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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 옆 골목에 사시는 할머니댁 살구나무는 아주 거목이다. 따스한 봄날, 부엌 쪽창으로
바라보이는 연분홍 살구꽃은 꽃구름이 흘러가는 듯, 꽃이불을 펼쳐놓은 듯 숨막히는 풍광을
연출하곤 했었다.
그 풍광에 젖어 짧은 봄을 어떻게 보낸지 모르게 보내고 나면 갖고 놀던 장난감 팽게치는 아이들
처럼 살구나무는 까마득히 잊어버리곤 했었는데 며칠 전 집앞을 지나가던 마을 아저씨가 그 댁
살구나무에서 떨어진 살구가 발아래 지천이니 따가라는 말씀을 하셨다.
살구? 입안에 침부터 괸다. 당도 보다는 신도가 강한 살구 맛이 별로라 내가 즐기는 과일은 아니
지만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가 생전에 유난히 잘 잡수셨던 과일 중에 하나가 살구다. 오일 장터에
나가면 시골 할머니들이 조그만 플라스틱 바구니에 소복히 담아 파시는 노란 살구.
살구를 보면 어머니 생각이 나 먹지도 않을 거면서 한참씩 들여다보곤 했다. 먹을 것이 생기면
머리 속에 누구 줄까부터 생각하는 습관이 몸에 뱄기 때문에 살구 이야기를 듣는 순간 큰 소쿠
리를 들고 옆 골목으로 튀었다. 먹는 것도 먹는 것이지만 우선 발아래 지천이라는 살구를 보고
싶은 충동이 더 컸기 때문이다.
과연, 텃밭에도, 풀숲에도 심지어 담장까지도 살구나무 품을 덮는 땅아래 어디든지 살구가 지천 이었다. 떨어진 살구는 농익은 탓에 낙하 순간부터 깨어져 성한 것이 별로 없었지만 그 중에 성한 것 하나 줏어들고 깨물어 보니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이었다.
하도 많아 성한 것만 추려 담는 데도 금새 소쿠리가 채워졌다. 엎드려 살구를 줍는 순간에도 살구 서너 개가 내 머리 위로 떨어져 과육이 머리칼에 달라붙는 진풍경도 있을 정도로 약간의 미풍에도 견디지 못할 만큼 익을 대로 익어버린 살구였다.
이 풍성한 놈들을 데려 와 즉각 살구잼 만들기 작업에 들어갔다. 먹을 사람도 없는데 그대로 두었 다간 몇 시간 안에 시커멓게 녹아 들어갈 것은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살구잼을 먹어보진 않았 지만 새콤달콤한 맛이 딸기잼 만큼 맛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어 잼으로 갈무리 하면 안성맞춤 일 것 같았다.
살구를 깨끗이 씻어 씨를 뺀 다음 설탕을 듬뿍 넣고 불 위에 올렸다. 살구와 설탕 비율을 얼만큼 해야 하는지는 모르지만 신맛이 가실 만큼 충분히 넣어 주었다. 그리고 나무 주걱으로 슬슬 저어 주면서 끓이기 시작했는데 처음에 호박죽 색깔처럼 노란 빛깔로 보글보글 끓는 모양이 얼마나 예쁘던지.
시간이 갈수록 점점 진해지는 살구잼. 노란 살구색으로 시작하다 시간이 가니까 맑은 체리 색 처럼 변했다. 그러더니 마치 딸기잼 만들 때처럼 진 자색으로 변하고 마침내 쫀득쫀득한 살구 잼이 완성되었다.
완성된 살구잼 맛을 보자니 초기에 새콤한 맛이 상당히 줄어 들어 제법 맛이 있었다. 살짝 구운 식빵에 발라 먹으면 딸기잼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맛있을 것 같았다. 난생 처음 만든 살구잼, 동생들부터 줄까? 이웃사촌부터 돌릴까? 회심의 작품을 돌리며 뻐길 생각을 하니 안 먹어도 배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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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살구가 좋은 과일 입니다 자라는 어린이들이 먹으면은 뼈 발육에 좋은 역활을하여 키가 더 자랄수도 있 습니다 그러므로 제철에 나는 과일중에 뼈를 튼튼하게 하는 앵두 , 살구, 자두, 복숭아 를 사다가 식구들이 같이 먹으면 좋습니다 (매실은 제외 )..... 그래서 저도 앵두, 살구 , 자두를 한포기식 키우고 있 습니다
앗, 살구가 뼈를 튼튼하게 하는 과일이었군요. 중요한 정보 하나 배웠습니다. 뼈에 좋다는 홍화씨는 먹기가 영 거시기 했는데 살구, 자두 복숭아야 없어서 못 먹지요~~ ^^
아유~ 정말 쫀득쫀득 색깔도 일품인 살구잼을 만드셨군요..^^ 맛있고 푸짐한 얘기에 마냥 푸근해집니다.^^*
ㅋㅋㅋ~~~그거시...울 냄푠 평으론 지나치게 쫀득거린답니다. 이빨 약한 사람은 곤란 할 정도로...다음엔 좀 묽게 조려야 될 것 같아요.
