나님 우리가 교회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에 강하게 저항하게 하시고 미움을 버리고 사랑에 이르게 해주시기를 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를 가만 돌아보면 이 사회에서 실로 작동하고 있는 것은 진실한 사랑보다는 값싼 동정이, 선한 협력과 연대보다는 권력을 힘입은 폭언과 무시가 존중과 이해보다는 혐오와 배제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나님, 그리스도인이 하나님 나라를 꿈꾸지 못하고, 경쟁과 착취로 지지되는 구조에 패배하고, 힘과 부를 추구하며 가난한 사람과 억압받는 사람을 나와 관계없는 사람으로 여기고 대하였다면 우리의 약함과 연약함을 용서하시고, 더 이상 같은 죄를 짓지 않도록 도와주십시오. 이 어두움에서 밝은 빛으로 나아가 공의와 사랑의 하나님을 바라보고 참 그리스도인으로 살도록 도와주십시오.
늑대가 새끼 양과 함께 살고 표범이 새끼염소와 함께 누우며 송아지가 어린 사자와 더불어 살쪄가고 어린아이가 이 모두와 함께 뛰노는 하나님 나라를 생각합니다. 어린아이가 독사와 장난치며 놀아도 해를 입지 않는 하나님 나라를 생각합니다. 세상으로부터 지탄받아 이상할 게 없었던 세리와 창녀, 장애인, 사마리아인을 사랑하셨던 예수님을 생각합니다.
매년 4월쯤이면 교회에서는 예수님의 부활을 기념합니다. 오늘, 부활 제4주일을 보내며 십자가에 매달려 죽음으로 로마라는 국가 권력에 희생당하면서 실패한 예수님을 생각합니다. 실패를 승리로 믿는 우리는 예수님이 살아내셨던 그 여정이 참 하나님 나라의 현현이었음을 고백합니다.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하나님의 나라가 이뤄지게 하여 주십시오. 그리고 억울하게 희생당한 4월의 사람들이 하나님 품안에서 평안히 쉬게 해주십시오.
하나님, 우리가 언제나 어디서나 그리스도인으로 살기를 소망합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