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일상을 지배한 지 벌써 두 해를 남기려 하고 있다. 갑갑하던 마스크는 이제 옷처럼 편해졌고 방역 수칙은 상식이 되었다. 함께 공유하던 시간들 역시 조각난 것처럼 흩어져 각자의 영역을 고수하게 되었다. 극장에 입장하는 일 역시 소소한 절차를 거치게 되었다. 열체크와 손 소독,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하는 일이 티켓을 확인과 함께 진행되었다. (그 덕인지 ott의 입지가 넓어진 한 해이기도 했다.) 좀 번거롭긴 해도 여전히 스크린을 통해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올해도 많은 영화들이 개봉했다.
어려운 제작 여건이 반영된 탓인지 지난 영화들을 리마스터링 한 작품들과 소규모 자본으로 제작된 해외 영화들이 눈길을 끓었고, 한국 영화들은 모가디슈나 자산어보 같은 제법 준수한 작품들이 나왔지만 볼만한 정도였지 그다지 훌륭하다 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씨네 21에선 올해의 한국 영화로 홍상수의 작품 2편을 베스트로 꼽았지만 그 역시 하향 평준화돼 상태에서 선택된 것이라 아쉬움이 남는다. 반면에 외국 영화들은 두드러지게 좋은 작품들이 두각을 나타낸 한 해였던 것 같다. 듄이나 라스트 듀얼 같은 좋은 작품들도 다른 해였다면 좋았던 작품으로 기억에 남았겠지만 노매드 랜드, 퍼스트 카우, 드라이브 마이 카, 베네테다, 피닉스, 프렌치 디스패치, 그린 나이트 등등 작품명을 다 말하기도 힘들 만큼 많은 좋은 작품들에 밀려 묻히게 되었다. 영화를 좋아하는 것에 비해 관람에 할애할 시간이 그다지 넉넉지 못하다. 밥벌이 노동자의 현실이다.
몇 편 보지는 못했지만 올해 본 영화들을 중 주목할 만한 주제 하나를 꼽지면 중세였다. 그린 나이트, 라스트 듀얼, 베네데타와 sf로 만들어졌지만 중세의 외피를 입은 듄까지 종교와 신념, 인간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생각하게 하는 중세 영화들이 연달아 개봉하며 주목을 받았다. 판데믹이 모두를 멈추게 한 이 시점에 왜 중세라는 시대를 테마로 삼았을까를 생각해 봤다. 현시점에 가장 대두되고 있는 사회 문제 혐오와 환경 파괴 다시 등장하는 전체주의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영화의 예술로서 기능이 있다면 인간이 인간 스스로 어디에 서있는 가를 인지하게 하는 것도 하나의 역할 일 것이다.
인간이 가장 오만했던 시기를 우리는 역사를 통해 알고 있다. 그린 나이트의 가웨인처럼 스스로 왕의 자질이 있다고 믿었기도 했고, 베네데타처럼 자신의 신념이 역병으로부터 세상을 구할 것이라 믿기도 했다. 인간은 중세라는 시기를 지나오며 가장 오만하고 가장 무지한 존재임을 드러냈다. 영화 속에서 중세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질문한다. 지금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가? 어떤 것을 추구하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볼 시간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 해가 끝나간다. 세상을 보는 영화의 질문들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 무게감이 기분 나쁘진 않다.
첫댓글 한해를 차분하게 마무리 할 수 있는 글 잘봤습니다. 내년엔 ott도 좋지만 마음편히 극장에서 보고 즐기는 영화가 많이 나오길 바랍니다. 돈 내고 가둬놔야 한번에 끝까지 보는 성격이라 ㅋㅋㅋㅋㅋ
후에 라스트듀얼을 꼭 챙겨봐야겠습니다.
아주 안 보는 건 아녔지만
중세 영화가 주는 무게감이 저는 좀 불편했었어요..
그래서 여직과 똑같이 눈이 잘 가지 않았는데 호기심이 생깁니다.
그것이 어쩌면 말씀하시는 세상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이해 할 수 있어서 였으면 좋겠다 싶어지네요.
저도 영화관을 거의 못가는지라 공감이 되네요.
중세라는 테마와 현시점의 연결점 멋지십니다.
역시 달라도 다른 소대님이시네요.
좋은글 잘 봤어요!!
소대가리님 리뷰 덕분에 좋은 영화를 알게 됐기도 했고,
본 영화에 대한 시각도 넓어지게 되었습니다.
새해에도 좋은 영화 많이 접하시고
여기서 나눔해 주시길 바랍니다~^^
새해에는 더 행복해지시길~^^
소선생님의 글을 읽고 받았던 자극을 기억합니다.
내년에도 멋진 리뷰 부탁 드려요^^(굽신굽신)
새해에도 영화 + 나인틴과 행복하세영~^\^
소스타님 내년에도 좋은 영화 책 많이 추천해주시고 좋은 글도 많이 많이 집필 부탁드립니다 ^^ 건강하시고 2022년 한 해 평안하시길 기원합니다 🙏🏻
카페에서 소대가리님 글 보는 일이 큰 즐거움입니다~ 올해 정리를 차분하게 잘 써주셨네요ㅎ ott덕분에 영화볼 기회가 늘어서 저에겐 좋은 한 해였어요~^^