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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설악 10경 (2015. 5. 10)
제1경 범봉운해(帆峰雲海)
제2경 천불묘음(千佛妙音) 문화재청 지정 명승 제101호
제3경 공룡단픙(恐龍丹楓) 〃 명승 제103호
제4경 토왕뇌성(土旺雷聲) 〃 명승 제96호
제5경 소청일락(小靑日落)
제6경 비선옥류(飛仙玉流)
제7경 울암용자(蔚岩勇姿) 〃 명승 제100호
제8경 용아철옹(龍牙鐵甕) 〃 명승 제102호
제9경 대청일출(大靑日出)
제10경 황철암괴(黃鐵岩塊)
* 산악미의 극치인 설악은 곳곳이 아름다워, 굳이 몇 경이니 하는 식으로 뽑을 이유는 없으나, 그 중에서도 특히 눈길이 많이 가는 열 군데를 골랐다. 남한의 양대 명산인, 늠름한 골산(骨山) 설악은 아버지산이오, 포근한 육산(肉山) 지리산은 어머니산이다.
제1경 범봉운해(帆峰雲海)
점점이 찍힌 섬들 설악골 구름바다
보일 듯 돛대 위로 때 맞춰 순풍 부니
사공아 한눈팔지 말고 돛을 한껏 올려라
* 공룡능선에서 서북쪽 천화대(天花臺)로 내려가다 중간 쯤, 돛대같이 솟은 아름다운 암봉(1,134m)으로 설악골 상단부에 있다. 1967년 요델산악회에서 개척등반을 했다, 운해가 낄 때는 주위 봉우리들이 마치 섬처럼 보여 환상을 자아낸다. 광고 포스타나 책표지에 자주 등장하며, 설악 제1경에 넣어도 전혀 손색없다. 사공은 암벽등반가나, 운무, 혹은 바라보는 이를 뜻한다...
* 졸저 산악시조 제2집 《山窓》 제 92쪽 ‘공룡능선의 선택‘ 시조 참조. 2002. 5. 10 ㈜도서출판 삶과꿈.
* 졸저 『名勝譜』 <한국의 승지 266곳> 제 23-1(164면). 2017. 7. 7 도서출판 수서원.
제2경 천불묘음(千佛妙音)
죽음을 부른 계곡 불지옥 끓는다만
번뇌를 식힌 소담(沼潭) 시원한 물소리에
천만 개 돌부처들이 한꺼번에 박수 쳐
* 천불동은 설악산의 주계곡으로, 남한 3대 명곡(名谷) 중 으뜸을 자랑한다. 문화재청 지정 명승 제101호.
* 2016. 5. 3 종장 후구수정.
* 졸저 『名勝譜』 <한국의 승지 266곳> 제 23-2(165면). 2017. 7. 7 도서출판 수서원.
제3경 공룡단풍(恐龍丹楓)
색동옷 참 고와라 곱사춤 추는 바위
단풍 맛 삼매경(三昧境)에 무심코 밟은 등뼈
바가지 깨진 소리에 공룡 얼굴 파래져
* 설악산 등뼈로 사시사철이 모두 아름다운 백두대간 마루금 암릉이다. 이 능선을 경계로 내외설악이 구분된다. 추가 설명이 필요치 않다. 국가명승 제103호.
* 졸저 산악시조 제2집 『山窓』 제 59번(92면). ’공룡능선의 선택‘ 시조 참조. 2002. 5. 10 (주)도서출판 삶과꿈.
* 졸저 『名勝譜』 <한국의 승지 266곳> 제 23-3(165면). 2017. 7. 7 도서출판 수서원.
