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열발전이 중․고온의 지열을 이용해 전기를 만들어 사용하는 간접이용 기술이라면, 건물의 난방이나 급탕에 중․저온의 지열을 이용하는 건 직접이용 기술이다. 지열에너지의 직접 이용기술은 그밖에도 설탕제조 공정 등의 산업, 시설원예 등의 농업, 양식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그림 3-11) 지중 온도에 따른 지열에너지 활용 기술 출처: 2012 신재생에너지 백서, ‘지열’

30~150℃의 중온수는 사용자에게 직접 공급할 수 있으며 열펌프나 냉동기와 같은 에너지 변환기기의 열원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열 열펌프를 제외한 나머지 기술들은 중온수가 풍부한 지역에서 가능하기 때문에 지리적 제약이 따른다. 그에 비해 지열 열펌프 시스템은 저온(10~30℃)의 지열에너지를 활용하므로 지리적 제약이 없이 적용할 수 있다.
현재 직접 이용 기술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기술이 지열 열펌프 시스템이다. 열펌프란 저온의 열원으로부터 열을 흡수하여 고온의 열원에 열을 주는 장치로 냉장고나 냉방기가 바로 열펌프이다. 하지만 열펌프는 반대로 작동할 경우 난방으로도 사용할 수 있으므로 냉방에 한정하지 않고 열을 이동시키는 장치의 총칭으로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지열 열펌프란 지열을 이용하여 냉난방을 하는 시스템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지열 열펌프는 사용하는 열원에 따라 토양열원 열펌프와 지하수열원 열펌프, 지표수열원 열펌프, 하이브리드 지열 열펌프로 구분된다. 현재 주로 사용되는 것은 토양열원 열펌프이므로 이를 기준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그림 3-12) 지열열펌프의 냉방과 난방 작동 구성도 출처: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지열’

지열 열펌프는 열펌프 유닛이 지열수 순환 루프로 이루어진 지중열교환기와 접촉하도록 설치하여, 열펌프 유닛의 냉매와 지열수가 서로 열교환을 한다. 지중열교환기는 땅속에 묻은 폴리에틸렌 관인데, 여기에 물을 흐르게 하여 지하 토양의 열에너지와 교환이 이루어져 수온이 지중 온도와 같아진다. 보통 열펌프 유닛과 접촉하는 지중열교환기의 수온은 10~30℃를 유지한다.
지중열교환기와 열펌프 유닛이 접촉하는 곳에서는 지중열교환기의 관 내부를 열펌프 유닛의 냉매관이 지나도록 설치된다. 이곳을 지나며 냉매가 저온의 액체일 경우에는 지열을 받아 기화하고, 고온의 기체일 경우는 지열수에게 열을 내주고 액체가 된다. 지열수의 온도가 그리 높지 않으므로 냉매로는 암모니아 같이 끓는점(액체에서 기체로 되는 온도)이 영하 40~0℃ 정도인 물질을 사용한다.
겨울철 난방을 하는 경우에는 저온의 액체 냉매가 지중열교환기와 교차하면서 지열수로부터 열에너지를 받아 기체가 된다. 이 기체는 이어진 압축기를 지나면서 고온고압이 되어 실내공기와 접촉하는 곳에서 열을 내주고 다시 액체 상태가 되어 열교환기로 순회한다. 반대로 여름철 냉방이 필요할 때에는 지상에서 고온의 기체가 된 냉매가 지중열교환기와 교차할 때 상대적으로 저온인 지열수에게 열을 내주고 액체 상태로 된다. 이 액체 상태의 냉매가 실내공기와 접촉하는 곳에서 기화하면서 공기의 열에너지를 흡수한다. 기화된 냉매는 열교환기를 지나면서 다시 액체 상태로 된다. 급탕이 필요한 경우에는 냉난방 시 항상 냉매가 고온고압의 기체 상태인 압축기 다음에 온수기를 설치하여 물을 가열한다.
한편 지열 열펌프는 지중열교환기의 순환 루프 설치 방식에 따라 수직형 시스템과 수평형 시스템으로 나뉜다. 수직형은 지하 150~200m까지 굴착하여 U자로 관을 매설하고 관과 토양 구멍 사이를 적절한 재료로 채운다. 수평형은 1~3m 정도의 깊이에 마치 방에 보일러 관을 설치하듯이 순환 루프를 설치한다. 따라서 수평형 시스템은 설치비가 적게 들지만 부지가 충분히 확보되는 곳에서만 채택할 수 있다.
보통의 경우 지중열교환기는 폐쇄회로로 주입한 물이 순환하지만(밀폐형), 하천이나 호수, 연못의 물 또는 풍부한 지하수를 이용할 수 있는 경우에는 관을 열어 이 물을 직접 사용하고 내보낼 수도 있다(개방형).
이와 같이 지열열펌프는 저온 지열수를 사용하므로 지역적 제한을 받지 않고 설치할 수 있다. 지열발전이 미국과 필리핀, 멕시코, 인도네시아 등 화산대나 지진대 부근의 8개 국가들에 의해 90%가 이루어지는 데 비해, 지열에너지의 직접 이용은 각국에 고루 퍼져 있다. 전 세계 78개국의 지열에너지 직접 이용 설비 보급 용량은 2010년 기준 50.5GWth이며 이용량은 연간 438페타줄(PJ, 페타=1015)에 이른다. 미국과 스웨덴, 독일 등 유럽국가, 중국 등이 열펌프 보급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데, 설치 용량에서는 미국이 세계 1위이지만 사용량에서는 중국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은 냉방 수요가 많아 가동률이 떨어지는 데 비해 중국은 지역난방과 온실 농업 등에 활용함으로써 실제 사용량에서 미국을 앞선다.
우리나라는 공공기관 설치의무화제도와 일반보급보조사업에 힘입어 2005년 이후 설치량이 크게 늘었다. 2009년 기준 정부 지원 사업으로 설치된 용량이 총 334MWth이며 민간시장도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2012년 기준 우리나라의 지열에너지 생산량은 65,277toe로 기술적 잠재량 233.8Mtoe의 0.027%밖에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총 1차에너지 공급량 278.7Mtoe의 0.023%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총 에너지 소비 중 냉난방과 급탕 등 열에너지의 활용이 차지하는 양은 얼마나 될까? 에너지경제연구원의 ‘2011년도 에너지총조사’를 보면 2010년 기준으로 가정 부문에서 냉난방과 급탕용의 에너지 소비비율은 74.9%, 상업공공 부문에서 60.0%, 대형건물은 55.6%에 이른다. 제조업의 경우에는 보일러용으로 21.3%의 에너지를 소비한다. 현재 이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은 주로 천연가스와 석유, 전력인데 지열열펌프를 통해 지열에너지를 공급할 경우 상당한 양의 에너지 수입을 줄일 수 있음은 물로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이산화탄소의 배출도 감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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