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쇠(老衰), 노화(老化) 의 차이(수필)
유태용
100세 시대다. 요즘 거리를 걷다 보면 젊은 오빠 젊은 언니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50대 말이나 60대 초중반으로 보여 나이를 물어보면 70대 중후반 또는 80대들도 많이 있다. 10년 전만 해도 100세 시대는 먼 나라 이야기로만 생각했는데 어느새 우리 옆에 현실로 다가와 있다. 재수 없으면 120세까지 살지도 모르겠다고 농담도 한다. 내가 어렸을 때는 동네에서 환갑잔치를 하면 온 동네 사람들이 장수를 축하해 주었다. 그러나 요즘은 환갑잔치를 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칠순 잔치도 일부만 하고 팔순이 되어도 자식들 성화에 마지 못해 잔치 시늉만 하고 여행 등으로 자기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경우가 많다. 평균 수명이 30년 정도 늘어난 결과다.
우리 부모 세대들의 사고방식은 자신들이 밥을 먹지 못해도 자식만큼은 굶기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살아오셨다. 나를 포함한 요즈음 우리 세대는 자식 세대와 일정한 선을 긋고 산다. 노후를 자식에게 의지하지 않고 나 스스로 책임진다는 확고한 의식을 하고 있다. 그래서 본인 건강에 대한 의식도 변해 내 건강은 내가 지키면서 살아가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필연적으로 우리 몸은 노화와 노쇠를 맞이하게 된다. 피해 갈 수 없는 진리다.
노화는 생물학적 과정으로 인체의 기능이 저하되고 늙어가는 현상이다. 노화는 모든 생물체에 존재한다. 인간의 경우 20세부터 노화가 시작되어 체력, 면역기능, 인지능력 등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노화로 인해 인간은 노화 직전까지 이르는 노년기를 거쳐 건강문제와 함께 생활의 질이 저하된다. 따라서 노화에 대한 예방과 치료를 위해 건강한 식습관과 생활습관, 꾸준한 운동, 정신적 안정과 사회적 활동 등을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
노쇠는 인체의 기능이 저하되고 노화 직전까지 이르는 생물학적인 과정이다. 노쇠의 특징은 체력저하, 피로, 기억력 감퇴, 건강문제 등이 있다. 노쇠는 생물학적으로는 노화가 도래하기 전인 노년기에 해당하며, 노인들은 노화와 노쇠로 인해 다양한 질병에 걸리기 쉽다. 건강유지와 예방을 위해서는 꾸준한 운동과 영양섭취, 사회적 활동 등이 필요하다.
노화는 나이가 듦에 따라 자연히 발생하는 신체적, 외형적 변화를 말하지만, 노쇠는 노화와 같이 올 수도 있지만, 사람들이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여러 형태로 올 수도 있다. 평상시 운동을 즐기면서 매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 건강에 신경을 쓴다면 노쇠는 어느 정도 인위적으로 지연시킬 수가 있다.
사람의 능력에도 흥망성쇠가 있어서 성장하고 감퇴하는데, 그 정도를 분석해 그래프로 수치화하면 포물선 커브 모양을 그리는데 이것이 에이징 커브(Aging Curve)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노화로 인해 신체 능력이 떨어지는 현상을 노쇠화라는 용어로 부른다. 특히 스포츠 분야에서는 선수의 나이, 경력 대비 퍼포먼스(기록, 성적)를 보고 선수의 미래 가치에 대해 에이징 커브를 중요한 잣대로 본다. 자유계약 선수의 가치는 선수의 미래 퍼포먼스 기대치를 보고 결정하기 때문에 나이가 많아서 육체적으로 쇠락하여 퍼포먼스를 유지하기 힘든 30대 선수들은 불리한 위치에서 계약을 하게 된다. 야구의 경우 23세까지 급격히 성장하여 20대 중후반에서 31세 즈음에는 하락하기 시작하여 36세부터는 급격하게 꺾이게 된다. 축구는 선수의 전성기를 25~28세 정도로 본다. 선수의 재능, 자기관리 여부에 따라 24~31세까지도 전성기가 늘어날 수도 있으나 30세가 넘어가면 최고의 선수라 하더라도 기량이 갑자기 꺾여 한두 시즌 만에 별 볼 일 없는 선수가 되는 경우가 야구보다 더 많이 발생한다. 특히 스피드를 생명으로 하는 윙어, 풀백 포지션 선수에게 에이징 커브가 더 빠르게 찾아온다.