제4경 토왕뇌성(土旺雷聲)
토성이 떨어지다 세 바퀴 굴렀느냐
비류하(飛流下) 삼만 척(三萬尺)에 단말마(斷末魔) 비명소리
미라에 독침(毒針)을 놓는 빙벽가의 손놀림
* 토왕폭포; 일명 신광폭포(神光瀑布)라 불리는 설악의 3대 명폭이다. 설악산국립공원 외설악의 칠성봉(七星峰 1,077m) 북쪽 계곡 450m 지점에 있다. 설악산 신흥사 동남쪽으로 석가봉, 문수봉, 보현봉, 문필봉, 노적봉 등이 병풍처럼 둘러싼 암벽 한가운데로 3단을 이루며 떨어지는 연폭(連瀑)으로서, 멀리서 보면 마치 선녀가 흰 비단을 바위 위에 널어놓은 듯하다. 겨울철에는 산악인들이 빙벽훈련장으로 이용한다. 폭포의 물은 토왕골을 흘러, 비룡폭포와 육담폭포를 지나 쌍천(雙川)에 흘러든다. 이 폭포는 1단 150m, 2단 80m, 3단 90m으로 이어져 전체높이는 320m에 이르며, 일반인의 접근이 쉽지 않다. 글자그대로 신의 빛을 발하는 불가사의한 폭포로, 소공원 출입 시 차 안이나. 혹은 멀리서도 보인다. 아름답고 웅장한 이 폭포의 물 떨어지는 소리를 가까이서 들으면, 마치 우레와 같다. 토왕(土旺)이란 오행(목화토금수)중 흙의 기운이 가장 왕성하다는 절기 즉, 입춘, 입하, 입추, 입동 전의 각 18일 동안을 뜻한다. 명승 제96호.
* 비류직하삼천척(飛流直下三千尺); 이백의 명시 ‘망여산폭포(望廬山瀑布)’ 제3구에서 차운(次韻)한다. 그는 ‘폭포 밑으로 날며 떨어지는 물줄기를 삼천 자’라 했다. 당시는 주척(周尺 약 23.1cm)이므로, 실제 높이 약 45m인 중국의 ‘여산폭포’를, 이백은 대륙인 특유의 과장법을 쓰서 약 693m라 표현했다. 필자는 한 술 더 뜨, 우리 ‘토왕폭’을 지금 자(30.3cm)를 기준해, 약 9,090m라 과장한다.
* 단말마(斷末魔); 죽기 직전에 느끼는 고통, 또는 그 괴로움. 이 의미가 더 확장되어 숨이 끊어질 때 지르는 비명까지 가리키게 되었다. 말마를 자른다(斷) 하여 단말마인데, ‘말마’는, 산스크리트어 marman을 한역(漢譯)해 ‘급소’라는 뜻이다.
* 2015. 11. 15일 자로 해금(解禁)되어, 45년 만에 일반에게 공개된다.
* 졸저 『名勝譜』 <한국의 승지 266곳> 제 23-4(166면). 2017. 7. 7 도서출판 수서원.
제5경 소청일락(小靑日落)
모싯대 남빛 꽃물 서천(西天)을 물들일 제
산등성 넘는 해는 고독을 즐기는가
인생을 관조(觀照)하려면 소청에서 잠들라
* 소청(1,550m) 밑 산장에서 바라보는 낙조는 정말 황홀해, 스스로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일박을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주위에 약용식물로 남빛 종처럼 꽃이 예쁜 모싯대가 자란다.
* 졸저 『名勝譜』 <한국의 승지 266곳> 제 23-5(167면). 2017. 7. 7 도서출판 수서원.
제6경 비선옥류(飛仙玉流)
선녀 난 비취(翡翠) 계류 대적벽(大赤壁) 물그림자
열목어(熱目魚) 노는 소(沼)에 빙빙 돈 백팔번뇌
오염된 귀를 씻어야 참 선정(禪定)에 든다오
* 수정처럼 맑은 물이 흐르는 비선대에 열목어가 올라온다. 계류의 암반과 소담도 좋지만, 주위 경관이 빼어나다. 하늘을 찌를 듯 치솟은 붉은 암봉인 적벽(赤壁)과, 그 뒤 장군봉은 고난도 암벽등반 훈련장으로 최적이다.
* 졸저 『名勝譜』 <한국의 승지 266곳> 제 23-6(167면). 2017. 7. 7 도서출판 수서원.
제7경 울암용자(蔚岩勇姿)
흰 살결 눈부셔라 훤칠한 울산바위
중턱에 홀로 앉아 연화좌(蓮華坐)로 묵상타가
폭풍우 휘몰아치니 하늘에다 으르렁
* 울산바위는 일명 천후산(天吼山) 즉, 하늘이 우는 산이라 부른다. 비바람이 몰아칠 때, 이 산의 명물인 붉은 소나무가 우는 소리를 들으면 섬뜩하다. 학사평이 내려다보이는 백옥같이 맑고 고운 화강암산이 이 지상에 또 있을까? 일설에는 울타리를 상징하는 이산(籬山)이라고도 한다. 명승 제100호.