잼은 끝까지 졸이다보면 불 마감할 시간을 놓치기 십상입니다. 거의 되가고 있을 때 물을 떠놓고 젓고있던 주걱에 붙은 잼을 한방울 떨어트려보면 떨어진자리에 풀리지 않을정도면 딱 묽기가 완성되는거랍니다. 덜 되었을때는 떨어지면서 확 풀어져요.이방법이 묽기맞추는데 제일 정확한 것 같아서요. 살구를 조금더 주워다 잼을만드시다가 만들어진 잼을 붓고 다시 조금만 끓이시면 알맞게 될거예요.
거목이 만드는 살구꽃 꽃구름 상상만 하여도 너무 좋아요. 오늘도 행복을 만드셨네요. 향으로,맛으로 주변분들이 부럽습니다.
살구꽃 꽃구름 꽃의전령님께 보여주고 싶어요~~ 내년엔 한번 남도답사 결행해 보시지요. 기꺼이 가이드 자청하겠습니다~~ ^^
긁을 읽는동안,,,,눈앞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이 이상하게 마음한구석을 자극합니다,,,,
ㅎㅎ~~ 아스라한 추억 속의 고향풍경 같으신가요? 촌에 묻혀사는 것도 참 좋아요. 세월이 어떻게 가는지, 세상 살기가 얼마나 팍팍하지 잠시 잊어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살구 쨈도 좋고요~~살구 효소도 좋습니다 설탕에 재워서 매실 청 처럼 희석해서 마시면 좋아요 참 부지런하신분 이시군요^^*
참 듣고 보니 효소도 좋겠네요~~ 내년엔 효소도 한번 만들어봐야겠네요~~ 그런데 갈향기님은 저보다 몇십배 더 부지런하신 것 같은디요~ ㅎㅎㅎ
살구 효소라...정보 감사합니다. 매실처럼 1:1로 하면 되나요?
살구쨈 만드는 과정을 이리 아름다운 글로 풀어 내시는 님이 아름답습니다. 저희집 왕살구도 이번 장마에 자꾸 터져서 떨어 지는데 살구쨈 한번 만들어 봐야 겠어요^^**
이쁘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 저도 처음 만들어봤는데 맛이 괜찮더라구요. 게다가 설탕 넣어 저어주면 그럴듯한 잼이 완성되고. 한번 만들어 보십시오~~
담양 수북 우리마을 이웃집 살구나무와 꼭 같네요. 봄이면 지붕을 덮게 자란 살구나무가 꽃구름이되어 제 마음을 풍성하게 해 주는데. 6월이면 농익을 걸 몇개 주워 먹으면 남의것이라 그런지 우리집 벌레투성이 개량종 서양 살구보다 더 맛있는것같고요. 올 봄에는 저도 우리집에서 키워보고 싶어 씨앗을 파종했는데 10여포기가 잘 자라고 있어 내년에 접붙이기를 시도해보려고 합니다. 아무튼 재래종은 상품성은 없어도 병충해에는 강해 아마추어에게는 최고인것같습니다.
수북에 사십니까? 좋은 마을에 사시네요~~ 사실 저도 처음에 그 마을에 살고 싶어 가봤는데 아쉽게도 마땅한 집이 없어라구요. 있어도 너무 비싸고~~ ㅎㅎㅎ
입에 침이 막 고이네요^^ㅋ 외할머니 댁에 정말 엄청 큰 살구나무있는데,,, 외할머니 집 팔고 다른 곳으로 가셔서 이젠 구경도 못 할 것 같네요..이 글 보면서 괜히 맘이 짠하네요ㅎㅎ
옛생각 나지요~~ 외할머니와 살구, 참 그리운 추억과 풍경입니다...^^
우리 마을에도 빈집에 살구가 허드러지기 달렸다 떨어지는데.... 지붕위에도 다 떨어진 화장실 위에도 밭에도 떨어지는 살구를 아까워만 했는데 참 맛나 보입니다. 이것도 나눔되나요? 반송이보낼까요?
좋지요~~ 샛노란 살구 받아들고 행복해 할 회원들 얼굴 눈에 선합니다~~^^
아하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제가 꽃도 보고 울타리도 되고, 열매도 볼려고 살구나무 신종 100 그루를 심었거든요. 쨈은 물론 뼈에 좋다하니 골다공증 예방 차원에서 많이 먹어야 겠네요. 감사합니다.
100그루씩이나~~ 대단합니다. 터가 아주 넓은가봐요. 백그루의 살구나무에서 수확할 살구, 기대됩니다~~ ^^
아~~ 살구잼두 있구나~~ 오늘 처음 알았어요. 새콤한 살구보니 입안에 침부터 괴이네요.
^^
원만행님 살구잼에 힘을 얻어 벌레먹어 못 나누어먹고 냉장고에 보관만하고있던 자두로 저도 잼을 만들어보았습니다. 새콤 달콤 맛이 있어요.이럴줄 알았으면 닭에게 조금만주고 자두잼을 많이 만들어 두루 나누어먹을걸 그랬나 아쉬운 생각입니다. 저는 8년전 수북에서 주말농장을 시작하여 동식물 기르는 재미에 광주에서 매일 출근하다시피 합니다. 담양분을 만나서 반갑습니다.
시골생활을 정말 좋아하시나봐요. 출근하면서 동식물 기르기가 쉽지 않은 일인데... 인연이 닿으면 수북구경하고 싶네요~~^^
글을 아주 잘 쓰시네요. 살구를 좋아하지만 요사이 파는 살구는 완전 익은게 별로 없어서 잘 사먹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