그러나 선수로서의 황혼기 임에도 웬만한 전성기 나잇대의 선수에 필적하는 성적을 보여주는 사례도 있다. 47세의 나이에도 160㎞를 던지는 ‘놀란 라이언’, 30대 후반인데도 축구 최다 득점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리오넬 메시’, 축구 명문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고 있는 ‘루커 모드리치’ 테니스계에서 빅3로 불리는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 등은 예외다. 프로 테니스 선수들은 30세 초반 쯤이면 에이징 커브로 기량이 하락하는게 보통인데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는 30대 중반을 넘은 나이인데도 톱클래스를 유지하고 있다.
나도 에이징 커브를 경험했다. 퇴직하고 시골에서 텃밭 일구고 산 때가 있었다. 65세 전에는 체력저하를 느끼지를 못했는데 65세를 넘자 어디가 딱 부러지게 아픈 것도 아닌데 늘 피곤하고 조금만 일을 하면 온몸에 식은땀이 흐르곤 했다. 먹는 거라고는 채소 위주였고 고기라고는 먹지 않았다. 하루 세 끼 식사가 부실했다. 챙겨주는 사람이 없으니 혼자서 식사 챙겨 먹는 게 들쭉날쭉이다. 이사 후에 병원에서 영양주사를 맞고 나니 체력을 조금 회복할 수 있었다. 담당 의사는 노쇠 현상이니 앞으로 고기를 많이 챙겨 먹으라고 권유했다.
혼자 식사하는 노인은 누군가와 함께 식사하는 노인보다 노쇠화가 더 빨리 진행된다고 한다. 70~84세 노년층을 대상으로 식사유형에 따른 노쇠 변화를 분석했다. 노쇠의 기준은 ‘체중감소’, ‘근력감소‘, 극도의 피로감’, 보행속도 감소‘, ’신체활동량 감소’ 등 5가지 지표를 사용했는데, 혼자 식사하는 노인이 누군가와 함께 식사하는 노인보다 노쇠화가 더 빨리 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영양결핍’, 사회적 고립‘, 우울감’ 등이다. 혼자 식사하면서 생긴 우울감이 영양결핍과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져 결국 노쇠화를 앞당긴다.
노화와 노쇠를 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진행 속도를 늦출 수는 있기에 나는 앞으로 다음과 같은 사항을 지키면서 노후를 살아가려 한다.
⓵일하는 것이 노화를 늦추는 최고의 보약이다 – 어떤 일을 하더라도 ‘은퇴’ 하면 안 된다. 퇴직하고 집에서 1개월 정도 있으면 운동 기능이 상당 부분 저하된다. 뇌 기능 측면에서도 매일 일을 하면 지적 활동이나 다른 사람과의 의사소통으로 다양한 상황을 접하게 되므로 은퇴를 생각지 말고 일을 한다는 의식을 가지면 단번에 늙는 것을 막아준다.
⓶나이 들수록 고기를 먹어 준다 – 콜레스테롤은 남성호르몬의 원료다. 콜레스테롤은 육고기에 다량으로 함유되어 있다. 콜레스테롤 중 테스토스테론은 의욕과 관계가 있다. 남성호르몬이 감소하면 활동의욕이 저하되어 기운 없는 노인이 된다. 기억력도 떨어진다. 고기를 먹고 콜레스테롤을 잘 섭취하면 세로토닌과 남성호르몬의 생성을 촉진해 의욕을 높여주고 활동량을 유지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⓷햇볕을 자주 쬔다 – 햇볕을 받으면 뇌 속의 세로토닌이 다량 발생한다. 세로토닌이 증가 되면 기분을 가볍게 하고 의욕을 증진한다. 하루 한 번 방 밖으로 나가서 햇빛을 받는 정도면 된다. 세로토닌은 밤에 뇌 속에서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을 생성한다. 멜라토닌이 증가하면 잠을 깊이 자게 되고 불안감도 없어지며 우울증 예방도 된다.
⓸운동한다 – 의식적으로 운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리하지 않게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젊을 때부터 해오던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게 좋다. 나이 들었다고 그만둘 이유는 없다. 외출시 계단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신체 단련에 아주 좋다. 특히 내려갈 때 계단을 이용하자. 나이를 먹어도 약해지는 근육과 약해지지 않는 근육이 있는데 내려올 때의 근육이 먼저 약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