* 2016. 2. 12 최중기 한국산서회 회장의 제안에 따라, 가장 많이 알려진 전설을 지닌 ‘울산(蔚山)바위’를 시제로 삼아, 원래 제목인 명암포효(鳴岩咆哮)를 바꾼다. 한자 울 鳴, 울 籬 참고...
* 해발873m, 총 길이2.8km, 30여개의 봉우리로 국내최대의 암벽이다. 암장의 폭600m, 등반최고 높이는 200m이다. 《山書》 제27호 75쪽 ‘특집 설악산’ 이정표 글.(2017. 1. 24 추가)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부제 산음가 명암명곡열전 2-11번(469면). ‘뼈가 우는 바위 시조’ 참조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 졸저 『名勝譜』 <한국의 승지 266곳> 제 23-7(168면). 2017. 7. 7 도서출판 수서원.
제8경 용아철옹(龍牙鐵甕)
설악이 숨긴 비경 첨봉(尖峰)에 갇힌 장성(長城)
날카론 용의 이빨 약 올리면 물릴 터
사나운 독룡(毒龍)의 기는 자애(慈愛)로서 뚫어라
* 용아릉 혹은 용아장성을 일컫는데, 난공불락의 철옹성같이 험준하다. 끝에는 남한에서 세 번째 높이에 위치한 절 봉정암(鳳頂庵 표고 1,244m)이 있다. 명승 제 102호.
* 첨봉; 탑처럼 생긴 뾰족한 봉우리. 불어로 장다름(gendarme)이라 한다.
* 독룡; 독기를 품은 용, 즉 번뇌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山詠 1-346(276면) ‘용의 이빨을 스케일링’-설악산 용아릉 시조 참조.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 졸저 『名勝譜』 <한국의 승지 266곳> 제 23-8(168면). 2017. 7. 7 도서출판 수서원.
제9경 대청일출(大靑日出)
만봉(萬峰)을 호령하는 설악의 맹주인데
동해 위 솟은 해를 제 혼자 차지하니
대청봉 눈잣나무는 슬금슬금 숨느니
* 靑峰 즉, 대청봉은 설악의 주봉(1,708m)으로 기세가 당당하다. 희귀한 ‘눈잣나무’(누운 잣나무) 서식지라, 훼손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리가 요구된다.
* 졸저 산악시조 제2집 《山窓》 제 83쪽 ‘청봉의 기상’ 참조. 2002. 5. 10 ㈜도서출판 삶과꿈.
* 졸저 『名勝譜』 <한국의 승지 266곳> 제 23-9(169면). 2017. 7. 7 도서출판 수서원.
제10경 황철암괴(黃鐵岩塊)
밤에도 번쩍이는 황철봉 너덜지대
수만 근 금덩이가 지천에 깔렸다만
눈멀어 발 헛디디면 아귀도(餓鬼道)로 떨어져
* 세칭 북설악의 황철봉은 남한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아름다운 너덜지대로 꼽힌다. 돌 하나하나를 건너 뛸 때마다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몇 톤이 넘는 수많은 너덜겅 무더기를 보름달밤이나 새벽에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거대한 백금덩이처럼 번쩍인다.
* 아귀도; 죄를 많이 지은 중생이 죽어서 가는 세계인 삼악도(三惡道)나 육도(六道)의 하나. 늘 굶주리고 매를 맞는다고 한다(佛). 살아가면서 지나친 소유욕은 우리의 눈을 멀게 한다.
* 졸저 산악시조 제2집 《山窓》 제 86쪽 ‘무소유의 참맛’ 참조. 2002. 5. 10 ㈜도서출판 삶과꿈.
* 졸저 『名勝譜』 <한국의 승지 266곳> 제 23-10(169면). 2017. 7. 7 도서출판 수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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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山書》 제26호 제191~194 면. 2016. 1. 25 발행. 한국산서회 기관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