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계룡산 8경 (2015. 11. 18)
제1경 천황봉 일출
제2경 삼불봉 설화
제3경 연천봉 낙조
제4경 관음봉 한운
제5경 동학계 신록
제6경 갑사곡 단풍
제7경 은선폭 운무
제8경 남매탑 명월
제1경 천황봉 일출(天皇峰日出)
닭볏 쓴 용머리에 금빛은 찬란하라
타는 해 끌어안고 환호성 지른 천신(天神)
정기(精氣)는 나눠가져야 만백성이 편하오
* 천황봉(845m)은 계룡산(鷄龍山)의 주봉으로 금남정맥에 있다. 정상은 군이 주둔해 출입금지구역이다. 해돋이가 장관이다.
제2경 삼불봉 설화(三佛峰雪花)
콧노래 부른 처녀 등산복 김이 무럭
함박눈 쏟아지니 세 부처는 전전긍긍
머리에 활짝 핀 눈꽃 꺾어갈까 두려워
* 삼불봉(775m)은 봉우리 세 개가 마치 부처를 닮았다 하여 붙인 이름이다. 겨울철 소나무에 핀 눈꽃을 보면 홱 돌아버린다.
제3경 연천봉 낙조(連天峰落照)
필봉(筆峰)과 어깨동무 하늘에 닿은 능선
서천(西天)에 물이 드니 기러기 떼 줄져 날고
석양은 천봉(天峰)너머로 게눈처럼 사라져
* 연천봉(739m)은 주능선인 관음봉(816m) 분기점에서, 서쪽으로 가지 친 능선상의 여러 봉우리들이 마치 하늘에 연달아 이은 것처럼 보여 그렇게 부른다. 미봉(美峰)인 문필봉(文筆峰738,7m)은 동쪽 가까이 있고, 이봉 못지않다. 뉘엿뉘엿 기우는 석양이 환상적이다.
제4경 관음봉 한운(觀音峰閒雲)
산 너울 아스란데 쌀개릉 발아래지
관세음 진언 외니 봉우리 숙연한 즉
맴도는 구름을 타고 한가하게 노닌 벗
* 관음봉(816m)은 금남정맥에 있고, 자비불인 관세음보살처럼 너그럽다. 그 위에 한가로이 떠도는 구름을 보라... 남쪽으로 마루금인 쌀개능선이 좋고, 쌀개봉(828m)은 이봉과 천황봉 사이의 중간쯤에 있다.
제5경 동학계 신록(東鶴溪新綠)
계류에 봄 흐르니 수림(樹林)은 온통 연두
물소리 하 맑고녀 비구니 졸음 쫓고
낭랑한 사시예불(巳時禮佛)에 동녘 학이 날아와
* 학바위에서 관음봉 고개까지 약 3.5km에 달하는 동학계곡은 수풀이 우거지고, 물이 맑기로 이름 높다. 특히 새봄 연두빛으로 물든 계류의 물소리는 동학사 강원의 독경소리와 어우러져, 청량한 하모니를 연출한다. 흔히 춘마곡(春麻谷, 봄은 마곡사가 으뜸), 추갑사(秋甲寺)라 부르는데, 춘동학(春東鶴), 추갑사로 칭하는 이도 있다.
* 사시예불; 절에서 오전 9부터 11사이에 행하는 예불로 엄숙하다.
제6경 갑사곡 단풍(甲寺谷丹楓)
으뜸 절 울긋불긋 수정봉 반짝이고
갈바람 낙엽 쓸자 선승은 주춤해도
은밀히 구곡(九曲) 훑은 임 번개같이 득도해
* 계룡산 주능선을 기준해 서쪽으로 흐르는 유명한 계곡이다. 천년고찰 갑사를 품고 있다. 들머리에서 계속 올라가면 금잔디고개(마루금)에 이르며, 그기서 북쪽으로 조금 더 다리품을 팔면 수정처럼 반짝이는 암봉을 만날 수 있다. 늦가을 새빨갛게 물든 절의 돌감나무잎은 탐방객을 매료시킨다. 갑사구곡(甲寺九曲)이 따로 있을 만큼 아름다운 곳이다.
* 갑사구곡; 조선조 말기 문신 윤덕영 (尹德榮)이 계룡산 경치에 반하여, 간성장이라는 별장을 짓고 살면서 부터 경관이 좋은 곳마다, 그 이름을 지어 바위에 새겼다 한다. 그는 순종임금의 비(妃) 순정효황후의 삼촌으로, 1910년 국권상실 때 이완용 등과 함께 한일합방에 적극적으로 앞장섰던 친일파다. 그 후 일본으로부터 자작(子爵) 작위까지 받고, 말년에 이곳으로 내려와 풍류를 즐겼다고 한다.
