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년 남짓의 시간 동안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의 유행으로, 사람들의 일상은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그 확산세가 아직 꺾이지는 않았지만, 치료제의 개발과 백신의 접종 등으로 의료 여건이 좋아지면서 초기보다 그 영향이 수그러들었다고 한다. 그동안 ‘거리두기’라는 말이 자연스러울 정도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제는 마스크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규제가 풀리고 있는 중이다. 이전에도 몇 차례 전염병이 유행한 적이 있었지만,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19처럼 광범하고 오랫동안 지속된 적은 처음이라도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다행스럽게 코로나19가 수그러든다고 할지라도, 앞으로 또 다른 바이러스가 새롭게 출현해 급속하게 확산된다고 하더라도 크게 이상하게 생각되지 않을 것이다. 아직 그 원인조차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결국 바이러스의 발생과 확산은 인간의 생활방식의 변화에서 비롯된 것이 분명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실록 등 과거의 역사기록이나 우리의 선조들이 남긴 다양한 문헌들에는 병에 걸려 고생했던 내용들이 적지 않은데, 특히 우리의 일상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던 전염병은 나라의 기틀을 뒤흔드는 사건으로 기록되어 전해지고 있다.
이 책은 조선시대의 기록을 통해서 <우리 역사 속 전염병>의 면모를 살펴보고, 그것이 당시에 ‘왕실의 운명과 백성의 인생을 뒤흔든 치명적인 흔적’으로 남아있음을 전해주고 있다. 저자 역시 ‘코로나19의 유행은 역사를 전공하는 필자에게는 우리 역사 속 전염병을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으며, 실록 등 다양한 역사 기록에 나타난 내용들이 코로나19가 지속되고 있는 ‘현재의 모습과도 유사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의료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조선시대에는 전염병의 발생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으며, 이를 통해 ‘전염병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사람들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여겨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책에는 먼저 1부에서 ‘조선시대 전염병은 무엇이었을까?’라는 제목으로, 다양한 기록에 남아있는 전염병의 양상과 대응에 대한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전염병에 맞섰던 의료기관’이라는 제목의 2부를 통해서는 조선시대의 의료기관의 활동을 소개하고, 3부에서는 실제 환자들의 진료를 떠맡았던 ‘의녀들의 활동’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지속되는 동안 수많은 의료인들의 헌신이 있었지만, 그 가운데 환자들과 직접 접촉하며 의료 공백을 메워나갔던 간호사들의 역할은 정말 중요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조선시대 의료기관에서 활동했던 의녀들은 오늘날의 간호사의 역할에 해당하고, 그들의 존재가 의료기관의 활약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하겠다.
이어지는 내용들은 각종 의학서와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 힘썼던 인물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허준과 <동의보감>’(4부)과 ‘정약용과 <마과회통>’(5부) 그리고 ‘종두법을 보급한 지석영’(6부)의 활동과 중요성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위세가 수그러들고 있지 않은 지금 의료인들의 헌신 못지않게 치료법이나 백신의 개발이 중요한 만큼, 당시에도 전염병의 확산을 막고 치료법에 매진했던 이들의 역할이 소중했다고 하겠다. 책의 후반부는 조선시대 사람들의 일상을 뒤흔들었던 다양한 전염병들의 실체를 소개하고 있는데, 7부에서는 먼저 특히 어린아이들의 생명을 위협했던 ‘작은 마마, 홍역’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와 함께 ‘조선 후기 최대의 전염병, 천연두’의 발병과 위세 그리고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던 기록들이 8부에서 서술되고 있으며, 이어지는 9부에서는 당시에는 치명적인 것으로 인식되었던 ‘19세기 조선을 휩쓴 전염병, 콜레라’의 확산과 구호 대책 등에 대해서소개하고 있다.
마지막 10부에서는 위의 질병들을 포함해서 조선시대 내내 나타났던, ‘시기별 유행병의 유행’의 상황에 대해서 기록에 나타난 면모를 소개하고 있다. 현재의 우리들이 지금 겪고 있듯이 전염병의 유행은 일상생활의 영위를 불가능하게 만들 정도로 공포감을 조성하기도 한다. 특히 바이러스로 전파되는 경우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는 것이 예방 수단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전염병의 유행은 비단 현재의 상황만이 아니라, 과거 우리의 역사 속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 기록을 통해서 ‘과거 선조들이 전염병을 극복해 나간’ 흔적을 더듬어보는 것도 의미가 있으며, 또한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한 문제와 해결책도 제대로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이러한 기록이야말로 ‘코로나19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도 중요한 자산’으로 남을 것이며, 앞으로 또 다른 바이러스가 발생할 때 이극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여겨진다.(차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