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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서문의 제목으로 '생각하는 사람으로 살기 위해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필요하다'라고 달았다. 그동안 우리가 받아왔던 교육을 생각하면, 일견 이 말의 의미에 공감할 수 있을 듯하다. 일방적인 지식 위주의 교육, 그리고 결과가 정해진 답안을 찾는 훈련이 전부인 것처럼 여겨졌던 전통적인 학교 교육의 영향을 생각해 본다. 지금도 집이나 학교에서 소설이나 에세이 혹은 만화책을 보면, 대부분의 부모나 교사들은 '공부는 하지 않고 딴 짓을 한다'고 혼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 행동이 ‘공부가 아닌 딴짓’이기만 할까? 급격하게 변화하는 현대에는 '공부'라는 것이 교과서에만 있는 것이 아니기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독려되어야만 할 것이다. 바로 그런 의미에서 '생각하는 사람'의 전제가 자기 생각만이 아닌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통한 도움으로 지적 자각에 이를 수 있다는 의미라고 생각했다.
이 책에서는 모두 21명의 미국 작가들의 '다른 목소리'를 소개하고 있다. 물론 그 전제는 사회적 약자로서의 여성 그리고 흑인의 입장을 대변하는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은 내가 답답하고 분노할 때마다 읽고 썼던 글들로 이루어졌'으며, '미국 작가 스물한 명을 중심으로 펼친 나의 문학 여행'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한국이나 유럽이 아닌 미국의 작가를 대상으로 한 이유에 대해서는 '미국에 거주할 때 이 글을 쓰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언급한다. 다루고 있는 작가들이 대부분 여성들이지만, 월터 휘트먼과 베트남 출신의 작가인 비엣 타인 응우엔 등 두 명은 남성 작가들이다. 저자는 응우엔의 작품에서 소수자로서의 글쓰기의 방식, 그리고 휘트먼의 작품에서는 19세기 미국 남성의 목소리에서 여성의 성적 주체성에대한 고민을 읽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선정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실상 어느 문화에서는 여성들이 자기의 목소리를 주체적으로 내기 시작하는 것은 매우 힘든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남성 중심의 문화에서 여성들의 목소리는 무시되는 경우가 보통이었고, 특별히 선택된 일부에게만 그것이 허락되어졌던 것이다. 일단 발표된 그 목소리마저 주류적인 남성들의 시각에서 걸러지고 평가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것은 비단 미국 사회의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조선시대에는 여성들에게 글을 가르치지 말라고 가르쳤으며, 최근 한국 문단에서 일어났던 ‘미투운동’ 역시 기득권을 가진 남성들이 장악하고 있던 문단 권력에서 비롯되었던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출신이나 성별에 관계없이 각가 평등한 존재로 평가되는 사회를 향해 우리 모두 노력할 필요가 있다. 생각을 바꾸는 것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그 의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만 할 것이다.
남성 중심 문화와 흑인에 대한 착취가 존재하던 미국의 근대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내면서 활동했던 여성 작가들의 존재는 그래서 더 귀중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이 책에서는 그들의 작품만을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저자 자신의 생각과 경험들을 결합시켜 표현하고 있다. 저자는 여전히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자행되고 있는 남성 중심 문화의 '폭력성'에 대해 '답답하고 분노하는' 심정을 결합시켜 글을 구성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한국문학을 전공하고 있기에, 저자가 소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충분히 접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에는 소개하는 작가들의 배경에 대해서 간략하게나마 소개하고 있기에, 그들의 작품 세계는 물론 그것이 지니는 문화적 의미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앞으로 이 책에서 소개한 작가들의 작품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오기를 기대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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