제1곡 용유소(龍留沼); 용이 노닐든 못으로 일주문을 지나, 탐방안내소 전 용추교 다리 아래에 위치해 있다. 용유소라는 글씨 말고도, 간성장(艮成莊, 삼갑동문三甲洞門) 등의 글씨가 새겨져 있다.
제2곡 이일천(二一川); 탐방안내소를 지나, 우측 자연관찰로 길을 따라 계곡 윗길로 오르다 보면, ‘철탑상회’ 앞에 두 개의 계곡물이 합쳐지는 곳을 가리킨다.
제3곡 백룡강(白龍岡); 철탑상회 앞을 지나면 철 당간지주 쪽으로 가는 다리가 있고, 그 다리를 지나 계곡을 따라 계속 오르면 왼편에 있다.
제4곡 달문택(達門澤); 3곡을 지나고 계곡을 따라 오르면, 계곡을 가로질러 막아놓은 저수지를 만나는데, 이곳에 배를 띄어 놓고 풍류를 즐겼다고 한다. 이름과 달리 조금은 초라해 보인다.
제5곡 군자대(君子臺), 금계암(金鷄嵒); 이 구곡 중 가장 아름다운 곳에 있으며, 제5곡이라는 글씨만 보이고 연결되어 있지는 않다, 주변에 3갑동주, 군자대 그리고, 금계암이라는 글씨가 있다. 이 이외에도 ‘인의석’이라는 글씨가 폭포 옆에 크게 쓰여 있다. 마치 시 구절 같은 석각도 눈에 띈다.
제6곡 명월담(明月潭); 금잔디고개와 연천봉 갈림길에 있으며, 주변에는 계곡의 수려한 풍경과 어우러진 자연암석인 ‘석벽동굴’ 남향에, 충청남도 유형문화재 제50호 ‘갑사석조약사여래입상’이 있다.
* 이상 제1~제6곡 [출처] 공주 가볼만한 곳/황매화가 흐드러진 계룡산 갑사구곡을 찾아 걷는 공주여행|작성자 여행가 이보현.
제7곡 계명암(鷄鳴岩); 계룡산이 처음 열릴 때, 산속에서 닭이 날개짓을 하며 울었다고 하는 바위.
제8곡 용문폭(龍門瀑); 자연폭포로 약 10m 정도의 낙수광경이 빼어난 폭포.
제9곡 수정봉(水晶峰); 수정처럼 맑고 깨끗한 백색의 피라미드형 바위가 있는 산봉우리.
졸저 산악시조 제1집 《山中問答》 제 120, 168쪽 ‘숨겨둔 보물’, ‘수정봉’ 참조.
* 이상 제7~9곡은 국립공원 현장안내판에서 옮김, 제9곡을 제외하고는, 가본 적이 오래 돼 기억할 수 없다.
제7경 은선폭 운무(隱仙瀑雲霧)
우레는 귀를 찢고 흰 구름 토한 청룡
일곱 장(丈) 폭포 아래 뽀얗게 이는 안개
선녀가 숨어 있으니 밀착타간 따귀를
* 동학계곡 유일한 폭포로, 입구에서 1.5km 정도 오르면 끝자락에 나타난다. 높이 약 20m에서 쏟아지는 뽀얀 물거품은 글자 그대로 구름과 안개를 방불케 한다. 수량이 풍부한 여름철은 무척 시원하다, 선녀가 은둔(隱遁)하는 곳이라, 너무 가까이 가지 말고, 조금 떨어져서 지그시 바라보는 게 더 좋다.
제8경 남매탑 명월(男妹塔明月)
호랑이 전설 알면 한밤에 오를세라
살 섞은 인연 못돼 더 애잔한 돌탑이여
교교(皎皎)한 보름달 아래 꿇어앉은 오누이
* 호랑이가 업고 온 경상도 상주(尙州) 여인과, 멸망한 백제 왕족이 의남매를 맺은 애틋한 전설이 담긴 유물이다. 정식명칭은 공주 ‘청량사지쌍탑(淸凉寺址雙塔)’인데, 5층은 보물 제1284호(누이탑), 7층은 보물 제1285호(오라비탑)로 지정된, 전형적인 백제양식의 석탑이다. 눈 쌓인 겨울밤 보름달이 환히 비추는 탑과, 그 그림자를 바라보노라면, ‘우리네 삶이 과연 무엇인지’를 성찰케 해, 절로 숙연해진다. 탐방객이 뽑은 계룡산 최고의 경관이다. (연합뉴스 2015.11.3. 보도. 2015.10.24~11.1 동학사탐방로 기준 설문조사 통계). 추기; 2017. 1. 13 다른 시조와 이중표현으로 시조 종장후구 수정.
* 졸저 산악시조 제2집 《山窓》 제21쪽 ‘계룡산의 달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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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山書》 제 27호 ‘명승보 2수’ 제151~158쪽. 2017.1.16 발행.
* 졸저 풍치시조집 『名勝譜』 제 20번 147~151쪽 참조. 2017. 7. 7 도서출판 수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