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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리랑>의 주연배우이자 감독인 나운규는 우리 영화사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이다. 일제 강점기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 영화를 만들고, 영화를 보급하기 위해 열정을 기울였던 모습을 이 책을 통해서 엿볼 수 있었다. '다시 태어나도 영화를 하련다'라는 이 책의 부제는, 영화에 대한 나운규의 의지를 가장 잘 드러낸 문장이라고 하겠다. 36살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지만, 현재 한국 영화의 전성기를 이루게 된 토대에는 나운규를 비롯한 초기 영화인들의 꿈과 눈물이 바탕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나운규의 생전에 잡지와 신문 등에 기고했던 글과 인터뷰 기사들을 엮은 것이다. 그래서 영화인으로서의 나운규라는 인물을 가장 잘 관찰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여겨진다. 일제 강점기의 엄혹한 검열 체제에서도 영화로 자신의 예술혼과 의지를 표출하고자 했던 나운규의 면모를 충분히 엿볼 수 있었던 기회였다. 아직 필름이 발견되지 않아 <아리랑>이라는 영화를 볼 수는 없지만, 당시에 소설화한 작품을 통해 그 대강의 줄거리는 알 수 있다. 이 책의 말미에는 부록으로 '소설로 보는 <아리랑>'이라는 제목으로, 당시에 영화 시나리오를 소설로 엮은 작품이 수록되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는 소설과 달리 배우들의 연기로 의해 형상화된다는 점에서, 소설로 보는 내용은 영화 작품과는 분명히 다르기 때문에 영화를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쉽게만 느껴진다.
나운규는 1919년 3.1운동에 참여했다가 발각되어, 러시아로 피신해 얼마 동안 방랑 생활을 해야만 했다고 한다. 비록 연재가 이어지지 못하고 1회의 기고에 그쳤지만, 책의 맨 처음 항목에 수록된 '나의 러시아 방랑기'에는 나운규가 그 시절에 겪었던 경험의 일단이 잘 드러나고 있다. 아마도 당대에는 나운규의 영화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들이 적지 않았던 듯한데, '내게는 조선 영화가 전부다'라는 1장의 글들에서, 자신을 둘러싼 평가에 대한 서운함과 함께 영화에 대한 열정을 북돋우는 내용들이 수록되어 있다. 특히 마지막에 수록된 '<아리랑>과 사회와 나'에서는 당시에 흥행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었던 영화 <아리랑>에 대한 자부심도 충분히 드러나고 있다.
'이 땅에서 내가 할 일은 영화뿐이다'라는 제목의 2장에서도, 역시 자신이 만든 영화들에 대한 후일담과 함께 함께 활동했던 영화인들에 대해 언급하는 내용이 드러난다. 당시 나운규는 영화를 만드는데 있어 사실성을 중요시했던 듯, 경비 문제로 빈약한 세트를 만들어서 관객들의 눈을 속이는 것처럼 보이는 당시 영화 제작 기술에 대한 아쉬움을 표출하고 있다. 영화에 투자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았던 시절에, 일단 만들어진 영화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면 기존의 투자자마저 잃을 수밖에 없었던 열악한 환경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당시 채플린의 영화가 소개되었던 듯, '예술가라면 세계에 나가 무엇을 보고 들어올까'라는 부제에 대한 답변으로 나운규는 '채플린과 그 예술을 보고자'한다고 자신의 소망을 밝히기도 했다.
마지막 3장에서는 '다시 태어나도 영화를 하련다'라는 제목으로, 주로 나운규가 참여했던 대담들이 수록되어 있다. 처음에 수록된 '당대 인기 스타, 나운규의 대답은 이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는, 나운규를 '당대 인기 스타'라고 소개하면서 그에 관한 기자의 질문과 답변으로 채워져 있다. 영화인으로서의 나운규에 대한 내용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본인의 글과 말을 통해서 영화에 대한 생각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의 의미는 적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단지 영화인으로서만이 아니라, 일제 강점기 우리 문화를 지키려고 노력한 나운규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래서 '전설이 된 한국 영화의 혼불'이라는 표지의 소개가 나운규의 삶과 그 의미를 적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고 생각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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