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숲>
김산하 지음 / 사이언스북스
"진짜 숲, 진짜 야생 동물을 삶 속에 들여놓는 경험은 비가역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절대로 그 경험을 하기 이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는 뜻이다. 원시림의 실재성과 근원성에 대한 감을 획득한 이상 도시의 편의보다는 결여가 먼저 눈에 띈다. 그래서 사는 게 어려워지기도 한다. 대신에 자연을 감상하고 음미하는 새로운 시점을 얻게 된다. 가령 야생 동물을 한 편의 시로 보게 되는 것이다. 밀림에 표범이 산다는 단순 사실은 최상위 포식자의 존재를 가능케 해 주는 광범위한 조건들이 훌륭하게 구비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들이 영역 행동을 발휘할 수 있을 만한 넓은 면적, 먹고 살 만큼 풍족하고 건강한 먹이 사슬과 생태계, 번식으로 그 존재가 지속될 수 있을 만한 충분한 수의 개체군. 표범 한 마리는 이 모든 생태적 요소들을 함축하고 있는 하나의 시적 존재이다. 밀림 전체는 표범이라는 '작품'으로 스스로를 표현하는 것이다. 물론 밀림은 긴팔원숭이로도, 검독수리로도, 무화과나무로도 표현될 수 있다. 생태적으로 풍요롭고 복잡할수록 예술적 영감의 원천도 다양해진다. 그래서 동물과 식물은 그 존재만으로도 그토록 신비롭고 경이로운 것이다. 자연에 널린 이 시상을 포착하는 감수성은 완전한 모습을 유지한 자연 안에서 길러지고, 만들어지고, 다듬어진다. 누추한 문명이 아직 손대지 못한 궁극의 자연에 몸을 푹 담그는 귀한 경험을 통해 마음의 폐부까지 깊이 적실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젖은 가슴은 시간이 지나도, 생활이 변해도, 쉬이 마르지 않는다."
- <비숲> 263~264쪽
나에게는 사실 꿈이 있다.
언젠가 죽기 전에 이 책에 나오는 것 같은 열대우림 속에서 잠시나마 살아 보고 싶다는 꿈이다. 물론 도시인의 환상일지 모르겠지만 언젠가 나는 코스타리카나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 등등 자연 속에 파묻혀 보고 싶다. 그런 나의 꿈과 환상에 물을 주는 것 같은 책이었다. 살아 숨쉬는 밀림 속에서 긴팔원숭이를 연구하면서 있었던 여러 일들이 나오는데, 하나하나 신기하고 부럽다. 읽을 때마다 '언젠가 꼭...' 하지만 사실 언제가 될지 나도 알 수가 없다. 과연 언제쯤 가볼 수 있을까?
멋지고 사랑스러운 책이다. 두고두고 읽으면서 내 안의 열대우림에 가끔 물을 줘야겠다. 언젠가 직접 '비숲'을 방문할 그날까지...
(+ 나는 무심코 제목의 '비숲'이 飛숲인 줄 알았는데, 비(雨)숲이었다. 왜 飛라고 생각했을까?)
첫댓글 아리 안의 열대우림에 가끔 물을 줄 수 있는 책이란 말이지...
이런 책을 알아보는 안목을 가진 아리!
멋지다.
꿈은 이루어진다, 알지?
두고두고 읽을 수 있게 '생선' 리스트에 올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