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날이 많이 추웠습니다. 서울은 영하 18도로 떨어지고,
제주도는 20여 년 만에 폭설이 내렸습니다.
오늘 오후 사명당의집에서 운경행님은 밀감 400여개를 한 봉지에
4개씩 포장을 했습니다. 그리고 제영법사는 둥굴레차와 커피 물을
끓였습니다. 각현거사님이 보시해주신 히타 덕에 실내가 따뜻해
일하기가 수월했습니다.
날이 추워 신설동 풍물시장에는 일찌감치 사람의 왕래가 줄었고,
을지로에 가는 길에도 길에 지나가는 사람을 보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굴다리에 도착하니, 놀랍게도 거사님들의 줄은 평소와
다름없이 길었습니다. 대략 70 - 80여분이 오셨습니다. 추운 날씨에
묵묵히 굴다리로 모여드는 거사님들을 보며 마음이 착잡했습니다.
지팡이로 한걸음 한걸음 걸어 오는 거사님을 보며, 추위를 견디며
오는 까닭이 오직 떡과 차 한 잔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밀감 400개, 백설기 250개, 커피와 둥굴레 차 각 각
100여잔을 보시했습니다. 퇴현 전재성 박사, 운경행님, 그리고
거사봉사대 해룡님과 병순님이 보살행을 해주셨습니다.
거사님들 중 여러 분들이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떡과 과일을 받고는 무표정하게 돌아서기 쉬운 추운 날씨에
이렇게 자기의 마음을 표현해주는 분들이 고맙습니다.
뉴스를 보니,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도 갑작스런 한파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의 역습이라고도 합니다만,
기후의 변화가 이제는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기후만 그럴까요? 돌아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도 점점 예측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경기가 불안하고, 근로자도 언제
직장에서 해고될지 알 수 없습니다.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상시적인
해고가 법적으로 용인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예측불가능한 사회는 불안이 만연하고, 인간과 사회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불신이 앞서게 됩니다. 세상이 좀 더 안전해지는 길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 안에 무엇을 성찰해야 하는지 묻는 것은 무엇보다
미래에 대한 희망, 사람에 대한 믿음이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은 세상을 지키는 길에 대해 이렇게 법문했습니다.
"수행승들이여, 이와 같은 두 가지 밝은 원리가 세상을 수호한다.
두 가지란 무엇인가?
부끄러움을 아는 것과 창피함을 아는 것이다.
수행승들이여,
이와 같은 두 가지 밝은 원리가 세상을 수호할 수 없다면,
'어머니나 이모나 외숙모나 선생의 부인이나 스승의 부인이다'라고
시설할 수 없을 것이고, 세상은 염소, 양, 닭, 돼지, 개, 승냥이처럼
혼란에 빠질 것이다.
- 이띠붓따까(전재성 역) 제2장 둘 모음. 42(2-2-5) <밝은 원리의 경>
첫댓글 올들어 제일 추운 날씨였다는데 애쓰셨습니다.. _(())_
너무 추워 을지로에 나설까말까 망설인 날입니다
이 혹한의 저녁에 아픔과 배고픔과 추위에 떠시며 과연 몇 분이나 줄을 서실까 싶기도 했읍니다
그러나 여전한 모습으로 굴다리 밑에서 묵묵히 기다리시는 거사님들을 보며 그분들껜 절실하고 따뜻한 작은손길일 수 있겠구나... 생각했읍니다
늘 만나러 와 주는 이를 만나면 반갑고 마음이 훈훈하여 고달픔과 불편함도 잠시 잊게 해 주는 자리..
작은손길이란
물이 고여 아래로 흐르듯 더도 덜도 아닌 그냥 자연스런 일상의 한 모습일 뿐이라는 여운선생님의 말을 가슴에 간직합니다
오늘도 감사한 하루입니다(())
강추위에 정말 놀랍습니다. 따비가 정상으로 진행되리리곤 차마 생각지 못했습니다.
(을지로 거사님들을 포함하여) 수고하신 분들꼐 진심으로 고개숙여지네요.
하지만 선생님! 위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현실이 그렇게 비관적인 것만을 아니거 같아요.
이런저런 곤경을 겪어봄으로해서 모두가 연결되어있어. 상생, 공존의 길을 지향하는 건전한 단체도 많이 있고(작은손길도 한 예죠^^) 세계적으로도 21c 교육의 paradigm은 벌써 바뀌어 있던데요. 경쟁이 아닌 "우리 함께"로.
인간계에선 음영 또한 감싸안고 살아가야 하는 우리의 몫? ㅋㅋㅋ
예, 공감합니다. 현실에 대한 위기를 느낀 만큼 미래는 한 걸음씩 나아지리라 믿습니다.
'우리 함께'라는 말이 참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