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
1. 새로운 산책로 찾기
2. 산행
3. 산지도 보면서 루트짜기
4. 멋진 바위를 올려다 보기
5. 저녁 해질녁 하늘 올려다보기
6. 일요일 아침에 늦잠자고 남이 차려준 아침 먹기
7. 재미있는 책 읽기
8. 텔레비전 방에서 쇼파에 널부러져 있기
9. 오랜시간 키워온 화분을 바라보기
10. 함께 했던 아이들과의 즐거웠던 시간을 추억하기
11. 예쁜 옷 구경하기
12. 샤워하고 건조해진 상태
13. 봉급날, 연말정산 들어올때
14. 겨울날 따뜻한 방에서 홍시먹기
15. 텃밭활동
16. 재미있는 영화보기
17. 과일먹기
18. 남편이랑 산책하기
19. 좋아하는 사람이랑 술마시기
20. 빗소리 듣기
해질녘이면 하늘로 눈이 간다. 해질녘 하늘이 멋지다는 걸 처음 알았던 때는 중학교 2학년이었다. 희중이랑 서로 집에 데려다 주기를 반복하다 해질녘 즈음이면 학교 후문 슈퍼 평상에 앉곤 했었다. 평상에 앉듯 눕듯 비스듬하게 기대면 자연스레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파랑보다 깊은 색깔의 하늘을 들여다보면 반짝하는 첫별을 만나곤 했었다. 그런 시간이 얼마나 흘러서 였을까? 희중이는 자기 집안 이야기를 꺼냈다. 엄마 아빠가 이혼하고 할머니와 살고 있다는. 지금이야 한부모 가정이나 조손가정도 많지만 당시엔 참 충격이었다. 어떤 말로 위로를 해야 하는건지 엄두가 나지 않았었다. 그렇게 샛별이 떠오르는 저녁시간이 주는 솔직함에 매료된걸까? 하늘에 대한 동경은 사진을 찍고 싶은 욕망으로 이어졌다. 중학교 3학년을 졸업하고 신문배달을 시작했다. 이유는 하늘사진을 찍고 싶어서였다. 당시 우리집 근처에 마장터미널이 있었다. 빼곡한 빌라와 단층집들 사이에서 하늘을 한껏 볼 수 있는 곳은 바로 터미널 주차장이었다. 해질녘이 되면 그곳에서 하늘을 올려다보곤 했었다. 매일 그 모습과 빛깔을 달리하는 하늘이 그렇게 멋져 보일 수가 없었다. 지금은 터미널도 사라지고 청계천 공사를 했기 때문에 그 모습을 찾을 순 없지만 지금 생각해도 하늘에 대한 동경은 남달랐던것 같다. 신문배달은 녹녹치 않았다. 추운 겨울이었고, 무거운 신문가방을 배고 배달하기가 싶지 않았다. 지금도 기억한다. 내가 돌렸던 부수는 146부였다. 어느 집에 신문을 넣는지 기억하기가 가장 어려웠다. 집앞에 분필로 동아일보의 ㄷ을 표시해 두었지만 배달이 끝나면 꼭 보급소로 꼭 전화가 오곤 했다. 신문 안들어 왔다고. 비오는 날은 신문을 젖지 않게 비닐에 집어 넣는게 번거로웠고, 그래도 꼭 젖는 신문이 있어서 곤란해지곤 했다. 한달 신문배달이 끝났을때 내 생애 첫 봉급 7만 몇천원을 받았다. 미놀라 자동카메라를 사서 하늘 사진을 열심히 찍었다. 그런데 오래가지 못했다. 필름값과 현상료를 구하기 어려웠으니까. 그렇게 사진찍기가 시들해 지고는 하늘 올려다보기를 잊었었다. 그런데 어른이 되서 해질녘이 되면 문득문득 향수에 잠기곤 한다. 해질녘 시간이 되면 엄마가 밥 먹으러 오라고 부르던 기억, 맛있는 냄새, 그리움이 섞인 따뜻하고 편안한 시간... 해질녘 하늘을 생각하면 어렸을때의 기억과 그 시간이 함께 떠오른다.
첫댓글 짝짝짝
뭐예요~
11시 55분까지 기다리다 잤구만~
음~ 좋다~
남이 차려준 아침 먹기! 절대 공감!!!
공감님을 위해 사진 몇 장 올려야겠어요.
지난 번에 찍은 걸로~
공감님~
'알모네 사진' 방에 하늘 사진 몇 장 올려놨어요.
글 올린 시간들을 보라.
열혈 문학소녀들~~~
핫, 공감님마저...ㅎㅎ. 우리 하늘이 귀가 간질간질 하겠당.
나중에 기회되면 신문배달 했던 이야기 더 들려주세요.
근데 그땐 한겨레 없었나? 동아일보라...
그런 추억을 가지고 있다는건 참으로 행복할꺼 같아요. 나에겐 있나? ! 생각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