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
1. 침대에서 베개위에 베개를 하나 세우고 누워 책을 훑어보기
2. 혼자서 자전거 타고 동네 한바퀴
3. 아이들과 사진찍으러 공원에 나가서 계절을 느끼기
4. 엄마가 만들어준 열무김치
5. 쌔똥나물에 밥 비벼 먹기
6. 남편과 오목두기
7. 아이들과 간식만들어 먹기
8. 양배추 쌈 먹기
9. 아이들이 책 읽는 모습 바라보기
10. 남편이 술 안마시고 일찍 들어오는 것
11. 안치환콘서트 가기
12. 내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탈렌트 최진실
13. 인터넷 의류 쇼핑몰 눈팅하기
14. 싸이월드 육아일기 보기
15. 짭잘매콤한 양념치킨
16. 동무들과 수다떨기
17. 비오는 날 맥심모카골드 뜨겁게 마시기
18. 사진앨범 보기
좋아하는 것에 대한 글쓰기를 하려니 참 어려웠다.
결국 모임날엔 한줄도 쓰지 못하고 이제 시작하려니 막막하기만 하다.
그래도 한번 써보자.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글감을 정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먹거리가 많이 생각난다.
이유가 뭘까하고 생각하니 이유는 다이어트에 있었다.
근 한달간의 다이어트로 인해 절식을 했던 나는 길거리를 지나가면 보이는 분식집, 치킨집, 고깃집 간판을 볼때마다
침을 꿀꺽꿀꺽 삼켰드랬다. 그리고, 후각이 좋지 않은데도 모든 가게에서 나는 음식냄새를 다 맡을수 있었다.
지하 식당에서 올라오는 김치찌개 냄새, 정육점집에서 시켜먹은 감자탕냄새, 아랫집에서 나는 생선굽는냄새, 된장찌개 냄새, 갖가지 냄새가 내코를 자극했기때문에 나는 내가 이 모든것들을 다 먹고 싶어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다이어트가 끝나니 이 모든걸 다 먹을수는 없었다.
다이어트의 핵심은 요요현상이 없도록 하는 것이니 그것에 신경쓰느라 식단짜기 바빴고
다시 되돌아 가기 싫은 몸무게의 압박은 나로 하여금 입맛을 별로 없게 만든듯 하다.
어쨋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잠시 소개해 보련다.
글감에 써있는 것가운데 우리엄마가 해준 열무김치이다.
나는 비빔밥을 좋아한다.
생야채에 들기름과 고추장, 된장찌개 한숟가락 넣은 비빔밥말이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비빔밥은 열무김치비빔밥이다.
우리 엄마의 열무김치는 소금에 절이지 않은 열무에 빨간고추를 생으로 갈아 넣은 양념에 버무리는데 젓갈을 전혀 쓰지 않는다.
이 열무김치는 국물이 자작하게 배어나와 얼큰시원한 맛을 자랑하는데 양념은 마늘과 생고추를 갈아넣는게 비결이다.
또 하나 이건 비밀인데 넣지 말아야할것을 하나 넣는다. 그것의 이름은 [뉴슈가] 경기도에 시집와서 가게에 가보니 [신화당]이라는 이름으로 팔리는 상품이다. 이 새로 막 버무린 열무김치를 넣고 밥을 비비면 밥이 아주 새빨게 지는데 나는 맵다고 혀를 내두르며 먹는 그 맛을 너무나 좋아한다.
결혼을 한이후 아쉬운것중 하나는 바로 버무린 열무김치를 먹을수 없다는 것이다. 그 맛을 유지하려고 엄마는 김치를 담자마자 용기에 넣어 김치냉장고에 넣지만 어디 그맛이 나랴? 그맛은 혀로만 느끼는 것이 아니다.
고추와 마늘을 가는 냄새가 집안에 배어 함께 어울어져야 참맛이 나는데 이미 만들어진것은 그저 김치의 향만 남아있으니
참 아쉬울 따름이다.
글을 쓰는데 혀에 침이 고인다.
그 열무김치 냄새가 난다.
내 무의식은 이미 그 바알간 열무김치 국물의 색깔을 향해 혀를 날름거린다.
몸서리 쳐지는 먹고싶음 그것이 지금의 내 기분이다.
첫댓글 그 맛은 혀로만 느끼는 것이 아니다?
카아~ 바로 이거였군요.
그 때 그 맛이 안 나는 이유가.
나도 배고프다~
기쁨님의 기분이 내게로 옮겨왔나보다.
나도 모르게 혀를 날름거리며 입맛을 다시고 있다.
아~~ 우리.엄마도요~~ ㅋㅋㅋ
저는 막 열무에 밥비벼먹었어요~ 제가 담근 걸로 ㅋ
웃을 때 특유의 눈가미소가 그려지네요~
와 13분 남았당
후훗, 다이어트는 성공하셨나요?음식에 대한 유혹을 뿌리칠 수 있는 기쁨 한줌님의 끈기와 절제에 박수를 보내며.....저도 아삭아삭 야채에 쓱싹쓱싹 된장 비벼 비빔밥 먹고 싶당.
김치하면 내 엄마를 따를자 없을꺼라는 생각과 우리엄마 음식에 대한 나의집착. 요즘은 나이드신 엄마를 보며 언제까지 엄마의 음식을 먹을수있을런지...
아, 이런 열무김치가 있는줄 몰랐어요. 정말 음식은 추억이고 그리움인거 같아요.
명절 앞둔 토요일 오후, 홀로 심심한 알모책방 지키면서 기쁨한줌 글을 읽고 있어요.
음식 잘 만드는 사람도 좋지만 이렇게 혀끝에 음식맛이 돌게시리 글을 써대는 사람도 좋더라.ㅎㅎㅎ.
근디, 새똥나물은 첨 들어봐요....
우와~~침이 한 바가지로 나온다~우짜면 좋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